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가 욕을 많이 먹는 면이 있죠.
"이대에 이중적인 이미지가 있었으니까요. 중산층 기 득권 여성을 길러내는 학교라는 이미지와 그 반대편 에서 노동운동 하고 NGO를 조직하는 여성들을 배출 해온 학교라는 이미지. 그 사이에서 욕도 많이 먹었고 요. 너희가 평등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비판도 들었고, 결국 남성의 권력을 나눠 먹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학교라는 얘기도 많았죠. 이젠 그 모든 것을 넘어 서서 광야로 나아가는 소명이 생겼겠죠."
-그럼 그 광야는 어디일까요.
"다 태우고 사라지는 곳(웃음)? 이화여대는 사실 굉장히 역설적인 학교예요. 자기 소멸을 위해 달려가야하는 대학이거든요. 이화여대가 자기 목적을 달성한 그 순간엔 여자대학이 있을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되는 거니까요. 그러니 여자들이 진짜 성과를 낼 때까지 몸을 태워서 달려가야 해요. 의학•공업•농업 같은 곳까지 여성들이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인재를 계속 키워내야 하고요. 중동,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때까지 우리 학교가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성들도 자신이 어떤 힘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아직 다 몰라요. 그 힘을 스스로 알 수 있고 깨칠 수 있을 때, 여대는 아마도 사라져야겠죠. 그 역할을 못하고 또 다른 고려대, 또 다른 연세대가 되려고 하면 망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