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친구의 범주를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면서 교류를 이어가는 정신적인 동료로 규정한다면 난 친구가 한 명도 없음. 단 한명도. 나는 스스로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음. 번거롭고 귀찮을뿐.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필연적으로 서로의 생각. 즉 감정의 흐름과 상태를 읽기 위해 들어가는 정신적인 소모가 있음.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상대가 내보내는 이런저런 정보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취합해서 나의 행동과 말을 골라 나가야 하는데 그 안에 배려라는 이름의 인간성과 예의가 존재해야하니 굳이 그렇게 까지? 싶음.
뭐, 친구라는건 사실 이런 요소들을 무시하고 편하고 유쾌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라는 건 알지만 친구라는 미명 하에 온갖 무례를 저지르는 불쾌한 인간들을 나는 원하지 않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으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분업과 전문화가 이루어지고 인프라가 구축된 현대사회에선 어느 정도 퇴색 된 감이 있음. 가족의 규모가 축소 된 것도 같은 맥락이고. 의도적으로 타인을 배제하는건 아니지만 다가오는 것도 딱히 바라지 않고 떠나는 것도 개의치 않음.
나는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거나 불편하다는 감각 자체를 느껴본 적 자체가 없음. 여유롭게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게 가장 행복하고 충실함.
결정적으로 `무의미`하게 에너지를 할애해가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굳이 그런데 시간과 정신을 소모하지 않는게 더 건강한 삶이라고 봄. 그리고 애인은 내가 그 사람을 위해 하는 고민과 소모를 의미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니 괜찮은거고. 그 정도면 충분함. 내 바운더리는 어차피 한계가 있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늘려서 중요한 사람들에게 쓰일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