애들이 우는거 보고 싶어서 쓰는 글.
그냥 캐들 얼굴보고 가볍게 사귈 생각인 닝과 다르게 사랑에 진심인 캐들이 보고 싶다. 캐들은 닝이 너무 좋아서 자기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인데 그걸 다 표현하지는 못하겠지. 그저 닝 앞에서는 담담한 척 하는거야. 닝은 그런 캐들 마음도 모르고 그냥 잘생긴 얼굴에 빠져서 사귀는거지. 뭐 언젠가는 헤어지겠지- 가볍게 생각하면서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날, 딱히 서로 좋아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크게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저 그런 만남들이 이어지고 닝은 좀 권태감이 오겠지. 오늘도 그냥 여느때와 다름없는 날이었어. 캐랑 나란히 길을 가다가 닝은 툭 말을 던지겠지. "우리 헤어지자." 어떤 조짐이 있던 것도 아니고 뜬금없이 헤어지자는 말에 캐들은 잠깐 사고가 멈췄어. "뭐?" 다시 되묻는 말에 닝이 또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해 "우리 헤어지자고." 캐는 또한번 벙찌겠지. 자기가 막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닝도 자기와 같은 마음일거라고 굳게 믿었던 캐들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돼. 그리고 자기를 지나쳐 앞서 걷는 닝의 뒷모습을 보니까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야. 곧바로 캐들은 빠른 걸음으로 닝을 따라잡고는 손을 붙잡아.
서론이 긴 것 같지만 어쨌든 닝 붙잡고서 헤어질 수 없다면서 울며 매달리는 애들이 보고 싶다.
1. 스가와라 코우시
스가는 닝 따라가면서 그 온화한 미소가 점점 무너지겠지. 닝은 답지 않게 갑자기 제 손을 덥석 잡는 거친 손길에 좀 놀라겠지. 뭐냐면서 스가를 올려다보는데 이제껏 만나면서 처음보는 얼굴이라 당황해. 분명 웃고는 있는데 스가의 그 예쁜 입꼬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어. 닝도 다른 여자 애들처럼 저 예쁜 미소에 반했었지. 꼭 꿈에 그리던 첫사랑같은 모습에 말이야. 그런데 그 미소가 점점 무너지며 꼭 울 것만 같아. 당황한 닝이 자기가 헤어지자고 했던 말도 잊어버리고 두 손으로 스가 얼굴 붙잡겠지. "너 울어?" 닝의 물음에 스가가 고개를 숙이고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애꿎은 입술만 꼭 깨무는 스가야. 닝이 스가의 고개를 다시 들려고 하자 스가는 닝의 두 손목을 꼭 붙잡아. 닝은 여전히 당황한 모습으로 가만히 붙잡힌 채로 있어. 곧 스가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 "코우시...?" 닝의 조심스러운 부름에 스가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닝과 눈이 마주치자 스가의 눈에서 후두둑 눈물이 떨어져. "...헤어지기 싫어." 어느새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꺼낸 스가는 이어서 "헤어지지 말자." "내가 다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게." 딱히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계속 미안하다며 닝을 붙잡기 시작해.
2. 카게야마 토비오
카게야마는 사랑도 진심이라면 배구처럼 하겠지. 닝에 관한 거라면 모든걸 알려고 하고 제 눈에서 한시도 떼어놓지 않을거야. 카게야마는 닝을 붙잡으려 따라가면서도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얼굴이야. 당연히 자기와 같은 마음일텐데 왜? 일단 이유를 물어보자는 생각에 닝의 손을 붙잡고 제게로 돌려 세워.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닝의 표정이 미묘해. 그럼에도 카게야마는 그런건 신경쓰지 않고 왜 헤어지자는 거냐며 닝에게 물어. 아니, 물으려 했지만 닝의 말이 더 빨랐어. "너 왜 울어?" 닝의 말에 카게야마는 평소와 같은 물음표 뜬 표정으로 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 그럴리가 없는데 제 손에 뭔가 묻어나와. "...나 안 울," 카게야마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순간 울컥하는 감정에 제 가슴을 부여잡아. 언제나 닝을 보면 가슴이 뛰고 괜히 들뜨는 감정이 들었지만, 이번엔 뭔가 다른 두근거림이야. 이렇게 답답하고 아픈건 처음인 카게야마는 닝과 눈을 마주하며 말해. "여기가 너무 아파." 카게야마의 말에 닝은 당황스러워. 그 카게야마가 우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저런 절절한 목소리로 저를 부르는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울 뿐이야. 카게야마는 헤어짐의 이유를 묻는 것도 잊었어. 그냥 본능적으로 여기서 닝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랑 헤어지기 싫어."
3. 모니와 카나메
모니와는 사귀는 동안 종종 우는 얼굴을 봐서 운다는 거에서 크게 당황하지는 않을거야. 이미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모니와의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금방이라도 흐를 것처럼 눈물이 아슬아슬하게 맺혀있어. 그 모습에도 닝은 그저 모니와를 지나쳐 앞서 걸어가 버려. 매정한 닝의 태도에 모니와는 역시나 눈물을 쏟아내. 애써 울음소리는 삼킨채로. 일단 닝을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니와는 눈물을 벅벅 닦아내고 닝의 손을 잡아끌어. 좀 귀찮다는 듯이 돌아선 닝은 잡힌 제 손을 뿌리쳐내. "왜 울어?" 그렇게 묻는 닝의 말투는 걱정보다는 따지는 듯한 물음이야. 그 말에 모니와는 더 울컥하겠지. 하지만 닝이 더 싫어할테니까 어떻게든 눈물을 멈춰보려 해. 그러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눈물이 멈추지 않아. "...헤어지자고 하지마." 모니와는 한참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힘겹게 말을 뱉어냈어. 여전히 차가운 닝의 태도를 보아 그런 말도 소용이 없어보였지만. 꾹꾹 참아내던 울음소리는 이내 펑 터져버려. 아이처럼 엉엉 우는 모니와는 계속해서 말해. 헤어지지 말자고.
4. 후타쿠치 켄지
후타쿠치는 앞서가는 닝의 뒷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화가 날거야.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겠지. 네가 어떻게 그런말을 해? 나랑 같은 마음이 아니었어? 같은 생각하면서. 가끔 닝이 자신을 보면서 난 네 얼굴 보고 만나는거라고 장난치기도 했는데,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었던거지.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씩씩거리며 닝을 따라잡은 후타쿠치는 닝의 손을 콱 붙잡아. 순간적인 고통에 닝이 훽 뒤돌아 후타쿠치를 노려보겠지. 뭐라고 한소리를 하려던 후타쿠치는 닝과 눈이 마주치자 잠시 할 말을 잊어버려. 분명 화가 나긴 하는데 뭔가 다른 느낌이야. 누가 가슴을 쿡쿡 찔러대는 게 아픈 것 같기도 해. "야." 평소처럼 부르는 목소리에 닝이 뭐냐고 물어. "...진심이야? 헤어지자는 거?" 닝은 그렇다고 말해. 후타쿠치는 닝한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지. "싫어." 닝은 할 말 있으면 크게 말하라고 해. 그러자 후타쿠치는 울컥하는 마음에 닝 얼굴에 대고 소리쳐. "너랑 헤어지기 싫다고!" 하지만 닝은 콧방귀를 끼겠지. 닝이 다시 뒤돌아 가려하자 후타쿠치가 다시한번 손을 붙잡아. 닝을 정말 사랑하는 후타쿠치이지만 우는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푹 고개를 숙인 후타쿠치는 어느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해.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내 고개를 든 후타쿠치의 눈가가 붉어져 있어.
5. 이와이즈미 하지메
이와쨩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할 것 같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있어서 뭔가 말로 표현은 못해도 행동은 솔직하겠지. 눈물이 나면 눈물이 나는대로 냅둘 것 같아. 앞서 가는 닝을 저도 모르게 따라가 붙잡지만 충동적인 행동이긴 해도 아프게 붙잡지는 않을거야. 살짝 닝의 손을 쥐고 돌려세운 이와이즈미는 떨리는 마음과는 달리 말은 덤덤하게 할거야. "왜 헤어지자는 건데?" 그 물음에 닝은 그냥 질렸다고 해. 그 동안 사귄 시간이 무색하게 질렸다는 말 한마디로는 이와이즈미를 설득하지 못하겠지. "...내가 뭐 잘못했어?" 두번째의 물음도 덤덤하지만 왠지 좀 조심스러워. 닝은 고개를 휙휙 저으며 아니라고 해. 닝이 생각해도 자기가 잘못하면 했지 이와이즈미가 그럴 애가 아니란걸 알아. "......"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돌아. 닝은 아무생각 없이 그냥 제 신발의 앞코만 내려다 봐. 그와는 달리 이와이즈미는 머리속이 복잡해. 닝을 붙잡기는 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한참 골머리를 앓던 이와이즈미가 천천히 입을 떼. "...헤어지지 않으면 안돼?" 닝은 헤어지지 말자도 아니고 안되냐며 조심스레 묻는 그 말이 이와이즈미 답다고 생각해. 하지만 닝은 이미 마음이 떠났어. 안된다는 대답을 하려던 닝은 곧 입을 다시 닫고 말아. 애써 울음을 참으려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보고 말았거든.
6. 오이카와 토오루
오이카와는 일단 장난스레 찡찡거리며 무슨소리냐고 할거야. 하지만 저를 두고 먼저 걸음을 떼는 닝을 보고 진심이구나 싶겠지. 오이카와는 닝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해. 어쩌면 오이카와는 알고 있었을거야. 자신이 닝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달리 닝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게 아니라는걸. 추욱 쳐져있던 오이카와는 곧 제게서 멀어진 닝을 보며 아차하고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아. 닝을 붙잡기는 했지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 뒤돌아보는 닝의 표정은 이미 마음이 떠나간지 오래인듯 시큰둥 해. 그냥 울어버릴까. 그럼 네가 다시 한번 날 봐줄까? 아니면 여전히 그런 표정일까? 오이카와는 이미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 슬퍼져. 닝을 붙잡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정말 울어버려. 뭐가 그리 서러운지 어깨를 들썩거리며 우는 오이카와를 보며 닝의 표정도 일그러져. 자신이 좋아하던 저 잘생긴 얼굴이 무너지는 걸 보니 닝도 좀 당황스러워. "나, 흑, 너랑, 흐읍, 헤어지고, 싶지, 흐윽, 않아." 뭐라고 하는지 모를 웅얼거리는 소리에 닝은 눈을 찌푸려. 이윽고 오이카와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크게 울음을 터트렸어.
7. 시라부 켄지로
시라부는 뒤돌아가는 닝을 보며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을거야. 닝을 욕하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하는 말이겠지. 자존심때문에 헤어지는 이 순간에도 닝을 붙잡지 못하는 자신이 짜증날거야. 제 입술만 짓씹던 시라부는 제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닝을 따라 걷기 시작해. 이내 그 걸음은 점점 빨라져 뛰어가 닝을 붙잡기에 이르지. 역시나 붙잡지 않는구나 싶던 닝은 저를 붙든 시라부의 손에 놀라서 뒤돌아 봐. 잠시 숨을 고르던 시라부는 닝의 손에 가 있던 시선을 닝의 얼굴로 돌려. 붙잡기는 했는데 대체 무어라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니, 알고는 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아. 해야할 말과는 다르게 또 한번 욕이 먼저 나와버려. 이에 닝은 자기한테 하는 줄 알고 인상을 구기겠지. 닝은 할 말 없으면 놓으라고 손을 떼어내. 하지만 곧바로 다시 붙잡혀. 몇번 서로 손을 떼어냈다 붙잡았다 반복해.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어이가 없어진 닝이 먼저 빽 소리쳐. 그래도 시라부는 눈 한번 깜짝 안하고 애꿎은 닝 손만 꽉 붙잡고 있어. 결국 시라부는 이미 피가 맺힐 정도로 물고 있던 입술을 한번 세게 짓씹다가 입을 열어. "헤어지지 마..." 제 딴에는 큰 결심하고 내뱉은 말이지만 닝에게는 별 소용없는 말일 뿐이야. 닝이 마지막으로 손을 뿌리쳤을때 시라부는 눈시울을 붉히고 또 한번 말해. "헤어지지 말자, 우리."
8. 쿠로오 테츠로
쿠로오는 자기 감정 숨기는 거에 익숙할 것 같아. 항상 닝 앞에서 능글거리고 치대는거 좋아하지만 그것도 제 감정을 숨기기 위한 거겠지. 자기는 원래 그런 사람인 것처럼. 사실은 닝에 대해 한없이 진지하고 진심인데 일부러 가볍게 행동하는 거야. 닝이 헤어지자고 말하는데도 쿠로오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농담하지 말라며 분위기를 풀어봐. 하지만 닝은 장난치는거 아니라면서 딱 잘라 말하겠지. 쿠로오에게서 훽 뒤돌아 선 닝은 저만치 앞서가버려. 쿠로오의 입꼬리를 따라 어깨도 축 늘어져. 쿠로오는 아무렇지 않은척 닝을 따라가서는 닝의 어깨를 살며시 붙잡아. 닝을 부르는 쿠로오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아. 하지만 닝이 올려다 본 쿠로오의 얼굴은 그렇지 않았어. 언젠가 한번 보았던 저 표정은 닝이 쿠로오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에 표정과 같아. 고백을 받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슬픈 얼굴 말이지. 그때도 닝은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어. 왜 저런 표정인거지? 쿠로오도 그때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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