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가위라곤 겪어본 적 없는 체질이었지만 본가가 시골 어느 구석 빌라로 이사를 가고 나서부턴 눌리기 시작했어
그 집에서 자더라도 꿈에서 가위 눌리는 장소는 맨날 달랐음 어릴 때 처음 살던 집 혼자 타지에서 처음 자취한 원룸 등
눌릴 때 겪는 일도 매번 달랐지 언젠 시끄러운 환풍구 소리가 들리고 언젠 내 몸 위에 올라와 있는 형체가 보이고 또 언제는 벽에서 아주아주 긴 머리카락이 나옴
단순하게 생각해서 본가가 시작점이었으니 본가를 떠나면 ㄱㅊ을 줄 알았는데 새로 구한 자취방에서도 계속 눌리더라
처음엔 신경 안 썼지만 가위라곤 전혀 관련 없던 내가 갑자기 밥 먹듯 눌리니 희한해서 아빠한테 털어놨음 근데 사실 이사한 본가 건물 자체가 예전에 장의사들이 살았던 곳이라 하더라고
옆이 종합병원에다 장례식장 근처긴 했어 내가 새로 구한 자취방은 무당촌이었고 확실히 터 문제가 중요하긴 하네 싶었지
근데 이 정도 겪으면 걱정할 법 한데 걱정은 안 됐음ㅋㅋㅋ 미신 안 믿어서 가위도 그냥 나이 먹고 수면 장애 얻었구나 생각함
그래서 그 날도 평소처럼 가위 눌렸단 사실 알았을 때 별 생각 없었어 그냥 일상이었으니까 아 또 안 움직여지네 피곤한데 이대로 더 자야지 이러면서 계속 눈 감고 누워 있었어
그 가위에선 머리 뒤쪽에서 어떤 사람 형체들이 날 둘러싸고 있더라 가위 눌려본 사람은 알 거야 눈을 감고 있어도 주위가 보이는 거 그때 내가 그랬음
형체들이 뭐라뭐라 하는 것 같은데 소리는 안 들렸어 근데 사람이 좀 이런 일 생기면 궁금하잖아 무의식적으로 어느 새 걔들이 뭐라 하는 건지 궁금해서 집중을 하게 됐는데 뭔가 내 몸으로 뻗쳐 오려는 거 같았음
그 순간에 제일 떨어져 있던 형체가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마 건드리지 마
세 번 외침
그러자마자 전부 사라졌어
진짜 허무맹랑한 소리 같지만 그 외침 들었을 때 아 수호신이란 게 있다면 쟤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들었음 그 뒤에 바로 잠들어서 더 생각할 틈은 없었지만 ㅋㅋㅋㅋ
신기하게 그 일 있고 나선 가위 안 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