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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장에서, 미야 아츠무와 미야 오사무는 서로를 향해 눈덩이를 던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오사무! 니 진짜 느리네! 내 눈덩이 하나도 못 피하제?"

아츠무가 눈덩이를 던지며 웃었다. 오사무는 이를 갈며 대꾸했다.

"웃기지 마라, 아츠무! 니는 어디다 던지는데?"

스나 린타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손을 비비며 보고 있다가, 갑자기 두 사람의 전쟁에 합류했다.

"너희 둘만 재밌게 놀면 재미없잖아. 내가 좀 균형 맞춰줄게."

스나는 정확하게 오사무의 등을 겨냥해 눈덩이를 던졌다.

"어, 오사무 생각보다 맞추기 쉽네."

오사무는 스나를 향해 눈을 던지며 소리쳤다.

"스나! 니 왜 내한테 떤지냐고!"

아츠무도 웃으며 스나와 함께 오사무를 집중 공격했다.

세 사람은 한동안 서로에게 눈덩이를 던지며 놀았다. 하지만 눈덩이 한 개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세 사람 모두 던지던 걸 멈추고 그 눈덩이의 행방을 지켜보았다.

눈덩이는 정확하게 키타 신스케의 얼굴에 명중했다.

순간, 운동장은 얼어붙었다. 세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은 채 키타를 바라보았다. 키타는 눈을 깜빡이며 손으로 얼굴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누가 던진 거지?" 키타가 차분히 물었다. 그 차분함이 더 무서웠다.



 
글쓴닝겐
겨울 한파가 몰아친 날, 미야 아츠무, 미야 오사무, 그리고 스나 린타로는 기숙사 방 하나에 모여 난로를 중심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방 안은 따뜻했지만, 바깥 날씨처럼 차갑고 뻑뻑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츠무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 나, 진짜 이거 할까 말까 고민된다."

오사무는 누워있던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
"뭔데? 또 니 혼자만 진지하게 생각하는 거잖아."

스나도 몸을 기울이며 관심을 보였다.
"너 또 이상한 계획 짜고 있는 거 아냐? 이 시간에?"

아츠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거든. 내 매니저한테 크리스마스 데이트 신청하려고."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오사무는 아츠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매니저한테? 택도 없는 소리하지마라. 차이고 질질 짜겠네"

"웃기지 마라, 오사무!" 아츠무가 언성을 높였지만, 얼굴은 이미 불타오르는 듯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럼 보내봐. 우리도 구경 좀 하게."
스나가 장난스럽게 던지자, 아츠무는 입술을 깨물며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럴 리가 있냐! 나도 자존심 있거든."

그 대답에 스나와 오사무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아츠무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한 번 차이면 끝이야. 이왕 할 거 깔끔하게 가자."
"스나 말이 맞다. 차이는 것도 경험이거든. 니도 나중엔 웃으면서 얘기하겠제."

아츠무는 속으로 고민하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문자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 크리스마스인데, 혹시 시간 되면 나랑 데이트할래?]

"됐나?" 아츠무가 물었다.
"허접하긴 한데.. 뭐, 보내봐."
"그래, 보내라!"

심장이 쿵쾅거리는 가운데, 아츠무는 문자를 보냈다. 방 안에는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휴대폰이 삐삑 소리를 내며 답장이 도착했다.

"싫어요."

그 답장을 읽는 순간, 오사무는 복부를 잡고 바닥에 굴렀고, 스나는 웃음을 참으려다 결국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폭소를 터뜨렸다.

13시간 전
글쓴닝겐
그때, 체육관 문이 덜컥 열렸다.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키타 신스케였다.

키타는 여느 때처럼 평온한 표정으로 들어왔는데, 그의 한 손에는 깔끔하게 포장된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어, 키타 선배. 그 케이크 어디서 났어요?" 오사무는 금세 케이크로 시선을 돌리고 군침을 삼키며 물었다.

"매니저가 준 거다." 키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방금 전까지 조롱하던 스나와 오사무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아츠무의 표정은 굳었다.

"뭐… 뭐라고요?"
아츠무는 어색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매니저가 준 거라니까. 오늘 연습 끝나고 크리스마스니까 다 같이 먹으라고."
키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스나는 눈치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숨을 헛삼켰다.
"와…~"

오사무도 고개를 끄덕이며 얄밉게 말했다.
"아츠무, 니 방금 전에 매니저한테 시원하게 까였잖아. 근데 알고 보니 매니저는 키타 선배한테 마음 있었나본데?"

아츠무는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키타에게 물었다.
"키타 선배, 매니저가 뭐라면서 줬어요? 뭐 특별한 말 없었어요?"

키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냥 '키타 선배, 항상 고생 많으세요. 크리스마스니까 다 같이 드세요'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츠무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 끝났다. 내 크리스마스, 완전 박살 났다…"

스나와 오사무는 다시 웃음이 터졌다. 스나는 아츠무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괜찮아, 아츠무. 네가 차였어도, 적어도 매니저가 니 얼굴 보고 웃지는 않았잖아."

13시간 전
글쓴닝겐
웃음으로 가득한 체육관을 뒤로하고, 스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꺼냈다. 매니저가 체육관에 오지 않은 게 내심 걸렸던 그는,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스나 린타로]: 케이크 같이 먹지, 왜 그냥 갔어?]

메시지를 보낸 뒤 스나는 잠시 기다렸다. 여전히 체육관에서는 아츠무를 놀리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조용했다. 곧이어 매니저의 답장이 왔다.

[매니저]: 내가 껴도 되는 자리야?]

그 메시지를 보는 순간, 스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바로 답장을 쳤다.
[스나 린타로]: 당연하지. 지금 어디야?]

답장은 금세 왔다.
[매니저]: 학교 앞 버스 정류장 근처야.]

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나 린타로]: 거기 있어. 내가 금방 갈게.]

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츠무와 오사무는 여전히 키타의 케이크를 두고 웃음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도 스나가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스나는 코트를 걸치며 체육관 문을 열었다. 문 밖으로 나서자 차가운 겨울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체육관 안의 소란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고요한 밤이었다. 그는 매니저가 있는 버스 정류장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1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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