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 빚 때문에 아빠 엄청 바쁘셨는데
2~3개월에 한 번이라도 어떻게든 시간 내서 우리라 추억 쌓았어.
하다못해 지금은 학교 안 가는 게 당연한 토요일에
아빠가 데리러 와서 꽃 보러 가고 큰 공원 가서 놀았음.
청소년 됐을 땐 사춘기가 와서 전보단 많이 서먹했었지만
밤늦게 학원에서 공부하면 간식 바리바리 싸와서
우리 얼굴 한번 보고 가고 그랬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게 8살 때 토요일에 학교 마치고
운동장 뛰어가는데 아빠가 정장 입고 나랑 언니 부르면서
과자 싸들고 뛰어 오라고 팔 벌리던 모습임.
나 수학 28점 맞은 날에도 아빠가 화나 보이긴 했지만
티 안내고 너는 컴퓨터 잘 다룰 줄 아니까 괜찮다고
나 손 잡고 컴퓨터 학원 등록 시켜서 지금은 컴퓨터 관련 일하고 있고
언니는 공부 나보다 못해서 항상 시험지를 숨겼는데
언니의 숨긴 시험지를 발견했을 때도 아빠는 화 안내고
넌 날 닮아서 그림 잘 그리니까 괜찮다고
아빠가 그림 쪽으로 많이 밀어줘서 디자이너하고 있음.
아빠가 엄청 화냈던 날은
언니가 바람 핀 남친때문에 술 먹고 뻗어서
길가에 쓰러져있다는 전화 받고 나갈 때 엄청 화냈는데
정작 언니 데려와서는 토한 거 다 정리해주고
다음 날 아침엔 손수 국 끓여주고 꿀물 타줌..
근데 엄마는 항상 너네 아빠는 아빠로써 최고지만
남편으로썬 꽝이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