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경비 할 거 없음
연휴 명절때 주차 지원 정도 말고는 진짜 한가함 뭐 그만큼 박봉이지만
1년 가까이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조문객들이 많음
그냥 말없이 수시간을 서있던 사람들은 흔하고, 납골당 와서 아버지 유골함 앞에서 수능 가채점 하던 재수생, 동생 유골함 앞에서 게임하던 잼민이, 혼자 하늘로 공 던지며 캐치볼하던 남성분
원래 처음 일했을 때는 조문객들한테 말 절대 안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열하거나 하면 물 가져다 드리고, 수건 챙겨드리고 하다 보니 그냥 혼자 조문 온 사람들이랑 눈 마주치면 인사하고 햇음
그러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랑도 대화했는데
재수생 친구는 재수 도중 아버지 돌아가셔서 아버지 유골함 앞에서 가채점 하러 왔다더라 수능 시험장이랑 거리가 꽤 먼 곳이어서 내 기억상 금요일인가 주말에 왓음 여기 와서 채점한다고 아직 안매겨봤다는데 같이 가채점 했는데 성적이 엄청 잘나와서 같이 기뻐했던 기억이 남
잼민이는 동생이 소아암으로 죽었는데 부모님이랑 같이 왔거든 근데 부모님 보고 자기가 동생이랑 둘이 있고 싶다해서 부모님 커피 마시러 갔음 부모님이 가면서 나보고 혹시 모르니까 좀 봐달라고 함
멀리서 보는데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게임하길래 난 그냥 혼잣말 하나 했는데 가까이 가서 들으니까 동숲 하면서 동생보고 이게 ~~이야 하면서 설명해주고 있더라
내가 쳐다보니까 인사해서 나도 말걸었는데 가장 놀랐던건 11살인데 죽음을 이해하고 있더라 자기말로는 그래서 동생이 죽었을때 안슬펐대 이미 그전에 다 슬퍼해서 더이상 슬퍼할게 없었대 치료할 때 동생이 너무 아파해서 차라리 죽는게 더 나을거라는 말을 11살짜리한테 들을 줄을 몰랐다
혼자 캐치볼하던 남성분은 나보다 형이었는데 같이 담배피면서 얘기하니까 아버지가 어릴때 같이 캐치볼하고 그랬는데 몸 안좋아져서 한동안 못했다더라 다음에는 내 글러브도 챙겨와주기로 했다 LG팬이라던데 올해도 우승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