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년후 직업 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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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가 청첩장을 보내왔다.
01.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친구가, 아니 식장 들어가기 반 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 남자로부터 온 청첩장. 당연스럽게도 그 옆 자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네이ㅌ판이나 ㅌ위터에 올리면 적어도 추천수 천 개, 리트윗 이 천은 쉽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드라마틱한 상황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 함께 미래를 꿈꿨던 남자가 다른 여자의 뺨에 입을 맞추며 웃고 있는 모습.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라는 문구.
2019년 5월 11일, 시부야의 한 호텔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자 한단다. 아, 이럴 바에는 차라리 그 자식 사회적 매장시키고 나도 자살할까. 기도 안 찬다는 듯한 눈빛으로 반반한 낯짝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깽판을 굳이 막장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방법으로 쳐야 해?
굳이?
결혼하자는 약속이 오갔던 것도 아니고, 프러포즈를 받았던 것도 아니다. 1년 이상 동거했던 관계도 아니었던지라 사실혼 관계를 내세워 민사를 걸 수도 없다. 그러니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상, 간통 엇비슷한 일로는 법정에 세워 공개적인 수치를 줄 수도 없다는 뜻이었다. 연예인나 유명한 공인도 아니니 평판을 망치겠다는 마음으로, 익명 사이트에 그 악명을 낱낱이 드러낼 수도 없었다.
여자친구 보는 앞에서 버젓이 결혼하겠다고 청첩장 돌리고 있는 위인인데 잠시 쪽팔리고 말겠지.
아. 내 4년.
고등학교 시절, 졸업식 때 바들바들 떨며 두 번째 단추를 건네주던 모습이 귀여워 사귀었던 건데. 이런 앙큼한 짓을 하네.
4년 동안 뭐하러 사귄 걸까. 이러려고 공무원 시험 뒷바라지 해주고, 긴 시간 데이트다운 데이트 못 하면서 그 옆을 지켰던 거였나. 설움이 턱끝까지 올라 왔지만 울고 싶지는 않았다.
이 자식 뭐 예쁘다고 울기까지 해 줘.
복수라도 제대로 해야지.
02.
어떻게 해야 제대로 복수할 수 있을까.
하루종일 머리를 싸맨 결과 "난 네가 떠나도 아무렇지 않다." "땅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그 옆자리 꿰찬 여자분 바가지나 긁지 말고 잘해줘."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이 남은 것처럼 구질구질하게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말도, 억울해 죽을 것 같으니까 민사에서 보자는 법을 무기로 한 협박도, 저 때문에 상처받은 걸 광고하는 것 같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미치도록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그건 나중에 정신과 가는 걸로 합의봤다.
최대한 예쁘고, 화려하게. 민폐 하객처럼 하고 가서 축의금 천 엔만 내고 식권 뽑아다가 뷔페를 먹을 거다. 그 정도의 권리는 있잖아?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속이 따가웠지만 무시하기로 한다. 지금 중요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 10년지기로 알고 지냈던 친구에게 전남친 결혼식 가는 날 머리 좀 만져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거다.
'미와쨩, 진짜 머리 잘 만지네! 프로 데뷔해도 되겠는데!'
'웬만한 동네 미용실 디자이너보다는 내가 나아.'
'나중에 나 결혼할 때 머리도 그럼 미와가 해줘!'
'그때까지 연락하면 해줄게.'
10년지기 친구가 TV를 틀었다고 하면 나오는 cf 여신의 헤어디자이너라는데. 얘 아니면 누구한테 부탁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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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똥차 가면 벤츠 온다더니.
2. 친구 동생이라고 생각해 똥강아지 보듯한 닝과 그런 닝이 첫사랑이었던 카게야마의 얼렁뚱땅 로코
3. 일본은 정말 친한 사람만 결혼식에 초대한다고 합니다. 고로 닝을 초대했다는 건^^
4. 일본 축의금이 평균이 4만엔(한화 40만원)이라네요. 그러니까 천 엔 넣겠다는 건 급이 다른 민폐 하객짓입니다.
5. 칵얌으로 할까 오이카와로 할까 고민했는데... 프로된 오이카와는 해외 리그 뛰니깐^^... 아직 일본에 있는 칵얌으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