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DEBUSSY-CLAIR DE 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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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때때로 자신의 미래를 꿈꾸었다.시간이 흘러 소년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소년이 소년이 아니게 된 것이 소년의 탓일까.
소년에게는 꿈을 꾸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꿈을 꾸는것은 소년이 어른이 된 뒤 그의 자식들의 역할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아버지는 요즘
당신 자신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을 되물으신다.
소년 너를 보면 맑은 하늘에도 무지개가 뜨고
사막에도 푸른 초원의 빛이 온다
너를 생각하면 한겨울에도 봄이 오고
영롱한 아침 이슬이 강물되어 흐른다
너를 보면 가슴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고
캄캄한 밤바다에 등대불이 반짝인다
너를 바라보면 광활한 우주가 다가오고
너는 커다란 지구를 굴렁쇠처럼 굴린다
소년 너를 보면/박원자
구름과 함께 걷는 길 나는 두 몸 같은 세 몸 같은 꿈에 잠긴다
코끼리의 외로운 보폭을 가늠하는 꿈
낮잠에서 깨어난 어른이 소년처럼 우는 꿈
또는 순례자의 얕은 꿈을 걱정한다고 해도 괜찮겠지
여기가 아닌 어딘가라는 말도 괜찮겠지
여기가 아닌 어딘가 中/김선재
1
모두와 같은 말을 해야 하는 것이었군요
이국의 언어를 처음 배우듯이,인사말부터,쉬운 말부터,
말을 할 때마다 자신에게 멀어지고 있는 것이군요.
돌아서고 나서야 떠오르는 말들.내가 나를 재현하는 방식을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것은 귀에서 멈추지 않고 입술에서 다시 잔물결처럼 시작될 것인데요.
: 의자는 모서리가 없고 소년은 불가능한 자세를 허락받는다
모두의 눈 앞에서 아무도 몰래 이루어지는 시기.
소년의 일이 저 밖의 일들처럼 소년의 무릎에 내려앉는다
소년이란 자신을 만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라고 소년을 잘못 이해한다
2
나는 나에 닿지 않습니다.나는 나의 밖에 있습니다.
만져 보아도 거기 내가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하나가 아닌 것 같습니다.나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사로잡혀 있습니다.
내가 아니라는 것 아니었다는 것 아닐 거라는 것.
나는 누구와도 눈을 맞출 수 없습니다.
도와 달라고 말할까봐 죽고 싶습니다
: 세상을 찢고 들어 온 태내에서 악몽이었던 아이 사내.
소년은 자신의 몸이 의심스러워 자꾸만 훼손하는 데
자신을 긁는 손 밖에서 오는 축축한 꿈 같은 것들.
맨 처음 꾸었던 꿈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비워도 소년은 남는다
소년은 몽정을 해 본 적이 없다
3
너무 가깝잖아요.이건 마치 껴안으려는 건가요.
우리와 우리 사이에 무수한 우리들
시간을 나누려거든 무한이 필요하겠어요
모두 같은 말로 끝나더라도 여러 개의 주어가 필요한 거잖아요.
거짓만이 우리를 연속이게 했는데요.
신기하게도 몇 달 후 우리의 기억은 일치했어요
: 소년은 긴 손가락을 세우는 그들을 본다
그럴 때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감별이란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보겠다는 뜻인가
흔해 빠진 아이 사내를 발견하지만 자신을 소년이라고 생각하는 소년은 없었다
소년이 살고 싶은 소년은 조금도 없었다
소년 감별소/김성대
허공에 날리는 건,네 향기로운 혓바닥
스쳐도 인연인 우리가 아주 천천히 저주스러워질 때는 이해해.
네 혀는 알 수 없는 신음을 앓고 있었고,
그날처럼 환하게 흩어지는 네 표정이 내 망막을 아프게 훑었지.
5월 네 혀가 너무 시큼해서 전부 탄로날 것 같았어
흉곽에 갇힌 그을음투성이의 소년을
꽃가루 알레르기 中/송기영
제일 겁나는 일은 웃음이 사라지는 것
소년이었는데 소년은 증발하고 뿔만 남았다
뿔 中/박판식
정든 시동을 죽이고 여행 떠나야 하는 건 고대인의 우정이었다
세계의 소년들은
아무것도 아닌,그리고 모든 것인
후반의 생에 젖어 있었다.
남의 이빨이 빠져야 내 죄가 씻긴다고 생각하는 건 고대인의 행복이었다
자석을 탄생석이라고 속였으며
마을 야회의 검은 문고를 읽었으며 특히
상식적인 외로움을 반복했다
손잡이처럼 나는
붙들 때 가장 외로운 것이다
처음의 내가 마지막의 나에게서 세계를 빌려오고 있기 때문에
나는 나의 교양보다 외롭지 않다
여름이 사라졌다는 것뿐 아니라 누구의 여름으로부터 사라졌는지도
편지 써야 했던
정이 떨어지는 계절
남의 이빨이 빠진 날
사물의 이름이 사람을 낳는 건 사물이 사실보다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직 부푼다고도,그것이 겨냥과 같다고도 편지 써선 안된다
세계의 소년들은 잠꼬대에게 여름 덧신을 신기고
조금만 건드려도 낮아지는 체온계를 열심히 때리고 있었다
세계가 두 번째 문진표를 가질 무렵
착색판화집을 끌어안고 나는
나에 대한 무정을 한다
슬픔을 책임져 줄 만큼만 삼파장전구와 놀았다
시들은 '꽃을 다오,꽃을!'외치며 죽어가고 있는데도
판타소스의 정/조연호
벽난로의 붉은 불꽃을 보고 있었을 때
세상은 온통 눈보라 속이었다
자작나무 길은 숲 속으로 아득하게 뻗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한 소년이 도착했다
소년은 차가운 얼굴을
내 가슴께에 묻고 한참을 울었다
바둑이가 죽었다고 끝내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그리고 할아버지도,할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는 뜨거운 코코아를 소년에게 대접했다
소년은 벽난로 앞에서 잠들었다
불꽃의 춤이 소년의 흰 뺨위로 물들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어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작나무 길을 따라 中/장이지
좁은 골목길 언덕에서 소녀가 소년을 끌어안은 채 칼등을 잡고 햇빛을 자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달칼을 자기 손톱에서 꺼내 허공을 긋던 소녀가 소년을 안는다 비닐봉지가 부푼다 흘러내리는 새싹들 흘러내려, 부서지는, 일종의 꿈들
있잖아 난 결국 너랑 자지 않을 거야 어제 배운 그 시 기억나?
응 그림자를 팔아먹은 지 오래되었네
응응 그림자가 없으니 어른이 되어도 우린 함께 자지 못할 거야
침묵이 엄마인 검은 바람의 말, 담장 밑 깨진 화분에 가득 고인 소음들, 잃어버릴 집도 돈도 부모도 가진 적 없는 꽃씨들, 떠도는, 일종의 방패인 칼들
그림자가 없는 소녀와 소년이 한낮 골목길 언덕에서 시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 애들에게 들릴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한다
미안해… 나도…… 사생어른이야……
어른이라는 어떤,고독/김선우
넌 기껏해야 하룻밤의 가출로
반항의 기운을 다 소진시켜 버리는 소심한 소년을 닮았다
잘 길들인 애완동물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불편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한 잠을 청하게 되리라는 예감을
부끄러운 듯 받아들이는 치기어린 소년을
놀이터 소년/문혜진
하늘의 문자에서는 분무 살충제를 뒤집어 쓴 벌레처럼 소름 끼칠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고전주의자로서의 나는 별의 운동을 스스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별과 나 사이가 투명하지 않다고 여긴다
전달에 대한 의문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성난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에서는 평화로운 멜로디가 떠올랐다
달 앞의 우리는 외양간 같은 영혼을 숨기기 위해 작은 판板이 되어 있었다
내가 너를 갚아줄 것이다
물 밖에서 자기의 이해되지 않는 몸을 바라보았던 흔적이 밤에겐 적혀 있다
내가 너에게 겨를 묻혀줄 것이다
묵매墨梅를 치던 사람,의 별자리
모음이 올 자리,의 별자리
서로 헤어지지 않도록 별들은 내게 악취를 모아주었지
내가 만약 해바라기라면 내 얼굴을 조각조각 나눠들고 가을의 아이들은 나를 떠난다
그럼 나는 텅 빈 구멍마다 삶은 빨래를 집어넣고
고장 난 얼굴이 되어 아이들의 칭찬을 받을 것이다
고대古代 이야기가 입방체에 관한 이야기의 용사用事인 것처럼
그가 내게 개구리들을 보내셨다
밤마다 물가에선 따라 부르기 비좁은 애곡哀哭이 들끓고
나의 막대가 나에게 주는 고마운 자해 때문에
이불 밑이 부끄러운 줄도 지켜지는 줄도 몰랐다
웅덩이와 달라붙은 남자여, 나는 소년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다 이별은 보통의 추위처럼 격벽 밖에서 쓸쓸한 것들과 달라붙고 있었다 깊은 잠을 상속 받은 사람은 (자동)떨어지다, (타동)떨어지다, 이등변二等邊에서 얼마만큼 탈락의 넓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붙이면 없어지는 그런 표현이 된다
가장 밑에 고인 바람을 움직이기 때문에 나는
머나먼 인간을 별의 이행시대라고 부를 수 있다
계系는 방점에서 결점으로 이행한다
나는 소맥을 한 줌 쥐고 이라는 우주 한가운데 떠 있었다
천문/조연호
얼룩투성이 유리문 앞에서 소년이 별무늬 풍선을 분다 풍선우주가 부푼다
앉은자리 그대로 뒷걸음치는 별들, 나는 나를 유기한다 나로부터 한없이 멀어진다
폭설 터미널 中/류인서
그림자 두께 삼베바지가 새끼 꼬다 잠든 아버지 밑천을 간수합니다.
호롱불이 마지막 숨을 고를 때, 소년이 아버지 손을 조심스레 잡아 봅니다.
손을 외면하는 아버지 혹한 쪽으로 돌아눕고, 소년의 그림자가 얼어붙습니다.
불현듯 깨난 아버지 회초리 다발로 군불 지핍니다.
매질에 지친 듯 단내 불어내며 아버지 다시 잠들고,
새벽이 매맞은 자국 뚜렷한 종아리로 여명을 지고 옵니다.
날 밝으면 서울로 유학을 떠나야 하는 소년이 아버지 발바닥을 만집니다.
그림자가 아버지의 꿈 대로 모양을 바꿉니다.
쟁기 같은 그림자가 윗목으로 끌려갑니다.
소년이 텅 빈 외양간 앞에 서 있습니다.
건초 빛깔 돈 꾸러미 무게에 늘어진 삼베옷이 외양간 기둥에 걸려 있습니다.
삼베옷을 걸치면 황소숨 몰아쉬던 아버지,
삼베옷에 밴 땀내가 땟물처럼 마르면 비로소 사람들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얼굴을 끝내 보여주지 않아 지금껏 내가 사람의 얼굴을 그리워 합니다.
아버지, 당신 삼베옷에 얼굴을 묻고 간청합니다.
부디, 제 그림자가 제 상상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당신의 땀내를 넘겨주십시오.
당신의 땀내는 제 그림자의 혈액입니다.
외양간 같은 액자에 들어 희미해진 아버지,
기필코 제 그림자로 당신의 눈동자를 점정點睛하겠습니다.
점정點睛/차주일
한 세계에서 탈락되었을 때
추락한 깊이보다 높게 다른 삶이 튀어 오르겠지만
비오는 여름밤에 이미 단풍드는 세월도 있었네
멀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고
빗줄기는 얼룩말처럼 반갑게 뛰어왔네
혼자 남은 정류장은 화난 소년처럼 금세 어두워졌네
그러나 닿고 싶은 곳이 있는 한 기다림은 유지될 것이네
푸른 어둠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지만
훅 하고 지나가는 향기뿐이었네
어둠은 분명 무언가를 中/이영옥
추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