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신뢰 바람 거짓말 등등 여러 문제로 싸우고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어
헤어지고 나니까 서로 더 잘 지내지더라 싸울일도 없고 애인이라는 꼬리표만 없이 그냥 익숙한 친구처럼...
동거했었는데 헤어지고 바로는 못 나오고 한 달 더 있다가 같이 나는 본가로 들어왔거든
본가 오고나서 바로 연락 끊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나랑 안보고는 못지내겠다고 잡았어
다시 만날 자신은 없다고 근데 날 잃을 순 없대
그냥 그렇게 퇴근하고 밥도먹고 가끔 같이 살던 그 집 가서 친구처럼 지내는 거에 나도 익숙해져가더라 정신은 피폐해지면서
만약 내가 본가 들어오고 서로 시간 가졌을 때 노력할테니까 다시 만나자고 했으면 바로 잡혔을거야
내가 그렇게 상처받았으면서도 애정이 사라지기는 커녕 매일 더 심해지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반복되니까 내 정신이 점점 망가지더라고
애인은 아닌데 애인처럼 매일 여전히 모닝콜하고 퇴근하고 기다리고 손잡고 밥먹고 일상공유하고 서로 아는 추억이 그렇게 많은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이렇게 지내는 게 내심 안심되면서도 갉아먹힌 것 같아
이렇게라도 평생 볼 수 있겠지, 싸울일은 없으면서도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지내는거에 익숙해지다가 어느순간 전여자친구 존재만 떠올려도 눈물나고 숨막히고 공황이 왔어
걔가 나 없이 살 수 있을까 걔도 무너질 것 같은데 그걸 떠올리니까 진짜 내가 무너질 것 같았어 위선이겠지만
내가 앞뒤 손익 재지않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부분이 많았어서 지금 나 자신을 이 사람의 보호자로 인지하고 있어서 이렇게 한없이 포기하면서도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나를 너무 돌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슬퍼지고 충격받고...
주말에 또 힘들어하다가 결국 병원 다니기로 했어
만나서 얘기하거나 대화를 하면 분명 또 결심이 무너질 걸 알아서 처음으로 메세지 보내놓고 다 차단했어
나 잘한 거 맞다고 해줘... 그러고도 첫 눈 쌓인 거 보고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한 내가 너무 걱정스럽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