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더불어 "자칫 사실관계의 공방이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 지금까지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어도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논란이 불식되지 않고 있어, 어도어의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하니의 최초 폭로가 공개된 지난 9월 11일로부터 2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어도어가 아티스트를 보호하겠다고 뒤늦게 밝힌 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니가 지난달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신의 피해를 눈물로 호소하고 문제 해결을 호소했을 때, 근로자 보호 대처가 미흡했다는 안호영 위원장의 지적에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아서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로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입증 자료가 없다"는 식으로 하니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 레이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문제를 국정감사까지 키운 데는 어도어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빌리프랩에게 사과를 요구한 시점은 일명 '뉴진스 하니법'이라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다음날이다. "하니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피해가려고 했던 문제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26일 하니와 같은 예술인 및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등도 직장 내 괴롭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혜경 의원은 "수입이 많든 적든, 고용 관계이든 계약관계이든 상관없이 일하는 사람 누구든 직장에서 상사나 타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하니가 국정감사 출석 이후 고소득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비방받은 부분을 짚은 것이다. 개정안에는 노무 제공자와 예술인에 관한 특례 조항도 포함됐다. 사업자는 제3자에 의한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시 책임을 묻겠다는 조항이다. 여기에는 어도어가 해당된다.
어도어의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더라도, 내용증명과 관련된 답변을 들은 뉴진스가 계속 어도어에 남을지는 미지수다. 하이브 내부 문건 속 결정에 대한 조치, 동의 없이 노출된 연습생 시절 동영상과 사진 등 자료 삭제,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로 받은 피해 파악과 해결책 마련,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과의 분쟁 및 기존 작업물 삭제 문제 해결 등 뉴진스가 증명을 요구한 내용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그중에서도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의 대표직 복구 요구가 가장 문제다.
민희진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대표직 복구가 이뤄지지 않자 이달 사내이사직을 사임하고 하이브에서 퇴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5일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COO)와 홍보실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뉴진스를 홍보해야 할 업무상 지위에 있었음에도 책무를 다하지 않고 뉴진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민희진 전 대표가 새로운 소속사를 설립해 뉴진스와 함께 '탈 어도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진스 역시 최근 시상식에서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 모르겠지만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는 상표권 문제로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택한다면 귀책에 따라 최대 60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엄마를 찾던 아기 오리들은 6개월간 지속된 갈등에 이른 성인식을 맞았다. 더 이상 울타리 뒤로 숨을 생각이 없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갈등을 풀고 '유일한 딸'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나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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