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 새벽 3시경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 내부. 출입구쪽 계산대 안에서 어떤 남자가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있고, 점원인 듯 보이는 또 다른 한 남자는 계산대 밖 맞은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마트 안에 있던 20~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도 구경만 할 뿐이다. 이 장면은 편의점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편의점 계산대 구석에서 10 여 분간, 반항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사람은 복합장애 2급의 지체장애자 유기성씨(31세). 그는 아이큐가 70인 지적장애자이며,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자다. 유씨는 “길에서 마주친 남자에게 ‘담배를 하나 빌려 달라, 버스가 아직 다니느냐?’ 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재수없다’ 며 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밝은 곳으로 피해야 할 것 같아 가까운 편의점으로 도망갔는데, 거기까지 따라 들어와 때렸다. 10여분 동안 너무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유씨를 때린 남자는 유기성 씨의 오른쪽 안면을 집중적으로 폭행했다. 이로 인해 유씨는 오른쪽 눈 주위를 지탱해주는 뼈에 골절상을 입었다. 유씨의 치료를 맡고 있는 부천성모병원 김은철 안과 교수는 “수술 후에도 안구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시나 복시장해가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열흘이 가깝도록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부천중부경찰서는, “신원확인을 위해 피의자가 놓고 간 점퍼를 지난 12일 국립과학수사대에 의뢰했다”며 “2주일 정도 걸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CCTV 화면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로는 계산대, 담배판매대, 의자 등 곳곳에 범인의 지문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결국 현장보존을 하고 초등수사에서 지문감식반에 의뢰만 했어도 범인의 인적사항은 쉽게 확보될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경찰은 "‘상해사건’으로 분류하고, 12일 현장감식을 했지만 이미 청소가 돼 있어 지문을 체취할 수는 없었다. 지금의 가장 큰 단서는 CCTV상 피의자의 얼굴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씨의 경우 ‘장애인 특별법’의 보호를 받기도 어려운 경우”라며 “탐문수사를 위주로 피의자 확보를 진행 중”이라고 얘기했다. 피의자도 없는 상태에서 병원 수술예치금 300만 원을 내고 나오던 피해자 아버지 유명근 씨는 “카드라도 있었기에 망정이지 돈이 없는 사람은 당장 수술하기도 어려운 사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