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 박정선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말엔 ‘힘’이 있었다. 사실이 어떻든 표면적으론 ‘꾸밈’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거침없는 말투가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데 일조한 면도 있다. 그가 처음 취재진 앞에 섰던 첫 기자회견 당시 여론이 180도 반전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만도 않다. 하이브와 갈등을 겪으면서 민 전 대표는 하이브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스스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특히 민 전 대표는 업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공한 여성 리더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여전히 능력 있는 프로듀서라는 점에 있어선 이견이 없다. 하지만 ‘훌륭한 여성 리더’라는 데 있어선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지난 6일 한화손해보험이 주최한 ‘장르가 된 여자들’이라는 토크콘서트의 연사로 민 전 대표를 내세운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민 전 대표는 어도어 대표 재직 당시 전 임원으로부터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한 A씨의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신고가 들어왔을 때 민 대표는 가해자로 지목된 B임원 편을 들었으며, 피해자 여성 A씨와 관련해선 욕을 했다는 내용의 채팅방 내용도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A씨는 민 전 대표를 근로기준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더구나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은 물론 방송과 SNS를 통해 뉴진스에 대한 애정을 아낌 없이 표현했다. 자신을 ‘뉴진스맘’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틋’한 관계로 엮었다. 그런데 최근 디스패치의 단독 보도를 통해 공개된 민 전 대표의 대화에선 뉴진스는 그저 민 전 대표의 ‘도구’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 보도에선 민 전 대표가 하이브 고위 임원에게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여성관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민희진 전 대표를 비방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기사화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아무런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에 본인들의 추측을 더하여 허위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며 해당 매체 기사 두 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물론 사실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혹들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민 전 대표의 말들이 힘을 잃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날 민 전 대표는 “말로 응대하는 건 유치하고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말꼬리잡기식의 지저분한 싸움이 굳이 알려지지 않아도 될 치부까지 대중에게 모두 들춰내도록 한 게 아닐까. 이미 늦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 유치하고 의미 없는 일을 그만두길 바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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