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화장실이나 여자 탈의실 ‘몰카(몰래카메라)’가 유행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그런 걸 담은 촬영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 국가도 한국 말고는 본 적이 없어요.”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를 맡고 있는 헤더 바(Barr·50)는 최근 이메일로 주고받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HRW는 바 디렉터의 주도로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를 주제로 한 90쪽짜리 보고서를 펴냈다. 제목은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피해자 12명의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한국의 정책과 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바 디렉터는 “성범죄에 디지털 요소가 결합하는 건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 현실이 적나라하고 그 양상도 독특해 심층 연구를 기획했다”고 했다. 그가 인터뷰한 피해 여성들은 ‘낙인 공포'에 시달렸다. 무성애자가 돼 버리고, 자살을 고려한 이들도 있었다. 일부는 결국 한국을 떠났다. 한 피해자는 “이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내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법 집행이 더욱 강력한 나라를 찾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바 디렉터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국 국가 기관 여러 곳에 면담을 신청했다. 청와대, 국회, 여성가족부, 교육부, 경찰청, 대검찰청, 대법원…. 하지만 그를 만나준 곳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일했다”고 했다. 서신에 답을 준 곳도 여성가족부 정도였다. 그는 “한국 정부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의료 서비스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땐 장관을 비롯해 보건부 관계자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었어요. 병원 현장에 직접 방문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인권 대통령’ 치하의 한국에서 그런 심층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한국의 법 체계도 문제였다. 그는 보고서에 전직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 정부가 (본 범죄들에) 느리게 대응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는 불법 촬영물이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대신, 목전의 촬영물 삭제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얼마나 자주 피해자들을 실망시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28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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