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결혼한 장모 씨(32)는 결혼식 때 입을 드레스를 빌리면서 100만 원의 대여료 외에 6만 원의 ‘피팅비’를 따로 냈다. 빌릴 드레스를 미리 입어보려면 다섯 벌당 3만 원을 따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장 씨는 “그나마 추가 비용이 적은 곳을 고른 게 이 정도다”며 “결혼 서비스에 쓸데없는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이용해 본 서비스가 아니다 보니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운 데다 평생 한 번뿐이라는 생각에 다들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당한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추가 요금을 안 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예비부부를 울리는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갑질 약관이 무더기로 적발, 시정됐기 때문이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18개 결혼 준비 대행업체의 약관을 심사해 6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대행업체는 개별 사진 촬영업체·드레스샵·미용실과 제휴를 맺고 소속 웨딩플래너를 통해 스드메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업체다. 예비부부 절반 이상이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격과 서비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계약’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약관에는 마땅히 받아야 하는 서비스를 ‘옵션’으로 정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한 조항이 포함됐다. 웨딩드레스를 미리 입어보려면 피팅비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드레스를 입어보지 않고 대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를 별도의 유료 옵션으로 정한 것이다.
대행업체들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파일로 받을 때도 최소 44만 원의 비용을 물리고 있었다. 점심 시간대 예식을 위해서는 아침 일찍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는데도 ‘얼리 스타트 비용’이라며 요금을 또 매겼다. 이런 식으로 대행업체가 추가 요금을 받는 옵션은 20~30여 개나 됐다.
이런 이중 요금체계는 가격을 낮아 보이게 해 예비부부를 부당하게 유인하는 데다, 결과적으로는 예비부부들이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비교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실상 필수적인 서비스인데도 소비자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하고 있었다. 이런 이중적인 요금체계가 대행업체들의 약관에 예외 없이 담겨 통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사진 파일 구매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 스타트비가 기본 제공 서비스에 포함되도록 약관을 고쳤다. 만약 이 같은 불공정 약관이 계속 사용되면 시정 명령을 거쳐 고발까지 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또 추가 요금을 ‘별도’라고만 표기하거나 위약금 세부 기준을 담지 않은 조항, 과도한 위약금을 매기는 조항 역시 적발해 시정했다.
이번 조사는 그간 소비자 피해 사례가 많았던 대형 업체들을 위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업체가 유사한 불공정 약관을 두고 있다면 신고 또는 직권으로 시정할 계획이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