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캠페인 보름 만에 3000만원 가까이 모여
소고기 200인분·옷 등 후원물품 몰려들기도
<한겨레>가 기획시리즈 ‘버려지는 아이들, 그 뒤’를 보도하고 어린이재단과 후원 캠페인을 벌이면서 유기아동들을 위한 따스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들이다. 자신들의 자식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고 슬퍼했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최민준(40)씨는 이달부터 어린이재단에 다달이 정기후원금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최씨에겐 2012년 9월 태어난 아들이 있다.
그는 “기사에 첨부된 사진 가운데 아기들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있었는데, 아들과 많이 닮았다. 오랫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내 아이 같은 아기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버려지고 있다는데, 마음이 먹먹해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의 한 부대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하는 한설인(31)씨도 아이들을 위한 후원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 아들이 태어났지만, 군 생활로 떨어져 지내는 탓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이야기에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
남편도 군인이어서 가족 모두가 떨어져 지낸다. 아이는 친정어머니가 돌봐주고 있다고 했다. “저는 가끔이라도 아이를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버려진 아이들은 낳아준 부모를 볼 수 없으니, 그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후원을 결심했어요.”
익명의 손길도 많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77살 할머니는 자신의 딸을 통해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100만원을 보내왔다. 물품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 먹이라고 소고기 200인분(40㎏)을 보내온 이가 있는가 하면, 지하수로 생활하고 있다는 보육원 소식에 한 정수기업체에서 대용량 정수기를 보내오기도 했다. 아이들 장난감과 옷 등의 후원물품도 몰려들고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팬클럽도 발벗고 나섰다. 남성 3인조 그룹 제이와이제이(JYJ)의 김재중 팬클럽 ‘까칠한 히어로즈 누나들’은 어린이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 1년 동안 팬클럽이 온라인 기부 포털인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모금한 500만원에, 자발적으로 모은 현금 500만원을 보탰다.
이들은 26일 김재중의 생일을 맞아 뜻깊은 일을 찾다 후원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팬클럽의 한 회원(45)은 “팬들 가운데 아이를 둔 ‘누나팬’들이 많아, 아이들을 돕자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삶과 죽음의 경계로 내몰리게 된다.
나라에서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시민들이 버려진 아이들에게 더 큰 관심과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육원 자원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둘 모인 도움의 손길로 캠페인 보름 만에 후원금이 2900만원을 넘어섰다. 설을 앞두고 기사에 등장한 보육원으로 직접 도움을 주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 보육원 사무국장은 “예년과 달리 후원 문의와 후원물품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 후원계좌에 모이는 후원금과 재단 쪽으로 접수되는 후원물품은 모두 버려진 아이들에게 지원된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22056.html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