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ann.nate.com/talk/335798473
여동생 아이디를 빌려 글을 씁니다.
제목 그대로 시각장애인인 아내와 이혼을 원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답답한데 답답한 마음을 익명으로 털어라도 놓아야 살것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
제 아내는 시각장애인입니다.
희미한 명암만이 구분 가능한 정도로, 실명과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선천적 장애는 아니고, 아주 어릴때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라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때 사고의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조금 절기도 하지만 이는 크게 보이지 않은 정도입니다.
결혼전 아내는 장애인단체에서 시각장애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제가 대학생일때 봉사활동을 갔다가 처음 만났습니다.
계속 친한 지인으로 지내다가 제가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제 직장이 생겨 돈도 벌고 안정을 찾았으니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라는 말로 대시를 하였고 1년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한명 있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정말 견딜 수 있는지, 아내의 장애와 그 인생을 본인의 것으로 짊어지고 갈 자신이 있는지만 묻고 제가 그렇다고 하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아내를 품어주었습니다.
오히려 주위에서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결혼에 대해 참 많은 말들을 들었지만
사랑 하나로 극복하고 결혼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제가 아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로 결혼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내는 몸이 아니라 마음의 장애가 문제였던 사람이었습니다.
연애 당시 아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며 열심히 공부하고 자기 관리를 하는 똑똑하고 당찬 사람이었고, 밝고 명랑한 성격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 아내의 모습은 그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주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각장애가 있다보니 집안의 모든 물건이 정확히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 그 점에 대해 확실히 주의를 들었기에 조심하려 노력 또 노력하지만
한번씩 실수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너무나 심하게 폭발을 합니다.
맨 처음 폭발했을때, 신혼생활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되기 전입니다.
항상 티슈를 두는 소파 귀퉁이에 손을 뻗었는데 티슈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막 비명같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제가 무슨 일이냐 묻자 티슈 두는 자리에 왜 티슈가 없냐며 저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지 쌍욕이었습니다. 개만도 못한 인간, 말귀를 못알아어으니 귓구멍을 찢어야겠다는 식의 정말 소름돋는 욕들을 공중에 질러댔습니다.
아내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저는 얼어붙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티슈는 제가 옮긴 것이 아니고 소파 귀퉁이에 있던 것이 바닥에 떨어져있었습니다.
한시간에서 두시간 사이 정도? 욕을 하고 바닥에 발을 굴러대며 화를 주체하지 못한 아내가 간신히 진정이 된 후에 대화를 했습니다.
저는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겠고, 아내는 이렇게 심하게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것으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이 일을 자주 일어났습니다.
주로 집안일은 제 담당입니다. 밥, 청소, 빨래, 쓰레기버리기 등등...
가끔 아내가 돕는 건 빨래개기, 이불개기, 간단한 집정리 정도입니다.
주방에는 불과 칼이 있으니 위험하다고 몇번의 사고가 있었다고 말하기에 제가 부엌일을 자처했고, 청소를 하려해도 간단히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넣는건 외에는 제가 맡았고, 빨래는 오염의 정도를 잘 구분하지 못해 힘들다 하기에 제가 담당하기로 하고, 큰 불만도 없었습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너무 고맙다며 천사를 만났다며 행복해했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걸 품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결혼 1년차... 하루하루 노예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대기업까지는 아니지만 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고,
연봉은 4천만원 초반입니다. 결혼 후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어 외벌이입니다.
8시반 출근이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7시쯤입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씻고 밥을 합니다.
제가 밥상을 다 차리면 아내를 불러 함께 아침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7시반쯤 집을 나섭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7시입니다.
다시 밥을 하고, 아내를 불러 함께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본격적인 집안일을 합니다.
격일로 하루는 청소, 하루는 빨래를 하고, 밑반찬을 만들고 장보고 온 재료들을 다듬습니다.
여기까지는 불만없습니다. 그리 살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일을 하는 내내 아내의 눈치를 봐야합니다.
뭐 하나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자신을 무시하는 거라며 폭발합니다.
제가 차린 밥상에 앉기만 하고 밥을 먹는데
혹 국이 뜨겁다 느끼면 자신을 무시해서 너무 뜨거운 국을 내어 입을 데었다고 화를 냅니다.
반찬이 맘에 안들어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합니다.
내가 밥을 안한다고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내 입에 안맞는 음식을 먹이는 건 아닌지?라는 말도 하며 화를 냅니다.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늘 답답했습니다.
얼마 전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날 비오는 날이어서 저는 부침개에 막걸리 생각이 났습니다.
마침 동료들이 전집에 간다기에 같이 갈까 싶었지만
그날따라 전화너머 아내 목소리가 너무 안좋기에 차마 말을 못꺼내고 일찍 집에 갔습니다.
집에서 해먹으려고 김치전 거리를 만들었고, 불 위에 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른 상태였습니다.
그날 아내가 또 폭발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항상 여분의 휴지를 두는 곳을 더듬었는데 여분의 휴지가 없었다고 합니다.
(제가 채워넣는걸 잊은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수에 비해 너무 심한 대가를 치렀습니다)
저는 불위에 후라이팬을 둔 상태로 뛰어가 휴지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불 위에 후라이팬이 있는 상태여서 불안한 마음에 휴지를 얼른 주고 얼른 주방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후라이팬을 체크하며 불을 조절하는데 갑자기 등뒤로 휴지가 날아왔습니다.
휴지는 후라이팬에 맞았고, 후라이팬이 뒤집어지며 뜨거운 기름이 사방으로 튀었습니다.
본능적으로 피했지만 발등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자신이 기분나빠있는데 충분히 사과하지않고 휴지만 냉큼 주고 돌아간 것이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고, 그래서 자신이 화가 났다고 합니다.
제가 화상을 입은 것도 저의 잘못으로 인해 파생된 일이므로 제 탓이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때 이혼을 해야겠다고 결심이 섰습니다.
이제 도저히 당신과 한집에 살아가기가 힘들다, 이혼하자 했더니
집안의 모든 것을 부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날 아내를 피해 다른 방에서 잠을 자며 많이 울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앞으로 아내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가겠다는 말에
마음 아프셨겠지만 믿고 허락해주신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여 차마 말씀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때 그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일년만에 무너진 내 자신도 바보같고,
판단력 부족도 바보같았습니다.
여동생에게 상담했습니다.
그동안 그런 일들을 전혀 몰랐던 여동생은 많이 놀랐고
그리고 그날 여동생이 짚어줘서 알았는데 그 사이 제 머리에는 원형탈모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저의 스트레스를 이해한 동생이 여자대 여자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집 저녁식사 자리에 여동생이 와서 같이 밥을 먹었습니다.
여동생이 말꺼내기 힘든 일이지만 언니에게 부탁이 있다며 말을 꺼냈습니다.
두 사람 누구 못지 않게 사랑하며 시작한 결혼생활인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맞춰가며 살아야하지 않겠냐고 도와줄 일이 있으면 본인에게도 알려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 여동생이라 편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최대한 예의를 갖춰 해결책을 찾고자 이야기했는데
시누질하는 거냐며 자신은 잘못이 없고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라며 아내는 소리를 지르고 친정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기를 붙들곤 이대로 못살겠다고 자신을 데려가달라고 소리높여 울었습니다.
놀란 장인어른 장모님이 달려오셨고, 처형도 함께 왔습니다. (아내는 언니가 한분 계십니다)
아내가 전화하고 1시간 안에 모두 제 집에 모였습니다.
그때까지 아내는 거실에 앉아서 마구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습니다.
1시간 가까이 쉬지않고 한자리에서 엄청난 데시벨로 소리를 지르는 아내를 보고 여동생은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 모습, 제가 말하지도 않았고 보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결혼 전후로 우리 가족과 함께 했을때 아내 모습은 밝고 차분하였기 때문입니다.
처가댁식구들이 들어오자 아내는 나와 이혼하겠다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장모님과 처형이 감싸안으며 아무리 달래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처형이 저에게 뭔가 대화를 하려 했지만 아내가 워낙 불붙듯 날뛰는 상황이라 대화가 되진 않았습니다.
결국 장모님과 처형이 아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고,
장인어른만이 남아서 저와 10분정도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무슨 일인가? 묻기에
그동안 아내의 폭언에 시달렸고, 며칠전엔 물건을 집어던져 기름에 화상까지 입었으며, 이것 또한 내 잘못이라며 사과조차 없다, 그동안 경제적인 일과 살림사는 것까지 내가 도맡아 하면서도 아내에게 뭐 하나 요구한적 없는데 정신적 학대까지 지속적으로 당하다보니 더이상 결혼을 유지할 길이 없다고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장인어른은 한숨을 푹푹 쉬시며 일단 애가 진정이 안되었으니 애한테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이야기 나누어야겠다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 제가 장인어른께 드리는 말씀까지 고스란히 보고 들은 여동생은 펑펑 울며 저의 이혼을 돕겠다고 했습니다.
결혼이란 건 한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평생 의지하며 살아가야하는 일인데
저는 이 사람과 정말 더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날 이후 아내는 친정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며칠동안 잠잠하다가 처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동생 대신 사과한다며 저를 달래더니
제부가 와서 한번만 굽혀주면 애가 들어갈거라고 합니다.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카톡이 옵니다. 아내였습니다. (아내용 전용pc가 우리집과 처가댁에 한대씩 있습니다. 그 pc로 인터넷과 메신저를 사용할 줄 압니다.)
와서 무릎꿇고 싹싹 빌기전까지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으름장이었습니다.
아내의 메시지가 제 폰에 들어왔다는 것조차 끔찍하여 당장 지우고 싶었지만, 이제 이혼을 생각하기에 다 증거가 될까 싶어 남겨두었습니다.
정말 마지막 정까지 다 떨어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결국 죄스러운 마음으로 부모님께도 알렸고,
본격적으로 이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처가댁에서는 어떻게든 다시 붙이려고 노력하시는데
아내는 아직도 이따금 카톡 보내면서
이런다고 돌아갈줄 아냐고, 나는 니가 사죄하기 전까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앞뒤 안맞는 말을 구구절절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법원에 같이 가자는 말에는 답이 없습니다.
결국 합의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이혼소송을 준비하려 합니다,
법쪽으로는 전혀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 막막하지만 변호사부터 선임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저의 유일한 조력자는 제 여동생입니다.
주위 모두가 이제 저를 욕합니다.
시각장애인인 불쌍한 아내를 버리는 남편쯤으로 매도를 하는데
제게 일어난 1년간 노예살이같던 신혼생활을 하나하나 알릴수도 없고
답답합니다.
+베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