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힘들었겠지
누구도 보지 않는 저 골목 어귀쯤 어딘가에서
홀로 무장무장 몸뚱아리를 태워도
돌담을 거닐던 길고양이만이 눈길을 주었을 뿐.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지쳐버렸겠지
다시는 볼 수 없어도
별똥 떨어진다는 한 마디에
고개라도 들어줄까 하는 먼지같던 설렘으로
결국 울며 울며 지평선으로 사라졌겠지.
별똥, 서덕준
외로움아,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난 외롭지 않다.
외로움에게, 서덕준
무지개가 검다고 말하여도
나는 당신의 말씀을 교리처럼 따를 테요
웃는 당신의 입꼬리에 내 목숨도 걸겠습니다.
당신은 나의 것, 서덕준
빗소리가 마치 타박타박
내게로 뜀박질하는 넌 줄만 알고
나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기 일쑤였다.
내게 사랑은 이런 것이었고
너는 내게 있어 이다지도 미련스럽고
지독했던 한 철 장마였다.
장마, 서덕준
주제를 알면서 감히 꿈을 꿨다
남루하고 깨진 마음에 버겁게도 밀어 넣었다
내 마음에 절망이 스미고
결국 가라앉아 강바닥에 묻힌다 한들
기어코 담고 싶었다.
당신을 구겨 넣고 이 악물어 버텼건만
내가 다 산산이 깨어지고
강바닥에 무력히 스러져 눕고서야 알았다.
그대는 그저 흐르는 강물이었음을.
강물, 서덕준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너를 쫓는 근위병, 서덕준
- 시인 서덕준 페이스북 페이지http://facebook.com/seodeok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