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벤슨 리(Benson Lee·42)는 2년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플래닛 비보이(Planet B-Boy)'란 다큐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줄곧 한국 밖에서 성장한 그가 한국과 해후한 계기는 2003년 '플래닛 비보이'를 위해 매년 독일에서 개최되는 국제 비보이 경연대회, 즉 '배틀 오브 이어'란 비디오를 접하면서다. 당시 비보이 문화를 흡수한 한국 춤꾼들은 물밀듯이 세계무대로 진격해나갔다. 세계적인 대중문화경연장에서 한국인을 접한 그의 놀라움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한국에도 비보잉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있단 말이야? No Kidding(말도 안돼)!"
당시 그가 알고 있던 한국이란 1980년대 친척집 방문을 통해 접한 거친 시위대의 모습이나,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사태를 통해 엿들었던 경기침체 이미지가 거의 전부였다. 그런 폐쇄적이고 심심한 나라에도 뉴욕에서 시작된 힙합과 비보이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벤슨 리의 기사 중 일부↓
■ 갑작스럽게 떠오른 한국에 대한 미스터리
-평생 영화를 접했을 텐데 한국 영화에 대한 기억은?
"하와이에서 영화를 보면서 그토록 많은 아시아 영화를 봤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영화는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처음 본 영화가 1993년도 '서편제'였다. 호불호를 말할 수없는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있었고…가장 좋았던 영화는 장선우의 '거짓말'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였다. 물론 1990년대의 기억이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한국의 이미지는 무엇이었나?
"나 같은 사람은 미디어, 즉 대중매체를 통해서 한국을 접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배우고 싶은데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설명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중국이나 일본의 틀로만 한국 이해했다. 여행을 해본 한국인은 경험했을 것이다. '북쪽출신이냐 남쪽출신인가(North or South)?' 정말 무수하게 들어야 하는 '김정일' 이야기…여전히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에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를 자극한 계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를 북페스티발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한국 책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이 한글이라는 것은 참 예쁘네요. 이건 어디서 온건가요?"
(벤슨 리)그는 자랑스럽게 한글은 한국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탈리아인은 정색하며 다시 물었다.
"네. 한국문자라는 것은 알겠는데 제가 궁금한 것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인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거에요."
그는 진심으로 화를 냈고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이들의 머리 속에 한국이란 존재하지 않는 카테고리다. 그 빈 공간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자신의 존재감도 없을 것이란 절박감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