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규 집에 도착해서 내내 머리 붙잡고 있다가 화면 속에 있는 꽃 빤히 보고 있을 듯 연준이 팔목에 있던 그 꽃임이 분명해서 머리 맞은 듯이 멍해지는데 설마 아니겠지 아니겠지 속으로 생각할 것 같다 생일이 같은 사람이 연준이의 첫사랑이겠지 싶다가도 정신 못 차릴 듯 신경 쓰지 말자고 겨우 마음 다잡고 직장 생활하면서 자기 할 일 하며 사는데 연준이한테 톡 올 것 같다 범규가 거짓말로 말한 이름인 인규를 부르면서 인규야 타투 받으러 안 와? 하고 단조로운 말투인데도 놀리는 게 분명한 걸 보니 뒤에서 웃고 있을 게 상상이 가서 더 귀가 빨개지고 정신 혼미해질 듯
범규 결국 생각하다가 연준이 샵으로 찾아갈 것 같다 연준이가 생각은 좀 해 봤냐고 물으면 저 받을래요 타투 할 것 같다 연준이 고개 끄덕이고 범규 데려다가 앉히고 생각하고 온 도안 있냐고 물을 듯 범규는 잠시 생각하다 문구 새기고 싶다면서 연준이 패드에 자신이 직접 글자 쓸 것 같다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연준이 고등학교 올라가는 범규한테 알려 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 구절 중 하나일 것 같다 그 문구 알아 본 연준이가 범규가 꾹꾹 눌러쓴 문구 빤히 보는데 범규가 이걸로 할래요 할 듯
연준이가 범규한테 후회 안 하냐고 물으면 범규가 후회해서 하는 거예요 안 잊으려고 라고 할 것 같다 연준이 그 말이 자신을 만난 게 후회될 일이었구나 생각하고 표정 굳을 듯 그래도 범규가 한다니까 도안 작업하는데 내내 표정 안 좋을 것 같다
범규 타투 받는 날까지도 연준이 표정 안 좋을 듯 불구하고 떨지 말라면서 달래 주고 작업 받으려는 범규 손에 인형 하나 쥐여줄 것 같다 아프면 쥐라면서 주는 인형이 연준이 표정이랑 대비돼서 범규 웃음 터질 듯 연준이가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물으면 형이랑 하나도 안 닮았어요 하면서 웃을 듯 그 모습 보고 자신도 풀어져서 웃을 것 같다 연준이 범규 작업해 주는데 초반엔 아파서 입 꾹 물고 인형 터뜨릴 기세로 세게 쥐고 있을 것 같다 연준이 긴장 풀어 주려고 일상 대화할 듯 오늘 밥은 뭐 먹었냐 내일은 뭐 하냐 이런 단순한 것들
그런 질문들 던지다가 연준이가 물을 듯 이 말을 왜 후회하냐고 가볍던 문장들이 끝나고 묻는 말은 무게감이 살짝 실릴 것 같다 범규 그 말 듣고 얌전히 생각하다가 형한테 연락 좀 자주할걸 하고요 그래도 이거 새기면 형 자주 보러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요 할 것 같다 연준이 가만히 듣다가 아무런 답 안 하고 마저 작업할 듯
범규가 연준이가 받는 오늘 마지막 손님이라 범규 작업 끝내고 연준이가 마감하면서 범규한테 밥 먹으러 갈래? 할 것 같다 범규 그럼 그러자고 할 듯 샵 문 닫고 범규랑 같이 걸으면서 범규 모습 보는데 어릴 적 자신이 보던 범규 모습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하나도 안 컸네 할 것 같다 그럼 범규 가던 길 딱 멈추고 설 듯 연준이는 바로 옆에서 같이 걷던 애가 없으니까 고개 돌려서 범규 보는데 다 컸거든요? 봐요 하면서 자신이 입고 있는 정장 손으로 툭툭 칠 것 같다
연준이 그 모습 보고 웃음 터져서 어 알겠어 빨리 와 형 배고파 하면 범규 그제야 웃으면서 연준이한테 달려갈 듯 그 달려오는 아이가 연준이의 첫사랑이 아직 이어져 있다는 듯이 사랑스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