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의장은 하이브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들며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해달라는 주주들의 압박도 받고 있어 난감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30일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하이브가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것을 놓고 놀랄 일은 아니라는 반응이 주주 사이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이브는 2023년 국내 엔터기업 최초로 연간 매출 2조 원을 돌파했음에도 하이브의 결산배당금은 총 292억 원에 불과했다. 2023년 기준 시가배당률은 SM엔터테인먼트 1.3%, JYP엔터테인먼트 0.6%, 하이브 0.3% 순서다.
하이브는 주주환원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지만 기업가치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가 예상한 2024년 연간 PER(주가수익비율)은 하이브가 38.92로 가장 높으며 SM엔터테인먼트(19.68)와 JYP엔터테인먼트(19.2)가 뒤를 이었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투자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가치가 고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방 의장이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을 통해 뉴진스와 르세라핌 등 탄탄한 실적을 내는 저연차 아티스트를 비교적 빠른 시일에 육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업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면 방 의장이 강조한 멀티레이블 정책은 하이브 기업가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와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사이 하이브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이브 주가는 최근 52주 신저가(15만7700원)를 새로 썼다. 이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향한 내부 감사를 착수한 4월22일 주가(21만2500원)와 비교해 25.7% 떨어진 것이다.
하이브는 주가 하락으로 다급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2021년 당시 4천억 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를 조기 상환하려는 주주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대문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이브가 2021년 11월5일 발행한 3회차 전환사채(CB) 풋옵션 행사비율은 이날 오후 기준 83.33%까지 올랐다. 하이브가 조기상환일인 11월5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약 3353억 원에 육박한다.
풋옵션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사채 원금을 조기에 상환받을 수 있는 조기상환 청구권으로 전환후 주식매매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주로 행사한다.
하이브 전환사채 풋옵션 행사 종료일은 10월7일까지라 금액의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하이브 현금 자산으로 틀어막기엔 역부족이다.
하이브가 6월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214억 원이다. 4천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하이브는 4천억 원 규모 차환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하이브 기업가치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이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될 성격의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의 경영권 갈등 문제는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 전 대표는 27일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강연에서 프로듀싱 업무만 맡아달라는 어도어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 전 대표는 해당 행사에서 하이브와의 소송에 약 23억 원이 들었음에도 끝까지 하이브와 싸우겠다고 발언했다.
앞서 뉴진스 멤버들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어도어를 원한다”고 민 전 대표를 어도어 대표로 복귀시켜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이브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이유도 분쟁 장기화로 인한 주주들의 민심을 의식해서가 아니겠냐는 시선도 나온다. 하이브는 8월29일부터 9월13일까지 260억 원을 들여 자사주 15만 주를 매수했다고 25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실시간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제공하고 11월 초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지수선물을 상장할 예정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가 우수하거나 기업가치 개선에 노력하는 곳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지수이다. 하이브는 해당 지수에 포함되지 않아 패시브 자금 유입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연내 밸류업 지수 종목 변경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제고 방안 등을 제시한다면 지수에 추가로 포함될 가능성도 있어 방 의장의 선택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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