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엔터의 미래가 (여자)아이들에 달렸다. 회사는 과연 이들과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큐브엔터(182360)는 지난달 25일 (여자)아이들 전소연과 재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재계약이 최종 불발됐다는 설이 제기되자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것.
다만 소연이 회사와 맺은 전속계약 기간이 이미 만료된 건 사실이었다. 이에 주가에는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큐브엔터는 소연의 재계약 불발설이 제기된 날 1만298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7.8% 하락한 금액이다. 이후 6거래일 연속 1만3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연초와 비교했을 땐 최대 31.9% 떨어졌다.
회사의 실적 대부분을 (여자)아이들이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아이들은 지난 2022년 정규 1집 'I NEVER DIE'로 초동 판매량 67만8000장을 기록하며 전작 대비 약 284% 성장했다. 당시 타이틀곡 'TOMBOY'가 미국 빌보드 차트 빌보드 200에 차트인하는 등 글로벌 성공을 거두기도. 이때부터 큐브엔터 실적도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그해 회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67.7% 상승한 1206억3793만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85.9% 오른 69억2786만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여자)아이들이 미니 6집 'I feel'으로 초동 116만3300장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회사 영업이익이 122.6% 상승하는 등 팀의 활동에 따라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그룹 재계약은 회사가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 특히 (여자)아이들 음악 대부분을 프로듀싱해온 소연은 팀의 강력한 정체성이다. 결국 소연과의 재계약은 그룹 존속을 위한 필수조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아티스트들이 원소속사와 그룹 활동만 재계약을 체결하는 등 계약 체결 방식이 보다 다양해지고 있기는 하다. (여자)아이들 또한 팀 활동만 큐브엔터에서 진행하고, 개별 활동은 새로운 곳에서 계약을 맺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큐브엔터의 실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비슷한 사례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원소속사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팀 활동만 재계약을 체결한 바. 이후 멤버들은 개별 활동은 각기 다른 회사에서 진행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멤버 전원이 개인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블랙핑크 원 IP에 의존했던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실적과 주가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869억3208만원이었던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손실 금액은 179억9106만원에 달한다. 주가 또한 멤버들과 개인 재계약에 실패했단 소식이 알려진 뒤 6개월 사이 38.5% 하락했다.
(여자)아이들 원 IP에 의존하는 큐브엔터 또한 결국 팀 전원 재계약에 성공하지 않는 이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만약 이번에 소연을 비롯한 멤버들을 잡지 못한다면 당분간 회사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올 4월 데뷔한 보이그룹 나우어데이즈는 물론, 지난 2021년 데뷔한 걸그룹 라잇썸도 아직 존재감이 미약하다. 멤버 중 여섯 명이 회사를 떠난 펜타곤은 현재로선 그룹 활동이 불투명한 상황.
(여자)아이들은 일단은 재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전 세계 14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 '2024 (G)I-DLE WORLD TOUR [iDOL]'의 일정을 끝까지 소화한다. 그렇기에 회사가 멤버들과 재계약에 실패한다 해도 올해 실적까지는 (여자)아이들의 영향력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지금이 큐브엔터가 향후 몇 년간 살림살이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김민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일 IP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소해야 하는 시점이다. 주요 IP인 (여자)아이들의 재계약 불확실성 해소 및 신인 그룹 나우어데이즈의 컴백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두 조건이 해결된다면, 2025년에는 두 개 이상의 IP 가동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천윤혜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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