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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썼던 쓰니인데 지난번엔 사건이 발단되고 싸우기 시작한 단계라 격앙된 상태였어. 지금은 생각 정리한 상태에서 다시 쓰는 글이야
결혼 전제 동거 2주 차고, 며칠간 차분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예랑이가 사회적 소통이 어려운 게 아닌가 싶어
태어나서 한번도 바뀐 적 없는 intp이라고 했는데 사귀기만 할 땐 단순히 T적 모먼트가 강하다,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이구나
나도 T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되고 앞으로 차차 맞춰가면 되겠지 싶었어. 내가 고쳐줬으면 싶은 부분을 얘기하면 인정하고 바뀌려는 노력도 많이 보였고
그런데 확실히 사귀기만 하는 거랑 생활을 함께 하는 건 다르더라. 결정적으로 감정이 부딪히는 순간이 오니 이 사람은 사회적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게 체감이 됐어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뭐든 조금만 배우면 금방 깨우치고 학원 강사도 했던 사람이라 그런 쪽으론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
나도 이 사람이 아스퍼거라고 확정지은 건 아니지만(이건 전문가들도 진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하고 나도 여기에 동의해) 아스퍼거 경향이 보인다 정도로 말하고 싶어
내가 내린 결론은 확실히 '일반적인 감정 교류가 가능한 사람이 아니다'야
지금도 예랑이는 나랑 싸웠던 것에만 완전히 몰입해서 그 생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
내가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인데다 마감일에 밤새는 게 일상인데 어제도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쉬지 않고 일하다가 오늘 아침에 쪽잠자고 있었거든
그런데 예랑이가 자는 내 얼굴을 만지길래 살짝 깼더니 대화 언제 할 거냐고.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말을 하더라고. 나 아까까지 밤샘 작업한 거 다 봤으면서... 나 마감하는 시간 알텐데 조금만 기다려주지
화도 안 났고 그냥 아... 했어. 이 사람은 정말로 자기 자신이 우선이구나 내가 이 사람과 결혼하면 다 감수하고 일일이 알려주는 삶을 살아야겠구나
난 아무래도 파혼 해야될 것 같아. 아직 웨촬은 예약 안했고 동거하느라 가족들로부터 혼수를 받은 상태긴 해. 신혼집에 옵션들이 많아서 예랑 집에서 건조기, 우리 집에서 소파랑 TV 받았어
식장도 예약금 75만원 지불했는데 수수료로 날려야할 거고
다음 주말이 상견례인데 이것도 취소해야 되고
신혼집 이사 끝낸지 2주 밖에 안됐는데... 지역 특성상 1년 치 연세를 이미 지불한 상황이라 이것도 해결해야 하고
많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라 나도 너무 혼란스럽다. 그런데 진짜 같이 생활하지 않았다면 캐치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 아스퍼거인 거 모르고 결혼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사례가 많은 게 왜 그런지 공감되더라
뭣보다 예랑이랑 시댁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예랑이의 친형님이 경증 자폐셔서 예랑이가 아스퍼거인 것 같다는 말을 섣부르게 하기도 너무 조심스럽고, 예랑이가 인정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성격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좋을까... 너무 혼란스럽다 조언을 부탁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