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 500억 쓰고 흥행 참패
별들에게 물어봐는 이민호 이름값이 통하지 않았다. 1회 시청률 3.3%로 시작, 5·7회 1.8%까지 떨어졌다. tvN 주말극이 1%대를 기록한 건 지창욱(37) 주연 '날 녹여주오'(2019) 이후 6년 만이다. 8회도 2.2%에 그쳤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 '체크인 한양'(8회 3.1%)에 뒤지며 주말극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다. 화제성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공개 2주만 넷플릭스 세계 TV쇼 부문 톱10 8위에 올랐지만, 금세 10위권으로 밀려났다. 28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에서도 겨우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tvN 드라마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중 1화 하이라이트(19만회)를 제외하면 조회수 10만회를 넘는 게시물이 없다.
제작비 100억원대로 시작, 이민호·공효진을 캐스팅하면서 500억원 규모로 커졌다. 1년 넘게 후반 작업해 600억~700억원으로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주에서 몸이 두둥실 뜨는 무중력 상태를 표현한 장면 모두 컴퓨터 그래픽(CG)로 제작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연기, 1년 여간 도수치료를 받는 등 고생했다. 이 드라마는 2023년 4월 촬영을 마친 후 1년6개월 여 만에 편성됐는데, 텐트폴 작품으로 흥행 실패 시 위험 부담이 커 수익성 극대화 고민이 컸다. 당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편성을 노렸으나, 녹록지 않았다. 이민호가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한한령이 풀리길 손꼽아 기다렸다. 몇년째 조짐만 보일 뿐 한한령은 해제되지 않았고, 더 이상 편성을 미룰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스타 작가·PD 서숙향·박신우가 의기투합하고, 국내 최초로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는 점이 무색했다. 대기업 총수 '최재룡'(김응수)의 죽은 아들이 남긴 찌그러진 정자를 인공 수정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 '공룡'(이민호)이 우주로 간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웠다. 공상과학(SF)에 로맨틱 코미디를 녹였지만, 공룡과 우주정거장 보스 '이브 킴'(공효진) 케미스트리가 잘 살지 않았다. 공룡이 이브에게 빠지는 로맨스 감정선은 공감 받지 못했고, 8회 우주 베드신은 애틋하기는커녕 해괴망측해보였다. 컴퓨터 그래픽(CG) 역시 촌스럽기만 했다. 오정세(47)와 한지은(37), 김주헌(44) 등 조연 캐릭터도 두드러지지 않았으며 김응수(63)도 미스캐스팅으로 보였다. 총 세 감독이 연출, 장면을 전환할 때마다 뚝뚝 끊겨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이민호와 공효진 필모그래피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호는 애플tv+ '파친코' 시즌1·2(2022·2024)로 비교적 좋은 평을 받았으나, 다시 '꽃보다 남자'(2009)의 '구준표' 시절로 돌아온 듯 했다. '상속자들'(2013)을 제외하면 스타 작가와 합도 좋지 않은 편이다. 송지나 작가의 '신의'(2012)부터 박지은 작가의 '푸른 바다의 전설'(2016~2017), 김은숙 작가의 '더킹 : 영원의 군주'(2020), 별들에 물어봐까지 흥행에 실패했다. 특히 더킹이 혹평을 받으면서 국내 광고도 뚝 끊겼다. 2022년부터 모델인 멀츠 에스테틱스 '울쎄라'를 제외하면 국내 광고가 없는데, 별들에게 물어봐로 만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효진 역시 매번 똑같은 연기를 한다는 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촬영 중간 결혼한 탓인지 '더 이상 로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년이, 시청률 16% 찍고 적자
정년이는 시청률 10%대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났다. 초반에 스튜디오드래곤과 총 336억원에 계약했는데, 국극 장면에 공을 들이다 보니 제작비를 크게 초과했다. 주연인 김태리는 회당 3억원 이상 받았으며, 김수현(36)의 눈물의 여왕 출연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통 여배우는 남배우보다 출연료가 낮은 편이지만, 김태리는 흥행 성적이 좋아 최고 대우를 받았다. 소속사 매니지먼트mmm이 기획 단계부터 제작에 참여한 영향도 없지 않다. 그 외 배우 출연료는 높지 않았다. 정년이는 디즈니+에 동시 편성했지만, 12부작으로 회차가 짧고 시대극이라서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들은 "제작비는 회수했다"며 쉬쉬 했지만, 업계에선 '적자가 났는데, 리쿱(제작비 회수)했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디즈니+도 정년이로 많이 손해를 봐 난처해 했다는 전언이다. 편성 갈등을 겪은 MBC가 제작사에 재산 가압류를 신청, 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tvN은 지난해 눈물의 여왕으로 흥행 재미를 쏠쏠히 봤다. 이 드라마는 560억원을 들여 그 이상의 수익을 거뒀고, 시청률 24.9%로 tvN 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렇게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고 톱배우를 캐스팅 해도 시청률과 수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물론 배우 이름값으로 초반에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지만, 초과해 적자가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별들에게 물어봐 역시 넷플릭스에서 제작비 약 80%를 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후반작업 비용이 많이 든 만큼 해외에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면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CJ ENM 영화·드라마 부문은 2023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180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도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9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4분기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편성 드라마 리쿱비율이 계속 떨어져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별들에게 물어봐 흥행 실패로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한 달 만에 10% 이상 떨어지며 연일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반기 tvN 수목극을 2년 만에 재개, 전체 제작·방영 편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실적 회복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신인을 발굴해 로코 드라마로 수익성을 높인다는 각오다. 회당 제작비 10억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 등 비용 절감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지인해·김지영 연구원은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비 통제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며 "매출은 업계 판도 변화 혹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여 제작사가 홀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분야는 비용단이 유일하다. 시장 예상보다 더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제작비를 낮춰야만 넷플릭스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전략"이라며 "지금까지는 제작비가 너무 높아져 의미있게 (작품을) 사가는 바이어가 넷플릭스뿐이라 의존도가 높았다면, 제작비가 낮아질 시 더 많은 바이어가 참여할 수 있어 최대한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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