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윤석열 대통령이 1년 9개월 만에 드디어, 기자회견을 한다. 이렇게 이례적으로 느껴질 일인가 싶지만. 회견을 앞둔 윤 대통령에게 ‘참고서’를 하나 권한다.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의 기자회견이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계의 새로운 판도를 열었다. ‘국힙원탑(대한민국 래퍼 중 최고) 민희진’을 추앙하는 영상이 줄을 잇는다. 민 대표의 말에 비트를 섞은 것들이다. ‘원조’인 생중계 영상은 각 조회수가 150만 건을 웃돈다. 쇼츠도 각양각색. 심지어 민 대표 옆에 섰던 변호사들의 ‘웃참(웃음 참는) 순간 모음’도 떴다. 회견을 본 사람들은 댓글로 안 본 이들을 끌어당긴다. “웬만하면 풀(full)로 보는 걸 추천함.” 이런 회견이 최근 몇 년 새 있었나.
왜일까. 기자회견 취재 22년 경력의 기자가 분석해봤다. ①끝장을 봤다. 민 대표의 회견은 2시간 15분간 이어졌다. 마이크를 끈 뒤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대화한 시간까지 치면 3시간짜리 회견이었다. 드문 일이다. 유명할수록, 고위 인사일수록 회견문만 읽고 질문은 받지도 않은 채 퇴장하기 일쑤니까. 그건 기자회견이 아니다. 낭독회다. 질문 몇 개만 골라 받는 것도 요식행위로 보이기 십상이다. 회견의 알맹이는 문답이다. 민 대표는 자신의 얘기도 충분히 했지만, 질문도 충분히 받았다.
②‘퍼포먼스’를 했다. 기자회견이 법정을 대신하진 못한다. 애초에 여론에 호소하고 대중을 설득하려는 게 주요 목적이다. 정치적인 도구라는 얘기다. 정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솔직함이다. 민 대표는 그걸 보였다. 독백에 방백, 눈물까지 총동원해 이런 ‘랩’을 소화했다.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이 ‘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내가 니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처마시냐, 골프를 치냐.” 여기에 붙은 베스트 댓글 중 하나는 이거였다. “살다 살다 기자회견 보려고 치킨 시킨 건 처음이다.”
③틀을 깼다. 그는 입장부터 눈길을 잡았다. 대다수는 그가 무채색의 정장 차림을 하리라고 예상했을지 모른다. ‘유감 기자회견’의 정석 같은 복장 아닌가. 그러나 그의 ‘회견룩’은 녹색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볼캡. 알고 보니 뉴진스의 새 싱글 앨범 콘셉트였다. ‘예의 없다’가 아닌 “일하다 온 것 같다”, “뉴진스와 옷차림도 동기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길 택했고 그게 먹힌 거다. 회견문도 없었다. 그런 그를 네티즌은 “3시간 동안 A4도 없이 가사 한 번 ‘절지’ 않았다”고 추어올렸다.
윤 대통령이 이런 ‘성공하는 기자회견의 3요소’를 소화할 수 있을까. 성품상 쉽잖아 보인다. 그러나 강력한 대안이 있다. 김건희 여사다. 마침 김 여사는 ‘디올 백’ 수수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까지 소명해야 할 ‘억울함’이 쌓였다. 성정도 민 대표 못잖게 솔직하고 소탈하다. 통화 녹음 파일과 불법 촬영 영상으로 이미 그런 매력의 일단이 알려졌다. 그러니 김 여사도 ‘끝장 회견’을 못할 게 없다. 모를 일 아닌가. ‘국힘(국민의힘)원톱’으로 여론이 뒤집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