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pann.nate.com/talk/338439072
일반화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 경험에 빗대어 글을 씁니다.
납득 못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 생각이 다른 분도 계시겠지만 그냥 이런 경우도 있구나 소소히 흘려들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결혼 반년 차 남성입니다.
한 직장에 오래 근무했고 일 특성 상 삼시세끼 제공해 줍니다.
팀 같은 개념으로 대여섯명 같이 근무하지만 지나다니다 보면 타 부서의 사람들과도 종종 마주칩니다.
저는 보통 직장에서 점심만 챙겨먹습니다. 일 하나 터져서 집에 못 들어갈 경우에는 저녁까지 먹기는 하지만 그나마도 바깥 업무가 잦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을 원래 먹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습관이고 버릇이 된 터라 간단한 음료 한 잔만 마시고 출근하곤 합니다.
결혼 전 이 문제로 스트레스 받은 적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내와는 4년 연애하고 결혼했습니다. 아내도 아침을 먹지 않아요.
그래서 둘 다 아침에 간단한 과일이나 우유 정도로 마시고 출근을 합니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결혼하고 난 후부터 인사치레로 건네는 말 대부분이 아침밥입니다.
아침은 먹었나, 뭘 먹었나, 아내가 잘 챙겨주냐, 남자가 아침은 든든히 먹어야지.
제가 지금까지 직장생활 하면서 들은 것보다 결혼 후 반년간 들은 게 더 많을 지경입니다.
처음에는 원래 아침 안 먹습니다, 음료면 충분합니다 얘기하다
지금은 그냥 좀 불편해서 잘라버립니다. 제 아침 제가 알아서 챙기니 신경 그만 쓰시라고.
그런데 저는 저런 말들 던지는 사람들이 제 상사가 아니라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대면해야 하니 적당히 예의는 지켜야 하지만요.
다만 상사가 그럴 경우 정말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을 거 같습니다.
챙겨줬습니다, 해줬습니다 상황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 하면서도 일말의 찝찜함도 남을 거고요.
여기서 더 심해져 아침밥 못 얻어먹는 남자는 대우를 못 받는다, 이렇게 여러 명이서 몰아가면 화까지 나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맞벌이하는 여자에게 밥을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사람이 사람인지라 그냥 해줬으면 좋겠다 여겨버리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얼마 전 팀별 회식을 했습니다.
주제가 이쪽으로 흘러가서 가만히 듣고 있었더니 비단 남자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더군요.
제 밑에서 일하는 여성 한 분은 결혼 후 아침밥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신혼여행 다녀온 후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남편 아침은 해 줬냐, 뭘 해 줬냐, 잘 챙겨줘야 한다, 한 두번이야 그러려니 들었지만 나중에는 반발심까지 들었다고요.
그런 말 건네는 사람들이 남성 뿐만이 아닌 여성 분들도 많다면서 왜 이렇게 오지랖 부리는지 모르겠다고요.
집에 가서 한 번 물어봤습니다. 아내는 직장이 아닌 혼자서 가게를 하고 있는데 이런 얘기 들은 적 없냐고요.
몇 번 들었다네요. 단골 손님 중 몇 분이 남편 아침은 챙겨줬냐면서 반드시 챙겨줘야 한다며 훈계를 했다고. 어쩐지 신혼 초반에 아침 먹고 싶냐고 몇 번 물어보더라니.
남자가 아침밥을 찾는 이유는 절대로 이게 다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제 케이스가 단지 일부분에 불과할 수 있죠.
사람들이 아침은 먹었냐 물어보는 것도 백프로 악의는 아닐 겁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 붙이기가 어려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화두로 삼는 것도 많을 겁니다.
그래도 정말 오지랖은 정도껏 부렸으면 좋겠습니다.
밥 차려줄 것도 아니고 건강 챙겨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남의 밥상에 훈수를 두는 걸까요.
듣는 남자 입장에서는 저 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밥상을 받고 싶다 이렇게 삐딱하게 나갈 수도 있고 듣는 여자 입장에서는 절대로 불필요한 죄책감을 실을 수도 있는 얘기인데요.
저야 상사가 아니니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되고 아내야 가게라서 남들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을 텐데도 정말 많이 불편합니다.
더 나이가 먹어도 과한 오지랖은 안 부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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