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묫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친가 쪽에서 그냥 뿌려드렸는데 이렇게 하면 노해서 우리 막내한테 돌아온다고 그래서 엄마가 우리한테 오는 건 너무 끔찍해서 굿했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배고파한다고 계속 떠돌아다녔다고 갑자기 무당이 걸신들린 거처럼 거기 차려진 신당 차례음식을 다 쓸어먹으면서 다 먹고 엄마한테 자기가 너무 미안하다고 이런집에 와서 인생 망쳐서 미안하다고 그런데도 우리 외할아버지가 자기 너무 잘 챙겨주신다고 하고 끝났다는데
이 얘기 듣고 종교를 믿는 것도 사주 기도 그런 거 하나도 안 믿었는데
그냥 거짓말이라도 할아버지한테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거야
생전에 못 걸어다니시는데 우리 엄마가 그래도 모시고 바다보러가고 꽃축제같은 곳 데려가드리고 생신때는 밥 차려서 밤에라도 가져다드리고 했는데
이혼 하기 2-3년 전부터 그 어떤 날에도 안 찾아가고 돌아가시기 직전에 의식도 없는데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두시간 뒤에 돌아가신게 생각나서 너무 슬프더라
마지막에 한번만 더 봤으면, 우리가 우겨서라도 납골당에 모셨으면 괜찮았을까
할아버지 가끔 보러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