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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ll조회 21009l 42
이 글은 11년 전 (2013/9/25) 게시물이에요




남자친구와 전 스물 아홉 동갑내기이고,
대학교때 CC로 만나 지금까지 헤어지지 않고 8년째 잘 만나왔습니다.
둘 다 서로가 처음 사귄 사람이고요.

남자친구는 정말 착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8년동안 정말 과분할 정도로 한결같이 절 사랑해줬습니다.
언젠가 장난스레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엔 나보다 예쁜 여자가 널렸는데 눈 한 번 돌아간 적 없었냐고요.
그랬더니 똑같이 가볍게 그러더군요.
예쁜 여자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
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건 저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께서는 저희가 대학생일 때부터 서로의 교제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는 옛날부터 저를 예뻐하셨고
저희 부모님 역시 성실하고 착한 남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둘 다 학생 시절부터 가치관도 비슷해서
"대학 생활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손을 벌리더라도
독립하면 더 이상 부모님께 재정적인 부담을 끼쳐드려선 안된다"는 모토 하에
틈틈이 알바와 과외를 했었고, 그 결과 각자 모아놓은 돈도 나이에 비하면 적지 않습니다.
직장도 둘 다 원했던 직장을 잡았고요.
큰 굴곡 없이 모든게 순탄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말 그대로 결혼만이 남은 상태입니다.
몇주 전 남자친구는 제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네, 저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입니다.
이제까지와 같은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는데도, 내딛기가 쉽지 않아요.

결정적인 원인은 아마 제가 남자친구를 포함해서,
어떤 이성을 죽도록 사랑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남자친구가 너무너무 소중하고, 제 인생에 이런 사람은 다시 없을거라 여기며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하루 하루 노력하면서 살아갑니다.
여태까지 보아 온 남자들 중 남자친구보다 잘생긴 남자는 많았지만,
남자친구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 표현해야 하나............
연애 초부터, 흔히 불타오르는 연인들이 겪는,
상대가 세상에 없으면 내가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열정이
남자친구에겐 있었는데, 제겐 없었습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고요.
상대가 한없이 소중할 뿐, 상대가 없으면 난 죽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보다는, 소중한 사람이니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날 떠난다면 그 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남자친구를 잃는다면 분명 많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몇 년이 지나면 저 혼자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친구들에게 열심히 설명해봤지만 친구들은 끝내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그게 좋아하는 것 아니냐 하고,
또 어떤 친구는 그게 좋아하는 게 맞긴 맞냐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결혼 하는게 맞는걸까,
혹시 난 남자친구를 이성으로서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저 스스로도 저를 알 수가 없어 죄책감과 불안의 연속입니다
헤어지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닌데, 분명 사랑하는데,
이대로 결혼하자니 남자친구에게 죄를 짓는것만 같고......

결국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미루고 말았습니다.
남자친구는 내색은 안하지만 약간 서운해 하는 눈치입니다.
이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베플

1
남친이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떠올려 봐도 별 감흥이 없으면 헤어져도 될 겁니다.
근데 웃긴 건 막상 헤어지고 다른 사람 만나보면 기가 막히게 후회한다는 사실ㅋ

2
배가 불렀네

3
다들 죽고 못살아 결혼하는줄 아시나요??
연애라는게 무슨 모닥불 마냥 활활타야만. 진정한 사랑이라 생각아시는지..
결혼은요.. 한사람과 반평생을 함께가야하는 일입니다..
이사람과. 나는 50년 이상을 어떻게 살까? 함 생각해보세요..
전 제남편과 평생 친구처럼 살수있겠다.. 싶어 결혼했는데..
아직까진. 잘한 선택같네요 .. 6년차입니다 ㅎㅎ.







댓글들

1
11년째 연애중인 친구 커플도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
다른 사람을 만나본 일이 없으니 지금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몰라서 그런거 같아.
있을때 감사하며 살아요.
건강도 마찬가지로 건강할땐 모르다 잃고 나서야 소중했구나 깨닫게 되죠.
내 옆의 한결같은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사랑의 모습은 아래 다른분들도 적어주셨듯 한가지 모습이 아니니
자신이 만든 틀에 자꾸 본인들의 모습을 끼워넣지 말아요.

2
자신 마음속에 정의해둔 사랑이라는 틀에 우리 커플이 잘 맞지 않아보이니
진정한 사랑이 아닌것 같다고 의심하는것 같은데
서로 없으면 죽네마네 하며 뜨거운 열정 불태우며 연애하다가
결혼한 커플들 백이면 백 죽는 그날까지 다 잘살던가?
함께 경험한 감정의 폭이 큰 만큼 결혼생활과 현실에 실망 많이 하고 더 많이 싸움
게다가 제3자가 보기에는 아가씨 커플도 남들 만만찮게 뜨겁게 사랑하는 커플같아보임
8년을 만났음에도 그런 마음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대단한것임

남자쪽 여자쪽 부모님들 다 사람좋고 가풍 비슷하고 가치관 경제관 비슷하고
사고치거나 속썩이는 일 없이 무난한 성격에 한눈팔지 않고 오직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
이세상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런 남자 찾으려고 20~30대 내내 죽어라 발품팔아도 못만남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인연 만나서 여태까지 순탄하게 살아왔으니
본인이 얼마나 남자복 터진 여자인지 꿈에도 모르는것 같은데
이대로 결혼했다가 크게 후회하겠다 싶으면 깨끗이 정리하시길
남자친구 아닌 다른 남자들 한둘이라도 만나서 한번 겪어봐야
아 내가 진짜 복에 겨워 내손으로 앞날을 망쳤구나 하고 정신이 확 들것임

대한민국 결혼시장이라는게 참 독특해서 (결혼생활 중 시댁의 비중이 매우 큼)
개념가족 있고 사람좋은 신부감의 수 >>>> 개념가족 있고 사람좋은 신랑감의 수 이기에
어차피 이 남자친구는 아가씨와 헤어지더라도
아가씨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 가진 여자들 만날 확률 매우 높음
이미 남자친구 주변의 학교친구들 직장동료들중에 눈독들이는 사람들 꽤 될것임




 

추천  42


 
마녀  우아하게잡아먹을테다
나도 남친 사겼을때 솔직히 그냥 사귀기전보다 식긴했었지만 헤어지고나니 진짜 아프던데..ㅠ놓치면 백퍼 후회할듯...
11년 전
222222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1년 전
.....☆★☆★
11년 전
아나 남친이 단 한번도 없어서 조언도 못해주겠네 아나아나큐큐ㅜ큐
11년 전
박시환(27)  슈퍼스타K5
나중에 후회함...ㅠㅠ 그리고 못 죽어서 결혼하면 금방 식을 가능성이 높아요 환상이 깨져서ㅠㅠㅠㅠㅠ
11년 전
나만 봐주고 착하면 질린다고 하더라. 근데 질리고 나서 헤어지면 나중에 다른사람 만나면 아 걔가 정말 좋았구나 후회하더라....
11년 전
배부른 고민같다..
11년 전
근데 내경우는좀다름..
현남친도거의 2년정도사귀고잇고
전남친도 거의2년사겼는데
전남친은 진짜 열정적으로2년동안한번도
설레임이떠난적이없엇음..
근데 현남친은분명히사랑하는데..
열정은없음..
누굴만나느냐에따라달라지기도함..

11년 전
배가 불렀네 아주 고냥..ㅠㅠ
11년 전
여자마음이 뭔진 알거같은데 옆에서 아무리 조언해줘봤자 자기가 겪어보지 않는한 본인 생각 절대 못고칠거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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