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팬심' 덕분에 조용히 군 제대…이후 팬들과의 '폭풍 소통'
최근 방탄소년단의 진이 멤버 중에서 가장 먼저 전역했다. 진은 2022년 12월13일 연천군 소재 육군 제5보병사단에 입대해 방탄소년단 멤버 중 첫 군인이 됐다.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한 후 6월12일 만기 전역했다. 그런데 이번 전역과 관련해 일반적인 연예인 전역과 달리 큰 화제성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전역 당일의 풍경부터 화제가 됐다. 팬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팬이 현장을 찾았을 뿐 국내 팬들은 없었다. 대신 사전에 진의 부대 앞을 찾아 전역 축하 현수막이나 대형 풍선 등을 설치했다. 진 혼자 복무한 것도 아닌데 진에게만 사람들이 몰리면 다른 장병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안전사고와 혼잡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자제한 것이다.
사전에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이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를 내기는 했다. 아무리 소속사 공지가 나왔어도 보통은 스타를 직접 보러 가고 싶은 게 팬심이기 때문에 당일에 큰 혼잡이 예상됐다. 그래서 다수의 경찰이 특별 배치됐고 빅히트 뮤직에서도 많은 경호원을 파견했다. 하지만 막상 당일엔 약속이나 한 듯 팬들이 대부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방탄소년단 팬들이 스타의 전역을 맞이하는 성숙한 팬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초심 여전하다는 것 증명
전역 직후엔 진이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로 이동한 후 당일에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전역 후에 한동안 쉬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자청해서 전역 당일부터 스케줄을 소화한 것이다. 보통 신인 때는 팬과의 소통에 열심이다가도 슈퍼스타가 된 이후엔 조금 뜸해지곤 한다. 진은 지금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가 됐는데도 전역 당일부터 팬들을 찾았다. 바로 이런 게 팬들이 원하는 스타의 모습이다.
방탄소년단은 원래 팬과의 소통으로 유명했다. 미국 시상식에 참석한 후 일반적으론 애프터 파티에 가서 팝스타들이나 미국 업계 관계자들과 어울릴 텐데, 방탄소년단은 바로 숙소로 돌아가 팬들과 라이브 소통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진은 그런 방탄소년단원으로서의 초심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다.
전역 다음 날 행보도 놀라웠다. 진은 6월1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 페스타'에 참여했다. 해마다 방탄소년단 데뷔 기념일에 페스타라는 거대 행사가 개최되는데 올해는 멤버들 대부분이 군에 있기 때문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됐다. 그 행사에서 진은 무려 1000명의 팬을 안아주는 허그회를 진행한 후 2부에선 별도로 팬들과 소통했다. 또 위버스를 통한 라이브 방송도 진행해 전 세계 177개 국가·지역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원래 진은 "1년6개월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기다려준 많은 팬들을 안아주고 싶다"며 야외 허그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소속사에서 안전 문제 등으로 반대했고 결국 실내체육관에서 하는 걸로 절충됐다. 진은 3000명 허그회를 제안했지만 소속사의 만류로 1000명 규모로 축소됐다고 한다. 이걸 보면 진이 얼마나 팬들과 함께하고 싶어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진은 또 "이제부터 제가 (팬들을) 어떻게 즐겁게 해드릴지 1년 전부터 구상했다"고 말하면서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기다려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군대에서 나오자마자 '폭풍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스타 전역의 모범을 보였다고 할 만하다.
진은 전역 당일 진행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하지 않아도 될 사과를 하기도 했다. 허그회 응모 절차 논란에 대해 "내가 신경을 못 쓴 것 같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허그회 응모 조건이 방탄소년단 음반 구입이어서 팬들이 '음반 재고 소진하려는 것이냐'며 반발했던 탓이다. 소속사에서 바로 사과하고 조건을 수정했다. 이건 진과 상관없는 일이다. 진은 큰 틀에서 허그회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을 뿐이고 구체적 진행은 소속사가 알아서 진행했다. 그러므로 진이 사과할 이유가 없고, 보통은 연예인이 껄끄러운 이슈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안 한다. 하지만 진은 전역 첫날 라이브를 통해 포괄적·도의적으로 사과하며 남다른 책임의식을 보여줬다.
진은 군 복무도 열심히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대 내에서 몇 명만 합격할 수 있다는 특급전사에 뽑혔고, 두 차례나 조기 진급했다. '육군 용사상'을 비롯해 사단장급 상장 2~3개, 대대장급 표창 7~8개도 받았다고 한다. 월드스타라는 의식 없이 정말로 한 명의 사병이 됐던 것 같다. 진이 전역할 때 전우들이 오열해 진도 두 번이나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군 복무에 임하는 자세도, 전역 후 방탄소년단 멤버로 돌아와 팬들에게 임하는 자세도 모두 모범 그 자체다.
방탄소년단 완전체를 향한 기대
진이 전역할 때 슈가를 제외한 방탄소년단의 전 멤버가 휴가를 내고 현장에 모여 진의 복귀를 축하했다. 슈가는 스케줄상 진의 부대까지는 갈 수 없었고 대신에 진과 멤버들이 서울로 이동했을 때 합류해, 방탄소년단 완전체의 그림을 완성했다. 이때 공개된 사진이 완전체 컴백에 대한 기대를 한껏 키웠다.
입대하기 전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번아웃과 정체성 혼란 등을 느낀다며 팀 활동이 어려워졌음을 알렸다. 하지만 이번에 진의 전역에 맞춰 자연스럽게 모든 멤버가 집결하고, 또 아주 밝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역 후의 완전체 복귀를 예감케 했다. 특히 군악대에서 복무하는 RM이 색소폰을 들고 나와 직접 《다이너마이트》를 연주하는 '깨방정'을 보여준 것이 더욱 희망을 키웠다.
입대 전에 RM이 "《다이너마이트》를 불렀을 때부터 정체성 혼란이 왔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었는데, 이번에 자청해 아주 밝게 《다이너마이트》를 연주한 것을 보면 이젠 그런 고민들이 심적으로 잘 해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전역 후 방탄소년단이 다시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같은 대중적 팝음악을 선보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커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당당히 그리고 매우 성실히 군 복무에 임하면서 병역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크게 공헌했다. 스티브 유와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선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지나치지 않다. 진의 라이브 방송에 세계 177개 국가·지역 시청자들이 접속했다는 걸 보면, 이들이 모두 전역하는 내년 6월 이후에 또다시 신드롬이 터질 것 같다. 현재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분쟁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하이브도 심기일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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