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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 인터뷰

| 아나운서에서 엔터사 대표로 '인생 2막'

|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제작

| "진동·빛으로 곡 익히고 AI로 가창 보완"

| "글로벌 진출 목표…신선함이 차별점"

https://naver.me/FZ2q8vbh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돌, 빅오션의 엄마'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자신을 이같이 소개해놨다. '빅오션(Big Ocean)'은 이 회사가 선보인 보이그룹으로, 청각장애를 지닌 세 명의 멤버로 구성됐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맞춰 데뷔해 '세계 최초 청각 장애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지금까지 총 3곡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데이식스 영케이가 피처링에 참여한 신곡 '슬로우(SLOW)'를 발표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라면 더 멀리, 높이 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을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일이자 패럴림픽 선수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날에 공개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차 대표는 "멤버들이 인기를 조금씩 실감하는 것 같다. 코엑스에 촬영하러 갔는데 알아보고 같이 사진 찍어달라는 분들이 나타나자 기분 좋아하더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그에 걸맞게 아이돌처럼 멋지게 바뀌고 있는 느낌"이라며 미소 지었다.

빅오션의 등장은 K팝 업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했다. 인공와우 보조기·보청기 등을 착용하고 있는 멤버들이 노래와 춤을 익히고, 여느 아이돌과 다름없이 무대를 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데뷔 당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빅오션을 언급하며 "장애에 대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넘어선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축하하기도 했다.

차 대표는 "빅오션의 목표는 신선함, 새로움이다. WHO 사무총장이 언급한 것도 기존 아이돌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외국에 따로 PR을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유수의 매체들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일에 도가 튼 분들의 레이더에 잡힌 걸로 자랑이다. 음악방송 출연 영상에도 댓글이 많이 달렸다. 비범하다고 느껴주신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차 대표를 포함해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직원들의 명함에는 점자가 병기돼 있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장애 전문 연예 기획사다. 장애인 아티스트가 방송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배리어프리 콘텐츠와 이벤트 등을 제작한다. 차 대표는 "주변에 장애를 가진 분이 없어서 사실 이 분야를 잘 몰랐다"면서 "관련 사업을 하는 분들이 고충이 많다면서 걱정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어려움을 잘 몰라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출신인 차 대표에게는 그간 방송가에서 쌓아온 경험이 사업적 강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2014년 SBS '모닝와이드' 리포터로 데뷔해 이후 YTN 앵커로 뉴스를 진행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테니스,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취미로 삼아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차 대표를 강하게 끌어당긴 생각은 '패럴림피언들이 에이전시가 없어서 많은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었는데, 그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오래 해본 나로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였다"고 했다.

"많은 패럴림피언 분들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광고 문의가 들어와도 뒤늦게 봐서 성사되지 않는다거나, 혹은 업계 금액과 맞지 않게 활동하고 있었어요. 사실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홈페이지와 유선 전화 하나만 있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든요. 이런 회사가 하나쯤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역량은 방송 쪽에 관계가 있다는 거잖아요. 타 엔터사들과 라포를 만들어서 더 좋은 컬래버레이션 기회를 가져오는 것도 기존 장애 회사들이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뛰어드니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웃었다. 차 대표는 "하루하루가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아티스트가 모여 있는 건 좋은데 패럴림피언 분들 외에 모델, 댄서, 유튜버, 연기자까지 다 들어오고 싶어 하더라. 그분들은 가만히 있는다고 일이 들어오는 게 아니니 반대로 홍보나 교육이 필요했다. 일이 점점 많아지니까 투자 유치가 필요하고, 투자받으니 성과를 내야 해서 그만큼 목표가 높아지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점차 영역을 키워가다가 제대로 일을 낸 게 바로 빅오션 제작이었다.

'수어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에 '아예 새로운 음원을 내는 건 어떨까', '수어로 군무도 출 수 있는데',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음원 유통까지 해보자' 등 차 대표의 욕심이 더해지면서 마침내 아이돌 모습을 갖추게 된 빅오션이었다. 차 대표는 유명 엔터사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곡 수급 경로, 음원 유통 과정, 안무 트레이닝 방법 등 아이돌 제작과 관련한 노하우를 직접 묻고 배웠다.

빅오션의 연습 기간은 총 1년 반. 차 대표는 ▲호감형 인상 ▲인성 두 가지를 보고 멤버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감을 주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한데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 하나는 있어야 했다. 또 인성이 좋고 성실해야 회사가 주는 기회를 받아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애와 관련된 건 회사에서 기술·인력 등으로 서포트할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멤버들이 곡을 익히고 연습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스마트 워치로 진동을 주고 화면을 통해 박자를 느낄 수 있게 빛을 쏴준다. BPM을 느끼면서 전체적으로 춤을 이해하게 됐다. 노래를 이해한 뒤로는 퍼포먼스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때부터는 디테일을 봐가면서 타 아이돌들과 비슷한 루트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가창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멤버들 목소리 데이터를 AI 기술로 딥러닝해 고음이나 빠른 속도로 내뱉는 랩 등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차 대표는 메타버스, AI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2~3년 전에 장애가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만들려고 기획했었다. 당시 텍스트를 넣으면 보이스로 만들어주는 기술이 있었는데 이제는 싱잉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더라. 싱잉 보이스를 찾으려고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4'까지 갔다 왔다"고 전했다.

빅오션은 데뷔곡 '빛(Glow)'에 이어 '블로우(BLOW)', '슬로우'까지 발표하며 차근차근 성장 중이었다. 차 대표는 "실전보다 좋은 경험은 없지 않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데뷔하고 너무 좋은 기회가 많았다. 무대에 서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아이돌 선배님들을 만나 바로 옆에서 춤선을 보니까 확실히 연습생 시절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며 뿌듯해했다.

신곡 '슬로우'에는 데이식스 영케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 대표는 "고음 파트 피처링이 필요했는데 따뜻한 목소리의 영케이 님이 바로 생각났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곡인데 데이식스도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아 빛을 본 팀이지 않냐. 메시지와도 잘 맞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흔쾌히 수락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슬로우'는 전체 퍼포먼스가 수어로 표현됐다. 당초 팀을 기획할 때 그렸던 모습과 가장 유사한 형태라고 차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수어로만 퍼포먼스를 하면 어색할 것 같아서 데뷔곡은 대중적으로 모두가 아는 H.O.T.의 '빛'을 리메이크했고, 이후 '블로우'에서는 후렴을 한국수어와 함께 미국수어로도 표현했다. 세 번째 곡에서는 우리가 하고 싶었던 걸 해도 될 것 같았다. 발라드이기도 해서 곡 전체를 수어로 불러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들만을 위한 노래가 아니고 어려움을 겪는 모든 청춘에게 바치는 노래다. '슬로우'가 덜그럭거리는 삶을 사는 모든 분에게 한 번쯤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또 새로운 언어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도 됐으면 한다. 학교에서 수어 교육을 할 때 이 노래를 쓰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미주와 유럽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데뷔 후 반응이 좋았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차 대표는 빅오션의 해외 인기가 높다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은 국가들은 이게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더라. 장애 아티스트가 성공해야 사회가 더 좋아지니 서포트하자는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반대로 "문화 자체가 '뭐든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면서 장애에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국가도 있다. 특히 남미 쪽이 그런 것 같더라"면서 "친구들의 솔직한 분위기를 좋아해 주신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멤버들은 영어 공부와 함께 국제 수어도 공부 중이라고 한다. "빅오션이 '포스트 BTS'가 되는 게 목표에요. 이 친구들이 간신히 발을 떼고 세상에 알려졌으니 더 많은 곳에서 팬덤을 구축해 투자 자본이나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력 있게 성장해야죠. 청각 장애 말고도 14개의 장애 영역이 더 있어요. 이분들도 기회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숨겨놓은 매력이 많습니다."

끝으로 차 대표는 다른 엔터 사업과의 차이점을 묻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걸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역경을 견뎌낸 아티스트의 스토리, 그들의 삶의 궤도가 곧 차별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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