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잘 놀아주지 않는 아빠 엄마 밑에서 자랐어.
부모님과 사이가 어색하냐면 아니야.
엄청 잘 까불대고 사이도 좋고 편해. 근데 그냥 잘 놀아주진 않고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셨어.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언니가 제일 좋아지기 시작했어.
할아버지는 혼낼 때 무섭고 할머니는 인자한 할머니셨는데도 마냥 언니가 좋았어.
언니한테 의지를 많이 했던 거 같기도 해. 언니만 졸졸 따라다니고, 언니가 하는 거 같이 하려고 하고.
언니가 가족을 잘 챙겨주는 성격이기도 하거든. 전에 싸울 땐 가족이어도 한 순간에 남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항상 먼저 말을 걸어오고 먼저 화해를 시도해.
내가 힘들 때가 있었는데 30분 거리에 내가 따로 살던 때에. 언니가 내가 전화로 힘들다고 우니까 그 밤에 와서는 맛있는 거 챙겨주고 위로해주고 가고..
난 그런 점 때문에 언니가 더더 좋아지고 더 애착이 심해지는 거 같아.
사실 내가 모자란 것도 한몫 해.
나 좀 덜렁대고, 뭐든 잘 잊어버리고, 실수도 잦거든.. 그래서 실수로 인해 자존감도 낮고.가끔 난 내가 '경계성지능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정도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 친구는 있는데 2명정도.
어쨌든 그래서 내가 언니한테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고, 언니한테 의지도 많이하고, 붙어있으려고 하니까 언니가 너무 답답해 해.
귀찮아 할 때도 많고, 좀 오바스럽지만 고등학생 때는 언니가 혼자 자고 싶다했을 때 너무 외로워서 문 앞에서 운적도 있어.. 고등학생이.. 나도 알아. 무슨 애같고, 한심해보이고. 나도 내가 쪽팔려.
왜 이러지? 싶어. 내가 정상이 아닌 거 같아. 남들 보면 언니랑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고, 현실자매처럼 지내기도 하면서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기대고 힘도 되어주던데.
나도 그러고 싶어..
근데 언니가 없으면 너무 외로워. 언니 남자친구도 있어서 몇 년 안 가서 결혼하는데 아직도 이꼴이야.
물론 지금은 한심하게 울진 않아. 울고 싶긴 한데 성인 되어서도 이러면 진짜 한심한 거 아니까 맨날 꾹 참아.
이런 고민 쪽팔려서 친구한테도 못 털어놔..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담이라도 받아야 할까..?
상담받을 때 그 사람이 날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무섭고, 뭐 이런 게 다 있지? 하고 생각할까봐 두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