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이 뭔지 모르겠지 너는
로니는 나한테 사랑밖에 몰랐으니까.
미워하는 것도 모르고 섭섭할 줄도 모르고 바보야.
내가 맨날 늦게 와도
그 때마다 카니를 로니보다 먼저 불러도
병원갈려고 안아도 늘 포옥 머리를 파묻던 너.
이렇게 작았었네.
정말 이렇게 작은 널
좀 더 오래 안아주는 건 진짜 쉬운 일이였는데.
그게 뭐라고.
로니가 처음 올 때 요만했거든.
조각케이크 상자 같은 데 핫팩 하나 붙이고 그 위에 얹었더니 핫팩이 폭 가려지는 크기였어.
삐약거리던 로니가 일주일 있으니까 야옹을 하고
제법 사냥놀이도 하고 카니한테 화도 내고
밥도 먹고 하는 게 진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
무슨 짓을 해도 단 한 번도 나한테 하악을 안 하던
다정한 로니랑 같이 있으면
나도 그 반 정도는 따듯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됐어
젖은 빨래같이 와서 추우욱 엎드려있으면
종아리랑 허벅지를 지나 내 등 위에 올라와
날 뽀송하게 데워주던 로니 식빵
변형문제 만들려고 그러면 모니터 앞에 앉아서
젤리손으로 퐁퐁 문제 막 골라주던 로니 조교
배고파도 야옹 야옹 날 깨우지 못하고
그저 가슴 위에 앉아서 골골거리며 내 얼굴을 핥기만 하던,
거울로 빛을 막 옮기는 사냥놀이를 젤 좋아하지만
막상 장난감을 물면 또 깜짝 놀래서 도망가는
아마 이 지구에서 제일 애교도 겁도 많을 내 고양이.
내가 제일 좋아한 음악인 그 조그만 야옹소리를 내며
내 손에 처음 기대 자던 날,
언젠가 너로 인해 이렇게 슬퍼질 거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게 이렇게 금방일 줄은 몰랐어.
이제 딱 처음 올 때 너만한 상자가 됐어.
근데 딱딱하고 차가워. 아무 소리도 못 내고.
다 갑자기다 그치
소중한 게 사라지는 데엔
충분한 준비 같은게 어차피 말도 안되는 거라서
애초에 그럴 시간도 안 주는 걸까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이제 다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난 니가 있어서
지금 이 슬픔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했었어
앞으로도 다정함이 필요한 날이면
니가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