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곧 서른 넷이라니.
문득 망년회에서 술을 마시다가 깜짝 놀란다.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
위안은 집에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한숨을 쉰다.
- 우리 곧 34살이다.
- 우리가 사귄지도 곧 3년되네?
마이너스인 기분이 알베의 답장에 조금 나아졌다.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자리를 나름대로 잡았고, 엄마 집도 사줬고. 게다가, 정체성을 깨닿고 난 뒤에 만난 남자친구까지.
나쁠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 알베, 우리 이제 같이 살래?
카톡으로 보낼만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위안은 술김에 그렇게 보내본다.
지금도 서로의 집에 짐이 반반씩 쌓일만큼 같이 사는 거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고, 곧 알베 집 전세집이 만기가 된다.
- 프로포즈 하는거야? 위안아? ㅋㅋㅋㅋ
- 싫음 말아라
- 난 좋아. 당장 이삿짐센터 부를거야.
- 싫어. 올해는 이대로 살고.
이유는 모르겠다. 이렇게 같이살자고 당겼다가도 올해는 싫다고 미는 자신이 웃기다는 생각을 하며 위안이 슬쩍 웃는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그냥 기분이 그래서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
집앞에서 알베와 만났다. 온단말도 없이 왜 왔어? 묻는데 알베가 코를 킁킁거린다.
"술냄새."
"많이 안마셨어."
"술김에 같이 살자고 한거 아니야?"
"정답."
괜히 알베를 놀리며 같이 현관문에 들어가자마자 입을 맞춘다.
"연말이라서 우울했어?"
"응. 나이먹는거 왠지 싫어."
"그래도 사랑스러워."
닭살스러운 알베의 말에 위안이 술냄새 많이 나지? 말을 돌리며 양치하겠다며 화장실에 들어간다.
화장실에 따라 들어온 알베가 욕조에 앉아 이를 닦는 위안을 올려다본다.
"이리와봐."
팔을 벌리는 알베의 품에 안기며 위안이 양치질을 한다.
그래, 이런 일상이라면. 살아볼만하겠지.
시간이 가는게 조금은 싫지 않다는 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