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에 친구A를 통해서 친해진 친구B가 있어. 사실 난 소개받았을 때부터 성격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워낙 B가 날 좋아하고 잘해주니까 어찌저찌 어울리게 됐어.
B가 나한테는 지~~~~인짜 착하고 잘해주거든? 물심양면으로 잘해줘. 사소한 거 하나하나 다 기억해주고 챙겨주고 그래. 근데 너무 집착(?)해서 버거운 부분이 있어
1. 개인약속을 다이어리에 적음
나랑 A가 개인약속을 잡으면 언제, 어디서, 누굴, 왜 만나는지 꼬치꼬치 캐물어서 자기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계속 집에 갔냐고 물어. 한 번은 약속 장소에서 나왔더니 기다리고 있더라고.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대.
2. 컴터에 내 이름으로 된 폴더
태블릿pc에 나랑 A 이름으로 된 폴더가 하나씩 있어. 우리 놀러갔을 때나 단톡방에서 주고받은 사진을 모아놓는 건데, A가 여행가서 옷 갈아입는 사진도 안 지우고 뒀더라고. A가 그걸 알고 크게 화냈는데도 폴더는 절대 못 지우겠대. 오히려 내 강아지랑 A동생 폴더도 생겼어.....
3. 지나친 스킨십
나는 타인의 살이 내 몸에 닿는 것 자체를 극혐해. 근데 계속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 비비고 운전할 때도 반바지 입은 다리에 손을 올려. 그래야 안정이 된대.... 내가 싫다고 짜증 계속 내서 안 하긴 하는데 그래도 버릇처럼 나와
4. 감정기복
사람들이랑 있으면 미친 사람처럼 방방 떠 있어서 묶어놓고 싶을 정도인데, 혼자있으면 땅 파고 들어가. 맨날 남한테 돈을 써서 아끼라고 하면 어차피 내년에 죽을 거라 괜찮다고 해. 글고 작은 자극에도 불끈해서 화를 엄청나게 내.
어떻게 친구를 했냐고 하면 그동안은 그나마 더 친한 A가 있어서 괜찮긴했어. 위의 것들도 어느 정도 조율이 됐고. 근데 A가 결혼하니까 나한테 너무 집착해.
주말엔 무조건 나랑 약속 잡으려고 하고 내가 남자라도 만나면 계속 '너는 결혼하면 안돼' 하면서 계속 뭐라고 해. 자기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평생 결혼 안하고 옆에 있었으면 좋겠대. 글고 내가 서운하게 하면 너무 힘들다, 죽고싶다면서 잠수를 타....
솔직히 나는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까지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서 걔를 내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하거든? 다만, 내가 뭐라고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게 안쓰러워서 같이 잘해주려고 했어. 엄마도 외로운 애인 것 같다고 잘해주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고.
근데 이젠 지쳐.... 나한테 아무리 잘해줘도 같이 있으면 힘들어. 나 진짜 감정기복 없어서 대학교때부터 별명이 수수깡, 대나무 이런 건데 처음으로 얘 때문에 감정적으로 휩쓸리고 있어.
잘해주는 애라서 죄책감도 드는데, 이 관계 끊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