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시끄럽다.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노동자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최저임금 인상 폭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그리고 지난해 한 차례 부결된 차등적용을 다시금 꺼내 지난한 논의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지난 15일 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 측은 숙박음식업, 편의점업, 택시운송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구분을 시범 적용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사업장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최저임금이 높아서일까? 단언컨대 아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은 7조 7000여억원에 달하고, 매년 점포 수도 1000여개 안팎씩 늘어나고 있다. 본사 매출은 매년 늘어나는데 자영업자의 매출은 줄어들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는 높다고 주장하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바로 편의점 본사의 문어발식 입점 전략과 로열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골목에 우후죽순 들어선 편의점을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편의점이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각 편의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그에 반해 본사는 더 많은 로열티를 벌어들인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을 필두로 매년 언론이 쏟아내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주장 속엔 이런 구조적 문제는 지적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을 내세워서 최저임금 인상을 막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얼마나 기만적인가? 자영업자들을 생각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볼모로 삼고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최저한의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매출이익은 절대 건드릴수 없게 성역화한채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편의점 업종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사실상 바로잡을 의지가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되어 가산수당, 부당해고 구제 등 노동법의 완전한 보장을 받지 못한다.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법적으로 주 15시간 이상, 소정 근로시간을 개근하면 사업장 규모에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도 못받고 있는 것이 편의점 노동의 현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편의점은 이미 불법적으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진행중이다. 올해 법정최저시급은 9620원인데 알바몬, 하우머치 등 알바 구직 및 정보 사이트에 올라온 상담 사례를 보면 7, 8000원을 받고 일한다고 하는 사례들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노동자는 노동청 진정을 통해 최저임금 미지급분인 체불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업종별 차등적용이 통과되면 최저임금 미지급이 불법에서 합법으로 바뀔 수도 있다. 편의점 본사 입장에서는 최저시급을 차등지급하면 당장은 편의점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늘어 파산 등의 위험 요소가 완화되어 꾸준히 로열티를 받을 수 있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해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차등적용 업종은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부족한 시간만큼 사업주나 가족들이 경영을 해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차등적용이 편의점 자영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최저임금 협상 기간이 되면 매번 등장하는 ‘자영업자와 노동자 누가 더 힘든가’라는 대결 구도는 재벌과 대기업만 웃음 짓게 한다. 애초에 둘은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최저임금 삭감, 차등적용에는 없다. 최저한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최저임금 인상과 재벌, 대기업의 문어발식 입점 규제와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병행되면 충분히 상생할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5차례에 걸친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갈라치기 하는 차등적용 논의를 당장 걷어치우고, 생계비위원회에서 조사한 필수생계비 241만원에 근거하여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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