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는 거리에서 자란 호주 입양아 ‘차무혁’이 총알이 머리에 박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면서 그 처절하고도 애달픈 서사가 시작된다. 무혁을 연기한 소지섭은 먼저 “‘미사’는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고마운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송은채(임수정 분)와의 첫 만남을 지금도 가장 애정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호주 멜버른 거리에서 사기를 당해 여권과 캐리어를 빼앗긴 은채가 정처 없이 헤매다 우연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무혁을 만난다. 길도 잃어 뒷골목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은채가 마치 천군만마라도 만난 듯 기뻐하며 이후 무혁을 따라다니고, 조폭 일당을 피해 함께 도망치다 그날 밤 무혁의 아지트에서 하룻밤 신세까지 진다.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포스터의 한 장면도 탄생했다. 소지섭은 “낯선 이국땅에서 처음 만난 무혁과 은채의 ‘우연에서 시작된 운명 같은 사랑’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며 그 이유를 첨언하며, “이 겨울과 잘 어울리는 ‘미사’가 사랑해주신 팬분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경호에게 ‘미사’는 KBS 공채탤런트 데뷔 1년여만에 주연을 맡아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그는 천재적인 음악 감각, 살인적 눈웃음, 좌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의 대한민국 톱가수 ‘최윤’ 역을 맡았다. 정경호는 무혁과 윤의 병원 농구씬을 ‘최애씬’으로 ‘픽(Pick)’했다. 친모 오들희(이혜영 분)에게 아들 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무혁이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사고로 강물에 빠진 윤을 구해준다. 병원의 야외 농구장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환자복을 입은 채 함께 농구를 하며 땀을 흘린다. 무혁과 마찬가지로 깊은 외로움을 느끼며 자란 윤은 “너 형 없지? 내가 네 형 해줄까? 내 동생 안할래?”라고 묻는 ‘생명의 은인' 무혁에게 “동생할게요”라고 해맑게 답한다. 정경호는 이 씬을 두고 “무혁과 달리, 윤은 그가 이복형이란 사실을 모른다. 그 상황에서 동생하겠다는 윤의 순수한 답변이 더 애절하게 느껴졌다”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며 “20년이란 긴 세월 이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올 겨울, 다시 돌아온 ‘미사’와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란다”는 마음을 남겼다.
'정말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겠다'는 기획의도대로 결말을 지으며,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깊은 여운을 남긴 이형민 감독. 이형민 감독이 최애 장면으로 꼽은 은채의 지하철역 울부짖는 고백씬은 그 전무후무 새드 멜로가 절정에 오른 장면이다.
사실 은채는 감정을 꾹 누르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더 익숙한 인물이다. 유년시절부터 같이 자란 윤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되레 윤이 좋아하는 여자한테 메신저 역할까지 하는 바보짓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도 모르는 새 스며든 무혁을 향한 사랑을 깨닫게 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 때문에 자신을 밀어내는 무혁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래서 자신도 똑같이 감정을 가진 인간이며, 참아도 참아지지 않는 게 있으니 “아저씨 마음대로 가라마라 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감정을 폭발시킨 은채는 “사랑해요”라고 반복해 울부짖으며, “사랑해, 아저씨!”라고 고백한다. 그 처절한 마음을 알면서도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혁의 공허한 눈에 맺힌 눈물은 이 슬픈 사랑의 서사를 배가시켰다.
이형민 감독은 이 밖에도 호주 멜버른 거리에 첫 등장하는 무혁부터, 언제나 은채를 지켜보며 그 마음은 내레이션으로만 드러내는 무혁의 모든 눈빛과 표정, 무혁의 시한부를 알게 된 은채의 모텔 3단 콤보 키스, 끝까지 무혁이 친아들이란 사실을 모르는 오들희가 마지막으로 그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씬 등 ‘미사폐인’들에게도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는 많은 장면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미사폐인’이 있었기에, 오랜 생명력을 갖게 됐고,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말 큰 감사를 전한다. 새로운 ‘(예비) 미사폐인’에겐 좀더 편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2024년 버전의 ‘미사’도 모두 사랑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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