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하지만,글로 쓴 것은 그보다 더 지우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사이버 공간에 남아 있는 것이라면 그 처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록된다는 것만으로도 무서운데,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증식되어 도처로 퍼져나갈지 모른다니,
죽어서도 찜찜한 일입니다.
삶을 정리해야 한다면,이제 그 범주 안에 사이버 공간 역시 포함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말을 뱉든,글을 쓰든 신중해야 합니다.
그 원칙은 동일합니다.
언제나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자는 것입니다.
서주희,첫 차를 타는 당신에게

어디에 가서 앉아야 할 지 모를 어설픔이 남긴 마음의 상처.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서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맨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그 곳에 가면 내 자리는 있을까.
어설퍼질 것 같으면 안 가게 되버리는 성장하길 멈춘 무의식.
신경숙,외딴 방

예술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그것은 동물적인 논리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정서적 틈을 시간 속에 열어놓으면서 동백꽃의 순간적이지만 빛나는 환영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예술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그것은 감각적 영역을 다듬을 수 있는 정신의 능력에서 잉태된다.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그것은 우리의 감동에 '형태를 부여'해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럼으로써 특별한 형태를 통해 인간적인 정서의 보편성을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작품에 영원성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뮈리엘 바르베리,고슴도치의 우아함

사람들은 싫증을 잘 느끼고,유행과 취향은 돌고 돌았다.
새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흔히 '진국'이라 부르는 구수한 외모의 순정남이 인기를 끌었다.
언니는 그가 내뱉는 어록을 줄줄 외우며 페디큐어를 발랐다.
TV는 언니의 아편이었다.언니가 사랑에 빠졌다가 빠져나오는 시간은 16부작 미니시리즈보다 짧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언니가 미웠다.
안방에서는 엄마와 아버지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미니홈피의 BGM같은 일상이었다.
오현종,거룩한 속물들

살을 다 발라버린,가시만 남은 고기처럼
마음이 앙상하게 초라해질 때가 있다.
김용택,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남녀가 맺어지려면 세월을 두고 만나며 상대방을 차근차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주의 언어를 알지 못했다.우주의 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는,사막 한복판이든 대도시 한가운데든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깨닫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모든 과거와 미래는 의미를 잃고 오직 현재의 순간만이,
하늘 아래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손에 의해 씌어졌다는 믿을 수 없는 확신만이 존재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영혼의 반쪽을 찾아주는 것은 바로 그 단 하나의 손이다.
우주의 언어로 소통하는 그러한 사랑 없이는,어떠한 꿈도 무의미할 것이다.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

모든 것,당신의 일부 말고는 모든 것이 죽었어요.
당신의 눈에 비치는 천상의 빛
고개 든 눈 속에 어른거리는 영혼 말고는 모든 것이
나는 그 눈만 보았어요,그것은 내게 전부였어요
나는 그 눈만 보았어요,하염없이 그것만 보았어요.
달이 질 때까지 그 눈만 보았어요
애드거 앨런 포우,헬렌2

평소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던 동기와 욕구가 우리를 타락의 길로 이끌 수 있다.
우리가 그 위력을 알아채지 못한 상황적 힘에 의해 자극받고 증폭되고 조종될 때 바로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
세상에 악이 만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유혹은 그저 얼굴을 한 번 돌리거나,삶의 행로를 걸어가다가 잠깐 옆길로 벗어나거나,
우리의 사이드미러에 생긴 작은 얼룩과 같은 것이지만,그것이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
필립 짐바르도,루시퍼 이펙트

살아 있다는 건 단지 호흡을 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은 바로 자신의 존재감이 타인에게 혹은 세상에 알려졌을 때 더욱 절실해진다.
김이율,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사람들은 미래를 기다리지 않는다.하지만 이어짐은 있다.
세대는 다음 세대와 연결된다.마찬가지로 연장자에 대한 존경도 있다.
노인은 그 이어짐에 대한 증인이자,오래 전 언젠가에 하나의 미래가 있었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바로 미래다.충분한 먹을거리가 있을지,
부모들이 받지 못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 그 미래를 가득 채운다.
존 버거,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

세상에 헛발질해 본 사람이면 알지,
저 소리,
밖으로 내놓지 않고 마냥 안으로 끌어만 당기는
저 음성.
'이 저녁 견딜 만하신가?'
황동규,늦가을 저녁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