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하고 기품있는 카페, http://cafe.daum.net/eovlth1
가을의 조건
햇살이 잘 익은 바나나 색깔일 것
또는 낙엽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가볍게 비가 내릴 것
초등학교 앞에 문방구가 조금 환해 보일 것
할아버지 담배연기가 길게길게 나올 것
가끔 하늘을 볼 것
그리고 가끔 고독할 것
그리고 가끔 그리울 것
김창완 / 안녕, 나의 모든 하루
우리가 머무는 풍경을 서글프게 만드는 것은 애써 끊어내려 해도
끊을 수 없는, 다음 생에도 볼 수 없다는 이별의 슬픔이다.
서러운 눈물도, 애꿎은 책망도, 날 선 원망도 없지만 둘은 영원할 수 없다.
다만 가장 가슴 깊이 새겨진 것은 내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뿐.
이별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사랑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아름답게 이별해야 사랑도 영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 것은, 결국 이별이다.
장샤오시엔 / 너와, 그리고 잠 못 이루던 밤들
지난 일들이 아무리 멀어진다 해도 옛사랑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당신은 언제든 추억속 나를 불러낼 수 있고,내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
장샤오시엔 / 너와, 그리고 잠 못이루던 밤들
우리가 한 사람과 헤어지고 잊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결국 잊어야 해요. 내가 살아야 하니까. 그게 진실이에요.
어떻게든 잘 털어내야만 하는 것. 그래서 잊고, 잊히는 거에요.
결국 사랑이 아닌 삶을 선택하기 때문에 헤어질수 있고, 잊을 수 있는 거겠지만.
그런데 우리의 몸이 불쑥불쑥 기억하는 건 그게 아닌가 봐요.
이병률 / 안으로 멀리 뛰기
어쩐지 너무 달콤하다 했어.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기분이 이렇게까지 좋아져도 되나 싶더라니.
눈치가 없었지. 꿈에서 깨도록 노력했어야 했어. 의심조차 안했으니.
어쩌면 나는 그런 행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굳게 닫아버린 내 마음에 문을 두드려줄수 있는.
사소한 나의 상처에 작은 밴드 하나 붙여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바란 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너무 큰 꿈을 꾸고 있었나봐. 꿈이 쓰다.
조해나 / 그 계절 그 사람
내가 하나의 책이라면
그대가 어디쯤에 책갈피를 꽂아둘까.
내가 한 말 중
어느 구절에 삐뚤빼뚤한 밑줄을 쳐놨을까.
조해나 / 그 계절 그 사람
나는 다른 사람 보다
마음에 불안이 많아서
이 시간만 되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한
괜한 걱정을 하고는 해.
이런 내가 나조차도 달갑지는 않아.
내 기분을 스스로 망치는 일이
뭐가 그리 기분이 좋겠어.
그런데 그 모든 걱정이 당신으로부터 시작돼.
당신이 나를 여전히 사랑할까 하는 불안부터
변하지 않았을 거야 하며 애써 담담해지기까지.
미안해, 당신이 내 새벽이야.
새벽세시 / 새벽세시
우리는 사랑을 향해 동행할 수도 있었는데
늙은 저녁 서로의 외롭고 긴 외출을 기다려 줄수도 있었는데
가난한 내가 무작정의 우리로 확대될 수도 있었는데
대략 그 정도의 빚을 지고 싶었을 뿐인데
안현미 / 축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