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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진ㅇlll조회 1143l
이 글은 8년 전 (2016/8/10) 게시물이에요




나는 내가 정말 평범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 어떤 것에도 재능 같은건 없으리라 생각했다.
살면서 취미조차 하나 없없다. 꿈 없이 일을 했고, 남은 시간엔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며 댓글들이나 달고 다니는게 내 인생의 전부였다.
하지만 한가지, 유독 내가 단 댓글들에는 사람들의 추천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어느날 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걸 잘하는구나!
스스로 그것을 인지한 순간, 그것은 정말로 재능이 되었다. 


지금 나는 한 식당의 이미지를 만들 목적으로 글을 쓰려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30만원이다. 
하루 중 단 30분을 투자하여 3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1분에 만원. 하루종일 최저임금도 못받고 편의점 알바생활을 하던 예전의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나는 키보드 앞에 앉아 어떻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지 생각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내 닉네임이 유명한 대형 사이트에 접속해 글쓰기를 눌렀다.


[ 퇴근하고 오는길에 보면, 젊은 형이 혼자서 장사하는 곱창집이 하나 있다. 
  토요일 오후 6시면 한참 장사하고 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제야 문을 열고 있더라. 
  곱창 하나 포장 기다리면서 얘기를 들어보면, 이 형은 완전 자기 맘대로다. 문 여는시간도 맘대로고 문 닫는 시간도 맘대로고... 
  일부러 재료도 많이 준비 안해놓고, 다 팔리면 어쩔 땐 2시간 만에도 문닫고 놀러간단다ㅋㅋㅋ 
  집주인이 가게 확장하라고 해도 안한다던데,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자기시간이 많은게 좋다나? 
  그런거 보면서 진짜 부럽더라. 나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근데 막상 내가 저 상황이면 아마 난 당장 가게 확장하고, 직원도 여러명 쓰고 장사도 하루종일하고 그랬겠지?ㅋㅋㅋㅋㅋㅋ 
  씁쓸한 자본주의의 노예ㅋㅋㅋ ]


전혀 홍보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냥 사람들에게 공감과, 가게주인에 대한 작은 동경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남은건 이 사이트에서 친한 사람들과 이 공감에 대한 대수롭지 않은 댓글수다를 떨면 되는 것이다. 혹 궁금해 하는 사람이 나오면 가게를 알려주어도 괜찮을 것이고. 포장 된 곱창 사진을 찍어서 정보를 흘려도 괜찮을 것이다. 


간간히 댓글을 확인하기 위한 웹페이지를 띄워놓은 뒤, 히오스에 접속했다. 어차피 다음 껀수가 들어 올 때까진 한가하니까 재밌는 히오스나 하다가 자는거지.




늦게 일어난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번호다. 껀수.


" 여보세요? "
" 아, '이슈'님 이십니까? "
" 아하 예~ 이슈입니다~! " 


순간 내 톤이 밝아졌다. 이슈라는 닉으로 부른다는건 껀수이기 때문이다. 


" 어제 곱창집 하신거 봤습니다. "
" 예? "
" 아, 이슈님이 과연 어떤식으로 하실지 궁금해서 한번 제가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색으로 아무것도 뜨지 않던 ㅁㅁ곱창집이었는데, 오늘은 검색결과가 뜨는군요? 올리신 글도 잘 봤습니다. "


무슨 테스트? 왠지 싸한 느낌이 들었다.


" ...저 이게 무슨? 상황이 지금 "
" 곱창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더군요? 아주 좋아요. 자연스러워요. 다 알고 보는 저도 한번쯤, 그 곱창집이 어딘지 가보고 싶어지더란 말입니다. 하하 "
" 저기, 무슨 상황인지 좀... "
" 아, 죄송.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이슈님께 드릴 의뢰가 하나 있는데, 이게 사안이 사안인만큼 믿고 맡겨도 되는 일인지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
" 예? "


그의 말을 정리해보자면, 나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가짜로 의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럼 의뢰비 30만원은?


" 아니 지금 하시는 말씀은 그럼, 저를 시험해보려고 어제 일부러 곱창집 의뢰를 넣으신거고. 그 시험에 제가 통과했다고, 이 말인가요? "
" 그렇습니다. "
" 아니 그러면 하~, 아니다. 일단 그 의뢰비가 아직 입금도 안됐는데 그러면 그 의뢰비는- "
" 아, 일단! "


약간 짜증이 오른 내말을 그가 끊었다. 짜증이 더 오르게 말이다.


" 아니 이보세요, " 
" 진짜 의뢰는 이렇게 전화통화로는 말씀드리기 어렵고,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 아니 이보세요, 진짜 의뢰고 뭐고를 떠나서 말이에요- "
" 아, 진짜 의뢰비는 1억입니다. "
" ! "


잘못들었을까? 아니다! 1억?


" 1억이라고요? "
" 예 그렇습니다. "
" 지금 장난하시는 건가요? "
" 아,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음~~ 그렇지, 계좌번호가 있으니까. 자, 일단 1억짜리 의뢰를 하실 마음이 있으십니까? 그 계좌에 선입금으로 천만원을 넣어드리겠습니다. "


뭐 천만원을 넣어준다고? 머리가 복잡해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진짜 1억짜리 껀수가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된다. 내 능력이 뭐라고 1억을? 이건 어떻게봐도 수상했다. 
침착하고. 흥분하지말고. 상황을 파악하자.


" 정확히 그 의뢰란게 뭐죠? 구체적으로 말이에요. "
" 음~ 구체적으로 지금 말씀드릴 순 없고... 항상 하시던 이미지 메이킹 쪽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 이미지 메이킹? "
" 예, 어떤 사람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 "


사람? 누굴까? 혹시 연예인일까? 최근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누구지? 혹시 정치인? 아니 근데 애초에 내 능력으로 그런게 가능한가? 1억을 줄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닐텐데.


" 혹시 연예인이나 정치인 인가요? "
" 아, 그런 사람들은 아니고. 일반인입니다. "
" 일반인... "


일반인이 무슨 1억짜리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지? 아무리 궁리해도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껀수는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당연히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1억원은 평생 만져보지도 못했던 돈이다.


" 어떻습니까? 일단 천만원 선입금 해드릴까요? "


맞다. 가장 중요한건 사실인가 아닌가다. 천만원 입금만, 한번 이 얘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만 확인해보는건 나쁘지 않았다.


" 예. 그럼 일단 넣어봐 주세요. "
"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


전화가 끊어졌지만 못박힌 듯 핸드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정말일까? 정말로 1억이란 돈을-


[ 띠링! ㅇㅇ은행 1000만원 입금- ]


아! 이건 가짜 문자가 아니었다. 평소의 ㅇㅇ은행과 번호가 같았다. 그렇다면 1억 껀수가 정말이란 말이다.
다시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했다. 


" 아, 입금 확인하셨습니까? "
" 넷 네. "
" 자, 그러면 어떻게? 일단 만나뵙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
" ... "


속으로 고민하는 척 했지만, 어쩌면 처음 1억이라는 액수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 어디서 뵙죠? "
" 건대역 ㅁㅁ모텔 606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2시간 후 뵙는걸로? "
" 알겠습니다. 그때 뵙죠. "




급하게 씻고 외출 준비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웰치스? 신종 장기매매? 혹시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이 있었을까? 호신용으로 칼을 챙겨가는게 좋을까? 112 어플은 깔아놔야겠다. 원클릭으로 신고가 가능한 기능같은거 있겠지? 
그러고보니 내가 그동안 인터넷에 정보를 많이 풀었던 모양이다. 서울에 사는 것도 알고 있고, 건대역이 가깝다는 것도 알고 있고. 역시 칼은 하나 챙겨가야겠다.
나는 외투 안주머니에 과도를 챙겨넣고 반지하 집 밖으로 나섰다.




ㅁㅁ모텔 606호. 오늘 한가지 배웠다. 남자 혼자 기다리고 있는 방에 남자 혼자 호수를 외워서 찾아간다는 건, 결코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 똑 똑 똑 '


" 아, 이슈님? "
" 안녕하세요. "


문을 열어준 인물은 전화 목소리로 예상했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한 인상의 30대 사내였다. 덩치가 크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에 일단 안도감을 느꼈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문을 잠그는 그 소리가 다시금 긴장감을 깨웠지만 말이다.


" 아, 일단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일단 의뢰 내용을 듣게 되시면 거절은 하실 수 없습니다. "
" 듣고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거죠? "
" 아... "


그는 마치 생각해본적이 없었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무서운 말이라도 나올까?


" 음~ 딱히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슈님이 그렇게 정의로운 분 같지는 않아서,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기도 하고...아, 죄송합니다. 혹시 좀 정의로우신 편이신가요? 불의를 보고 못 참는다거나 "


정의?


" 아뇨 불의는 곧잘 참는 편입니다. "
" 그렇죠? 괜히 본인이 귀찮아지면서까지 정의를 위해 나서고 그러는 성격은 아니시죠? "
" 예에..뭐.. 그런편이죠.. "
" 아, 그렇다면 됐습니다. 혹시 거절하신다면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이슈님과 저는 다시 볼 일이 없는 사이로 헤어지면 되겠습니다. "
" 예 예... 근데 도대체 뭐죠? 무슨 의뢰길래 1억이나 주겠다고 하는건가요? "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 그는 짐짓 표정이 굳더니, 앞으로 나올 말이 절대 농담이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 강렬한 시선에 눈을 피하기 전에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제가 아는 사람이 사람을 한명 죽였습니다. "
" 예?! "


이럴 줄 알았다. 아니 이럴 줄은 몰랐다. 안좋은 내용일꺼라 생각은 했지만 사람이 죽는 문제일거란 생각은 못했다. 혹시 거짓말? 아니다. 누가 1억을 걸고서 저런 표정으로 거짓말을 할까? 진짜 일 것이다. 
거절하려면 지금 밖에 없다. 농담하지 말라고 소리치며 이 방을 박차고 뛰쳐나가야 한다. 지금 당장 그래야 한다-


" 그 사람은 삼일 뒤 경찰에 자수를 할 겁니다. "
" 자수?! "
" 이슈님은 그 삼일간 그 사람을 이미지 메이킹 해주시면 됩니다. 그 사람을, 세상 사람들 모두의 동정을 얻는 존재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
" ...... "


자수한다고? 삼일 뒤에 자수를 한다고? 그렇다면 이 껀수는 위험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 무엇보다-


" 그러면 1억을 드리겠습니다. "


1억.


" 자, 가능하시겠습니까? 실패하신다고 해도 충분히 노력하신 모습이 제 눈에 보인다면, 선입금 드렸던 천만원은 드리겠습니다. "
" ... "


이 껀수는 해도 되는 껀수다. 무엇보다 나는 안전하다. 살인자는 삼일 뒤 자수를 할 것이고, 나와는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집에서 키보드만 두들기면 되는 껀수. 잘하면 1억, 못해도 천만원짜리 껀수.


" 이슈님? 하실겁니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
" 예 5분만... "


사실 5분도 필요 없을 것이다. 마음 속 추는 이미 9대 1이다. 
1은 뭔가? 1은 뭐지? 뭘까? 도대체? 그게 도대체-, 아! 아. 아-. 


" 죽은 사람은 누구죠? "
" 그 사람의 여자친구 입니다. "


찝찝함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수락하면 나는 사람을 죽인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것이다. 아까 그래서 정의를 물어봤구나! 
그의 판단이 옳았다. 나는 만약 여기서 거절을 하더라도, 경찰에 신고를 한다거나해서 그들의 복잡한 상황속으로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모른 척 지나쳤겠지. 
그러면 이제는 내 양심과 신념에 물어야 했다. 
어차피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생판 남인 여자.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이미 벌어진 일. 그리고 살인자는 삼일 뒤에 자수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설령 그들과 내가 한패가 되더라도, 내가 그녀를 죽인것도 아니고, 죽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마음속 무게추가 모두 기울었다.


"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해요. "
" 아, 그럼 하시는걸로? "
" 예. "
" 아~ 잘됐습니다. 그럼 어떤식으로? 아, 물론 이슈님이 나름 노하우가 있으시겠지만, 어떤식으로 하실건지 궁금하군요? "
" 일단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해요. 어쩌다 죽이게 됐는지, 원인이 뭔지, 어떤 사이였었는지. 그리고 자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무엇이 됐든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해요. "
" 음~ 얘기가 길어질텐데. 음~ "


그의 손가락이 눈섭을 긁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망설이는 그의 표정이 읽혀졌다. 뭔가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고 있는 느낌? 그가 말을 하기 전에 급히 먼저 말했다.


" 만들어진 이야기로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진짜로 모든것을 말해주세요. 진짜로. "


내 말에 그는 표정을 바꿔 잠깐 고민하더니,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그와 그녀는 지난 3년간 장거리 연애를 했습니다. 둘은 곧 결혼도 앞둔 사이였습니다. 그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겠지만, 그녀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가정이 있는 유부녀였던 겁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그녀의 비밀은 들키고 말았고...화가난 그는 그녀를 죽여버린 겁니다 "
" 어떻게 죽였죠? "
" ...목을 졸라 죽였습니다. "
" 절대 실수는 아니군요. "
" 그렇죠. "


그는 잠시 입을 닫아 말을 멈췄다. 그 짧은 침묵이 나를 유혹했다. 아까부터 절대 묻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했었던 질문을 무심코 하도록 만든 것이다.


" 그 사람이 혹시 당신인가요? "


입 밖으로 내자마자 후회했다. 외투 속 감춰 둔 과도의 존재감을 확인 할 만큼. 
그는 한번 피식,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비틀어 말했다.


" 저는 그녀의 남편입니다. "
" 아! "


나의 예상보다 상황은 복잡했다. '당신이 왜?' 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낼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 제가 이슈님께 이런 의뢰를 드리는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삼일 뒤 자수를 할 그를 위해서 입니다. 그가 비록 사람을 죽인걸로 법적 죄값은 받겠지만, 평생 주변에 미친 살인마로 낙인찍히는 사회적 죽음까진 당하지 않길 바라는 겁니다. " 


이번에도 역시 '그걸 당신이 왜?'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행히도 그의 이유는 두가지였다.


" 두번째 이유는... 저도 그녀를 죽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녀를 물리적으로 죽였다면, 저는 그녀를 사회적으로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죽어도 싼 여자로, 죽을만도 했던 여자로 말입니다. 주변사람 그 누구도 그녀를 동정하지 않게 말입니다. "


그의 얼굴은 점점 상기되어갔고 그의 말은 정말 진실 된 바램같았다. 나는 그가 납득이 될 것 같었다.
나는 그의 사회적 살인의 도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 그녀는 어떤 여자 였나요? 성격이나 생김새나 주변관계나, 뭐든지 다. 자세할수록 좋습니다. " 
" 그녀는. 음. 작았습니다. 몸집도 작았고 얼굴도 작았고. 아마 그는 한손으로도 그녀를 목졸라 죽일 수 있었을 겁니다. 얼굴은 둥그스름했고 눈이 쳐진 강아지상 이었는데... 절대 순한 여자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선 얌전한 척, 낯가리는 척 내숭? 아니다, 가식이 심했습니다. 실은 누구보다 욕심이 많았고, 사치가 심하여 항상 은근히 자랑하기를 즐겼습니다. 그녀는 어디든, 누구와 있든 주목을 받는걸 즐겼습니다 그것을 위해 실수인 척 항상 사고를 치곤 했었죠. 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쪽으로. 그리고는 그 쳐진 눈으로 미안한 척,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그녀의 진짜 눈물은 단 한번도 남을 위해 흐른적이 없었을 겁니다. 아, 한번은 제가 몸살로 드러누운 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제 이마에 수건을 얹어주었습니다. 물론 제가 잠든 뒤엔 곧바로 거실 TV로 개그프로를 보며 웃고 있더군요. 그리고- "


그의 말은 끝없이 계속 될 것 같았고, 말을 할수록 점점 그의 말 속엔 그녀에 대한 감정이 드러났다. 
그의 말들을 들을수록 나 역시 그녀에 대해 경멸적인 감정이 생겨났다. 물론 그것이 그녀의 진짜 모습인지는 몰라도,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 알았어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네요. "
" 충분합니까? "
" 예 궁금한게 있으면 나중에라도 연락할게요. 그분이 삼일 뒤에 자수를 하신다고 하셨죠? 하루가 급하네요. 얼른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네요 "
"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 예. 저는 그럼, " 


그를 뒤로 하고 모텔방을 나왔다. 안에서 1시간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상 10분정도의 시간이었다니. 
단지 얇은 문 하나 밖인데 마치 소설 속 세상에서 현실로 빠져나온 것 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신경은 그쪽 세상에 쏠려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1억원이라는 세상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키보드 앞에 앉아 끊임없이 구상했다. 어떻게 살인마를 동정받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피해자를 천하의 으로 만들 것인가? 


몇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게, 해가 진 뒤에야 겨우 키보드에 손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가장 큰 사이트에 익명의 아이디로 고민글을 올렸다. 그 제목은-


[ 제 친구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


오늘의 유머 - '복날은간다' 님 단편선



[단편] 이미지 메이킹 [上] .txt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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