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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ll조회 2264l 1
이 글은 9년 전 (2015/10/20) 게시물이에요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

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 하는 물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

가꾸시는 매화 분은 피었다 졌겠어요

흉내 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 목도리를 여미기도 합니다

꽃봉오리가 날로 번져나오니 이보다 반가운 손님도 드물겠습니다

행사 삼아 돌을 하나 옮겼습니다

돌 아래, 그늘 자리의 섭섭함을 보았고

새로 앉은 자리의 청빈한 배부름을 보아두었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 글자 대신

손바닥을 폅니다

뒤집어보기도 합니다

마디와 마디들이 이제 제법 고문입니다

이럴 땐 눈도 좀 감았다 떠야 합니다

이만하면 안부는 괜찮습니다 다만

오도카니 앉아 있기 일쑵니다

- 안부 / 장석남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오늘 저녁엔 한번 찬찬히 살펴 보시길


봄비 스스로 내리는 저녁무렵
혹시 당신 양복 뒷단을
희고 찬 낯선 손이 몰래 다가와
살며시 잡아당기지는 않는지


혹시 당신 아파트 문 위에 
손톱자욱이 나 있지는 않은지
자동 응답기에 숨죽인 흐느낌이 
녹음되어 있지는 않은지 


당신이 시내로 들어가는 전철을 기다리면서
일간지에 코를 박고 있는 동안, 그리곤
불밝은 전동차 안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들어가는 동안,
혹시, 건너편, 시외로 빠져나가는 플랫폼
어두운 한 구석에 숨어서 한 여자가 당신을
막막히 애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그녀가 가슴을 불어가는 바람을 견디느라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고 있지는 않은지 


당신이, 문밖으로 쫓아버린 여자 
당신이, 도시에서 살기 위해서 잊어버린 여자


그 여자, 당신의 일상이 잊어버린, 그러나
어쩌면 당신의 영혼이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건너편의 여자 


- 건너편의 여자 / 김정란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붉은 글자 위로 

눈 내립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던
목소리도 
눈 맞습니다 


서성대던 마음이 
입 안에 갇혔습니다


- 붉은 / 이성미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추한 것도 많았지만 아름다운 것도 많았지요
미운 것도 많았지만 예쁜 것도 많았지요
가난하지만 힘껏 살았소
짧았지만 오래 살았소
오래 살았지만 꿈같은 시간이었소
후회한들 무엇하랴
힘이 닿는 데까지 살았다오
이제 아주 나쁜 것도 좋소
모든 게 좋소
추한 것도 아름답소
모든 게 아름답소
후회도 소망도 없이,
아쉬움도 충만도 없이
그냥 담백하고 맑게 가라앉은 심정으로
모든 것과 조용히 화해한 심정이오


- 미리 써 본 유서 / 박이문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나, 지금 

덤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만 같아 

나, 삭정이 끝에 

무슨 실수로 얹힌 

푸르죽죽한 순만 같아 

나, 자꾸 기다리네 

누구, 나, 툭 꺾으면 

물기 하나 없는 줄거리 보고 

기겁하여 팽개칠 거야 

나, 지금 

삭정이인 것 같아 

핏톨들은 가랑잎으로 쓸려 다니고 

아, 나, 기다림을 

끌어당기고 

싶네

- 나, 덤으로 / 황인숙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나는 등이 가렵다

 

한 손에는 흰 돌을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다

 

우산 밖에는 비가 온다

 

나는 천천히

어깨 너머로 머리를 돌려

등 뒤를 본다

 

등 뒤에도 비가 온다

 

그림자는 젖고

나는 잠깐

슬퍼질 뻔한다

 

말을 하고 싶다

피와 살을 가진 생물처럼

실감나게

 

흰 쥐가 내 손을

떠나간다

 

날면,

나는 날아갈 것 같다

- 천사 / 신해욱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가슴 위로 

이맘때쯤 배 한 척 지나가는 일은
숨겨두었던
푸른 눈물에 상처를 내는 일이다


거품처럼 요란한 그 길에서
기억은 포말처럼 날뛰고 뒤집어지는데,
그 위를
물그림자가 가고 있다


눈물 속에서 뿜은 용암 덩어리가 스러지면


모든 길은 떠나거나 흐르거나
칼날 지나간 자국마다
그것을 견딘 힘을 본다


어느새 지워지는 흉터의 길들처럼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그 길의
한순간이 잘 아물어 있다


낯선 세계에서 잠시 다녀온 듯
낮잠에서 깨어난 듯


- 회복중이다 / 이사라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여기를 떠날 수 없다
여기서 너를 잃었기에
내 눈은 쉼 없이 헤매고
내 발은 걸음을 잊었다
이대로 백골이 되리
더 이상 시간은 숨을 쉬지 않는다
어떤 우연이 내 손에
네 손을 쥐어주기 전에는


- 이 시간 밖으로까지만이라도 나를 데려가다오 / 황인숙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어리고 약한 것들이

조금씩 퍼져나가 말도 없이

우글우글하다

아무라도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했던 적이 있다

이 이상한 자국은 어디서 온 것일까

엷어지고 엷어지고

나는 우주 건너편에서 빛나는 항성의

새로운 생명체가 된 것만 같다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나라에서

주민이었던 적도 있을까

밤이 너무 까매서 잠들지 않으려고

응애응애

우는 애기처럼

울어도 울어도

사라지지 않는 게 있다는 듯

흰 눈이 내린다

따뜻한 손에 닿아

녹아

없어지려고

자꾸 자꾸

내린다



- 몽고반점 / 하재연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깊고 깊어라
행동 뒤의 나의 생각
내 혀는 마음보다
정직했으니


- 후회 / 황인숙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서러움에 어떤 거리가 생겼다

모든 사물은 어떤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비가 쏟아졌다 어디였을까

내가 자세히 그리워하지 않았던 곳이

택시에서 문득 울고 싶은 대낮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성당이나 철길을 보고 서러워지는 것도 이유가 없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어디선가 들깨 향이 났다

꺳잎을 보면 야구공이 생각나는 건 개인적인 일이다

오래된 커피 자국을 본다


- 이준규 / 거리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교탁 위에 리코더가 놓여 있다
불면 소리가 나는 물건이다

그 아이의 리코더를 불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그랬다

보고 있었다

섬망도 망상도 없는 교실에서였다


- 레코더 / 황인찬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유리는 내용이 없어 투명하다

유리처럼 다 담을 수 있어
마음은 아프기도 하다 
가자
상처가 몸뚱이가 되는 유리야
상처가 문이 되기도 하는 마음아


- 유리 / 함민복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그대의 발명 / 박정대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 지평선 / 김혜순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 인스티즈

말하지 않는 말로 말할 때, 말하지 않은 말로 말할 때,

서로에게 서로를 말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그때, 우리를 우리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다만 희미한 암시로. 다만 흐릿한 리듬으로.

뜻 없은 것들. 뜻 없는 것들. 뜻 없는 것들.

무한을 보고 싶다. 



-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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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너무좋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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