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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진은 성인용품 소재를 처음으로 다룬 '정숙한 세일즈' 출연 이유로 "대본을 받고 나서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섹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때도 지금도 입밖으로 꺼내기 순간들이 어렵지 않나. 성인용품샵이 예전부터 있다고 한들 갔다와서 아무렇지 않게 자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 편견으로부터 한발짝 나가갈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상처로부터 힘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인용품은 매개체라 생각했다. 성인용품이 주가 돼서 자극적으로 표현이 된다면 저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 삶 속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김도현도 그 시대 상처의 피해자다. 피해자 입장에서 아픔을 숨기고 파헤쳐가는 인물로 생각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물리적, 정신적으로 힘든 와중에 '정숙한 세일즈'를 만났다는 연우진은 "물리적으로는 전작품과 차기작을 맞물려 찍어야 했기 때문에 검토 시간 자체도 넉넉하지 않았다. 정신없는 상황에 밤을 새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정신적으로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결핍이 있다 보니까 밝은 톤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야겠다 하다가 만났던 작품이다. 톤앤매너는 나중에 감을 잡았지만 처음에는 너무 딥했고 어려웠다. 감정을 후벼파는 순간들이 많은 대본이어서 정신적으로도 쏟는 에너지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전했다.
1992년 시대를 사는 김도현을 표현해내기 위해 외적인 노력도 있었다고. 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기존에 해왔던 모습보다는 제일 잘생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금제에서 쉽게 보지 못할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해서 그런 부분을 검열하려고 했고 다이어트를 하며 노력했다"며 "논산에서 정말 많이 뛰었다. 한달에 10번에서 13번 정도를 하니까 이틀에 한 번, 3일에 한 번 꼴로 했다. 10km 정도 뛰었다. 그러면서 3kg 정도 감량했다. 또 피부가 까맸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서울 사람이지만 그 시대를 표현할 수 있는 생각에 뽀얀 현대적인 아름다움보다는 클래식한 멋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의상 콘셉트 잡을 때 회의를 많이 했다. 듀스 김성재님 머리로 할까 피팅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갖고 있으면 분위기가 가벼워지는 부분들이 있더라. 클래식한 느낌이 어떻겠나 해서 각 잡힌 자켓에 브라운 계열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톤을 잡았다. 김도현이 결핍을 숨기려고 하는 지점이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다. 금제로 가게 되면 모든 분들과 이질감이 있기 때문에 어색함이 주는 아이러니가 묘미라 생각했다. 서울말도 과하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작가님, 감독님께 양해를 구해서 '어미는 바꿔서 해도 될까요?' 했다. 너무 과하게 되면 몰입을 해치지 않을까 해서 수위를 타는 게 중요했던 것 같다. 서울 사투리를 쓰는 다큐도 많이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화제를 모은 김도현의 첫 등장신에 대해서는 "1부에 대해서는 다들 궁금해 한다. '멋있게 나왔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감흥이 덜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신을 촬영을 하면서 너무 많이 웃었다. 너무 웃어서 NG를 냈던 기억이 있다. 1부에서 중요한 건 어색함을 깨는 거라 생각했는데 도현의 서사와 캐릭터성이 작품의 결과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와서 처지거나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드는 텐션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연출적으로 잘 풀어주신 것 같다. 연출적인 힘을 받아서 앞으로 캐릭터를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지 큰 어려움이 없겠다 싶었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최고 시청률로 종영을 맞은 소감도 밝혔다. 연우진은 "마지막회 전 토요일에 배우들과 만나서 인사를 하고 일요일에 마지막회를 봤는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서 가장 좋았다. 배우들끼리도 시청률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한 캐릭터만 사랑받은 게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빛을 발하고 최선을 다한 것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최고 시청률로 의미있게 끝나서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된 마무리였던 것 같다"며 "12부작을 해보기는 했는데 유독 너무 짧은 느낌이 들더라. 이 기간들이 짧게 느껴졌고 그 순간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찰나 같았고 섬광 같았다. 체력적으로도 힘든 때에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에 가졌던 마음가짐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힘든 순간에도 나름의 방법으로 이겨내자는 거였다. 그러면서 지방에서 많이 걷고 러닝도 많이 하고 순간을 즐겨야겠다 싶었다. 스스로 기특한 건, 그걸 많이 지켰고 저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냈다는 거다. 힐링을 하면서 건강한 시간으로 채웠다는 거에 스스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는 만족감을 표했다.
'정숙한 세일즈' 방영 후 연락을 많이 받았다는 연우진은 "주위에서 반응을 듣는 편인데 보통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구나'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독 연락이 안 됐던 분들,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연락, DM을 많이 받았다. 제게 90년대는 멀지 않다. 기억속에 자리 잡은 것들이 있어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연락이 올 때 드라마가 꽤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