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주의)
근방에서 제일 큰 사립남자고등학교의 비리수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 형사팀에서는 잠복수사를 결정내렸고
가장 젊은피이면서 여형사들 중 그나마 남자답게 잘생겼다는 명목하에
게녀가 그 대상으로 지목됐어.
울며 겨자먹기로 강제로 투입된 게녀는 그곳에서
남학생으로 위장한채 기숙사가 딸린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어.
A방
이 나이먹고 8교시에 야간자율학습까지 하려니
진이 다 빠져버린 게녀는 피로감에 쩔어있는 상태였어.
빨리 샤워하고 잠이나 자고싶다는 생각에 게녀는
가장 먼저 기숙사에 도착해서 라커 깊숙이 숨겨두었던
속옷과 편하게 입을 박스티와 반바지를 손에 든채로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로
직행했어.애들이 없을때 얼른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몸에 거품칠을 하는데,
"아 졸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남자애의 음성이 들려왔어.
깜짝놀란 게녀는 얼른 물로 거품을 헹궈내고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는 화장실 밖으로 나갔어.
"........."
그 아이는 게녀가 있는것도 모르는지
침대에 엎어져 바로 잠에 든듯했고,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한 게녀는 한숨을 내쉬며
바로 옆 침대에 앉아 머리를 탈탈 털었어.
그러면서 그애의 얼굴을 힐끗보며
요즘 고딩들은 참 예쁘게도 생겼구나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야."
"어?"
갑자기 그애가 말을 걸어.
자는거 아니었어?놀란 게녀가
그애의 얼굴을 쳐다보자
"나 궁금한게 있는데."
"응?..."
"물어봐도 돼?"
"뭔데?...."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애였어.
그대로 누워서는 나른한 목소리로
게녀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입을 여는데
"너 고자냐?"
"뭐라고?"
"남자새끼같지가 않아.진짜 고자야?"
게녀는 그 순간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뻔했어.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지만 아닌척하며
'뭔야~'하며 장난스럽게 받아쳤더니 그애는
"그것도 아니면.."
사뭇 진지하게 말을 했어.
"여자인가?"
B방
"와 나쁜.김게녀 너 누나있냐?"
"헐 나도 사진 보여줘.예쁘냐?"
"야 몇살이셔 나 소개좀ㅋㅋㅋ"
교실 책상에 핸드폰을 두고온게 생각나서
찾으러 오니,반 남자애들이 게녀의 핸드폰 앨범을
구경하고 있었어.그 사진은 긴 웨이브머리를 한 게녀의 셀카였는데
남자애들은 누나쯤으로 생각하는듯했어.
"남친있어 바보들아~나 간다."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며 핸드폰을 낚아챈 게녀는
교실에서 나와 복도를 성큼성큼 걸으며
기숙사로 향하는데
"기숙사 가냐?같이 가자."
뒤에서 같은방을 쓰는 남자애가 핸드폰을 보며 게녀쪽으로 걸어와.
그렇게 둘이 같이 걷는데,
자꾸 아까 자신의 셀카를 들킨것이 신경쓰여서
게녀는 그애에게 살짝 물어봐.
"너도 봤어?교실에서.."
"뭘?"
"우리 누,누나 사진."
"아~그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여기는 그애의 태도에
게녀는 아 안들켰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다시 웃음을 찾고는 복도를 걸었어.
그런데,
"엄청 닮았더라.그냥 너라고해도 될 정도로."
"그런가?하하..많이 닮긴했지?"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그 사진 보고선 확신했지."
"어?"
게녀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애를 쳐다봤어.침을 꿀꺽 삼키며
무슨뜻이냐고 물으니
그애는 게녀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씨익 웃었어.
"왜 여태껏 눈치를 못챘을까?"
C방
"야 우리 내일 수학여행이니까 밤새놀다자자"
"콜. 콜.다들 바닥으로 내려와."
이 나이대 애들답게 다들 잠도없는지
이 늦은 시간에 다같이 게임을 하자해.
피곤해 죽겠구만.싫다고 거절하니
잔뜩 몰려와서는 게녀에게 헤드락을 걸어.
할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다함께 둥글게 앉으며 게임을 하는데
"아싸 김게녀 걸렸고요~야 벌칙 뭐할까?"
"야 쎈거해ㅋㅋㅋㅋㅋㅋ옆에 있는애랑 뽀뽀하기!"
"우웩 나쁜ㅋㅋㅋㅋ야 빨랑해~십구팔칠..."
말도 안되는 벌칙에 화를내며 거부했지만
애들은 더욱 부추기고,옆 남자애는 장난스레
입술을 쭉 내밀며 다가오는데, 그때
"야 쌤들 발걸음소리 들려."
홀로 이어폰을 낀채로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애가
갑자기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그렇게 말해.
깜짝놀란 아이들은 다급하게 본인의 침대로 들어가
자는척을 하고,게녀는 그애의 손에 이끌려
이불속에 몸을 숨겼어.
"..........."
고개를 빼꼼 내다보니
숨이 닿을듯한 거리에 그애가 있었고
빤히 쳐다보는 그애의 눈길에
민망한 게녀는 다시 이불로 얼굴을 가렸어.
그런데,
'너.'
그애가 조심스레 게녀의 얼굴을 가리던
이불을 걷어내고는 소리를 내지않은채
입모양으로 게녀에게 말했어.
'언제까지 이럴 작정이야'
'뭐라고?'
입모양을 알아 챈 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그애는 게녀에게서 시선을 떼지않은채로
말을 이었어.
'아직은 나밖에 모르는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