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흔히
'프랑스는 대학이 완전 평준화 되어 있고 학벌 같은게 없다' 라고 알려져 있다.
'대학'에만 한정한다면 이 말은 그닥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과는 별도로 취급되는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écoles)이 존재한다
유명한 그랑제꼴 중 하나인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의 모습
그랑제꼴의 설립 취지는
쉽게 말하면 프랑스 사회를 이끌어나갈 소수 정예의 엘리트 양성이다
프랑스 전역에 약 300여개의 그랑제꼴이 있으며, 통계적으로 프랑스 전체 수험생의 약 3%만이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 있다.
(한 해 신입생이 수백명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엘리트 중심의 학교들이 많다)
프랑스의 일반 대학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대학 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원서만 쓰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데 반해
그랑제꼴에 입학하기 위해선, 우선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별도의 교육과정인 그랑제꼴 준비반에 들어가야 한다.
(그랑제꼴 준비반은 각 고등학교에 개설되어 있으며, 유명 그랑제꼴 준비반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하다)
그랑제꼴 준비반 2년 과정을 이수한 후, 또 여러번의 시험과 본고사를 거쳐 합격해야만 그랑제꼴에 입학할 수 있다.
현역으로 합격하긴 매우 힘들며, 재수 삼수는 다반사.
프랑스 최초의 그랑제꼴이자 유럽에서도 수위권의 이공대로 손꼽히는 국립이과학교 (에꼴 폴리테크니크)
때문에 그랑제꼴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어릴때부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야 하며
그랑제꼴 준비생들이 겪는 입시 경쟁은 한국의 그것 못지않다.
특히 그랑제꼴 출신의 부유층 부모들은 고액과외 등을 통해 자식을 어떻게든 자신처럼 그랑제꼴에 입학시키려고 하며
최근 그랑제꼴 입학생들은 부자 부모의 적극적 지원으로 합격하게 된 경우가 많다.
부와 지위의 세습을 그랑제꼴을 통해서 하고 있는 것.
이렇게 치열한 경쟁끝에 어렵게 그랑제꼴에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프랑스의 정계, 재계, 학계를 그야말로 독점하다시피 한다.
성공한 유명 프랑스 정치인이나 경제인, 학자 중에 그랑제꼴 출신이 아닌 사람을 찾는게 더 힘들 정도.
프랑스도 이런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차례 대학시스템 개혁을 시도했으나
그랑제꼴 출신들이 프랑스 사회의 기득권을 너무나 꽉 잡고 있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