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올해 스무살이고 나랑 두살 차이남. 공고 다니면서 공기업 준비 했었는데 떨어져서 취준 한다고 대학도 안가고 집에서 반년째 노는중이야. 주말에는 알바하고 평일에는 게임하고 친구들이랑 술 먹고, 낮잠 자는 거 밖에 안함. 공부하는 모습 일절 못 봤고 그렇다고 집안일 돕는 것도 아니야.
나는 대학교 다니고, 엄마는 직장 다니는데 집안일 대부분 내가 함. 빨래, 청소, 설거지 다 내 몫이고. 곧 졸업이기도 하고 나도 혼자서 집안일하는 거 힘들어서 집에서 노는 남동생한테 니가 먹은 그릇이랑 빨래라도 직접 하라고 했거든? 근데 나는 남자잖아~ 이런식으로 장난으로 넘기고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거 열 받아서 좀 뭐라고 했거든? 근데 열 받아서 집 나갔어.
내가 잘못한거야? 솔직히 그 정도 말은 누나로서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엄마한테도 동생 붙잡고 진지하게 타이르라고 몇번이나 얘기 했는데 남동생이라 겁 난다고 맨날 회피하고 흐지부지 넘어갔거든.
아빠는 원래 남동생하고 사이 좋기도 했고 작년에 교통사고 나서 지금도 입원중이라 거의 우리한테 신경 못 쓰는 중이고.
가끔 취업은 어떡할건지, 군대는 어떡할건지 물어봐도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신경 끄라는 식으로 얘기 하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집에서 게임하고, 친구들이랑 술 먹느라 공부는 전혀 안하고 한량처럼 지내는 거 한심하기도 하고.
스무살이라 친구들이랑 놀고 싶은 마음 이해해서 지금까지 거의잔소리 안하고 내버려뒀는데 걍 계속 내버려 두는 게 맞아? 솔직히 나는 엄마가 자꾸 동생이랑 진지한 대화 안하고 회피 하는 것도 방치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