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소개를 하자면 예민하고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는 성향입니다.
즉, 눈치가 겁나 빠른 사람이지요.
이런 성향이 도깨비/귀신의 기운을 잘 느껴 인생 피곤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 몰랐습니다.
그 때 저의 상황은 독립하고 있는 집이 계약만료가 되어 집을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옆에서 살자는 마음으로 부모님 집과 도보 10분거리에 작고 싼 전세집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부모님 집과 정반대에서 살았어요...)
어느날, 부동산에서 유독 싸고 괜찮은 전세집이 나왔다고 연락이 와 부랴부랴 아버지와 함께 집을 보러 갔습니다.
언덕위에 지어진 다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집이었습니다. 뒤에는 산이 있으며,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오싹한 집의 외관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이렇게 싼 전세집이 어딨어? 2년만 버티고 돈 좀 벌고 나가자"라는 마음이 강했었으니까요.
집을 보고나서 부동산 아주머니께 여기로 계약하겠다고 하고 서둘러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순조롭게 계획된 것처럼...
이때까지만 해도 집터에 대한 지식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도깨비/귀신 자체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개의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싼 맛에 계약을 하게 된 것인데... 집이 싼 이유가 있었다 이거죠.
시간이 흘러 그 집에 입주를 하고 며 칠동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인테리어에 신경쓰며 방을 예쁘게 꾸몄습니다.
그런데, 유독 장롱 위에만 가면 소름이 돋는 것입니다. 채광도 참 잘되고 밝은데 안밝은 느낌 아세요? 장롱 위에만 먹구름이 낀 느낌?
딴짓을 하다가도 장롱을 보게 되는겁니다.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휙 고개를 돌리면 장롱이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 부모님들도 그 장롱 근처만 지나가면 털이 쭈뼛쭈뼛... 하신다고.. 음 뭐가 있는걸까? 싶었죠..
제가 이 집에서 느끼는 기운은 딱 이거였습니다.
...뭔가 나를 지켜주는것 같은데 근데도 소름끼치는 그런 느낌...!!
아, 그리고 이 집 진짜 골때리는게 돈이 계속 들어와요. 큰 액수는 아닌데 어떻게든 돈이 들어와요.
그래서 주변인과 어머니한테 말했더니 "거기 도깨비터 같은데..."
물 흐르듯 그런 대화는 흘러가고.. 그냥 살았어요...
하루 이틀 이 집에 살면서 느껴지는 나쁜 기운의 크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살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퇴근길에 앞 동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이 동네 뉴페이스니 저에게 반갑게 말을 걸더라구요.
아주머니 : "학생, 이사왔나봐? 어디로 이사온거야?"
글쓴이 :"아 저기 몇층에 이사왔어요"
그러더니 그 아주머니께서 걱정어린 눈빛으로 절 쳐다봅디다.
아주머니 : "혼자살아?"
글쓴이 : "아니요. 강아지랑 둘이 살아요. 뭐 사람 혼자 사는게 맞네요" >
아주머니가 그러시더군요.
아주머니 : "거기 골치 아픈 집인데...... 몇 년 계약했어?"
글쓴이 : "2년이요. 왜요??"
아주머니 : "아니, 잘버텨요. 아무튼... 거기 집 비워진지 2년이 넘었어.. 사람이 들어오면 바로 나가더라고.."
이 집에 뭐가 문제가 있는게 맞구나 아차! 싶었습니다.
집에와서 저 아주머니 얘기를 곱씹어 보니, 저에게 문제가 하나씩 생기고 있다는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 오고나서부터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는겁니다.
물론, 지금은 안택을 해서 그나마 괜찮지만..안택전까지는 항상 새벽 2시에 눈이 딱 떠졌습니다.
누가 절 흔들어 깨우듯이 눈이 "번쩍" ,그리고 장롱을 봅니다.
안택하기 2개월 전까지는 이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새벽 2시가 두려웠습니다. 강제로 일어나고 장롱보고..
뭔 짓을 해도 항상 새벽 2시쯤에 일어나는게 일상이 되었고,
점점 더 피폐해지고 성격은 날이 섰으며 남자친구한테 악을 지르면서 소리를 지르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미쳐가는구나 싶었습니다.
어느날은, 요리를 하려고 칼을 쥐고 있었는데 손목을 그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겁니다.
누가 저의 뇌를 조종하듯... 칼을 던져버리고 제 뺨을 쌔게 때리면서 정신차려 미아!!! 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바닥에 주저 앉아 울었습니다.
그제서야 느꼈습니다. 아 내가 이사를 잘못왔구나...
남자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집 내놔야할 것같아. 집에는 곰팡이가 올라오고 있고 그땐 홀렸었나봐... 이렇게 습한것도 몰랐었어..." >
반복되는 이상한 기운을 못이이겨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글쓴이 : "엄마 여기 뭔가 있는 것 같아." >
어머니 또한 저에게 말합니다. "엄마도 느꼈지만..심각하네...." >
그 후부터 어머니가 저희집에서 같이 잤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동시에 눈뜬 적도 있습니다. 새벽 2시 전후...
어느날은 자다가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면 앞에 사람형체가 아닌 누군가가 저를 가만히 쳐다봅니다.
마치 장난이라도 치자는듯이... 어느날은 다른 형체가 천장에서 보고 있고.. 어느날은 바로 눈앞에서 둥둥떠있더군요..
어느날은 어둠속에서 더 어두운 색의 검정도깨비가 저에게 슉~ 날라오는거예요...
꼬리가 있더라구요. 정말 새까맸습니다. 더 웃긴것은 어머니는 헛것이 안보고 잘만 주무시고 저만 본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안계실 때는 불을 다 켜고 자고.. 강아지나 저나 사는게 사는게 아닌 지경까지 와버렸어요.
잠도 못자고 밤을 꼬박 새고 회사 가는게 일상이 되었으며..
항상 옆에서 잤던 반려견도 안방에서 안자고 자꾸 부엌으로 가서 자고... 데리고 오면 또 밖으로 겉돌고.. 그랬었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이 많았은데요... 추려 적자면 이렇습니다.
[이상한 소리 1]
새벽에 우리집이 꼭대기인데 누가 쿵쾅쿵쾅 뛰어다닙니다.
여자혼자 무서워서 확인은 못했지만. 꼭 새벽에 쿵쾅쿵쾅... 소리... 노이로제... 옥상에 이 새벽에 누가 뛰어다닐까요?
[이상한 소리 2]
장마 비오는날은...
비 사이 허공에서 여자 우는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흑흑.... 흑흑... 통곡하는 것처럼 여자가 우는거에요.
우리집이 꼭대기 층인데.. 빌라와 빌라 사이 허공에서 우는소리가 들리니까 미치도록 소름이 끼치더군요...
듣고 있던 노래를 멈췄습니다. 동시에 우는소리가 그쳤습니다.
[사고1]
이사오고 이틀 삼일 지났었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연락이 와 큰일 났다고 하십니다.
니 동생 사고 났다. 아주 크게 났어. 차가 전복이 되서 차는 폐차했어.
다행히 동생은 크게 다치지 않고 팔에 상처만 났다는거죠...
사고 사진을 보니, 동생놈이 정말 죽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로 차가 그렇게 찌그러져 있더군요.
[사고2]
동생 사고 난 지 며 칠이나 됐을까...?
동생이 사고 난지 정확히 보름 뒤
남자친구도 사고가 났다는겁니다... 이 놈도 크게는 안다쳤지만...
우연의 일치겠지... 혹시 도깨비 장난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빨리 나가야겠다 생각뿐이었지만.... 집이 안빠지니 거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습니다.
[사고3]
6년동안 같이 동거동락했던 반려견이 새벽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이유에서인지 발톱이 빠져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안방에 데리고 오니 계속 안절부절...
병원에 가서 의사가 그럽니다. "어떻게 하면 발톱이 빠지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음날,
주변사람들이 계속 다치는 것같으니 혹시 모르니까 당분간 연락하지 말자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연락을 하겠다고 하고 잠수를 탔습니다. 집터로 인해 피해줄 것 같아서요..
[사고4]
저 또한 현재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회사를 그만두네 마네 옥신각신 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외근 나갈 일이 있었는데, 직장동료가 저를 성폭행 시도를 하려다가 제지된 사건...
그 놈은 더위먹어서 기억이 안난다고 하고 있고... 하 아무튼 복잡합니다...
이게 다 2개월도 안되 일어난 일입니다.
어머니께 겪었던 일들 다 말했습니다. 요즘 헛것을 보고 내 주변이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다.
집은 내놨지만 안될 것 같으니 다른 방법 없겠느냐?
하시는 말이 주변에 신내림을 거부하고 스님이 되시는 분을 알고 있다고 하셔서 날을 잡고 절에 가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2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절에 가기 전 새벽이었습니다.
자면은 해코지할까봐 잠을 못자고 있었는데..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께서 갑자기 고요한 정적을 깨며 소리를 지르시면서 우시는겁니다.
꺼어어억..꺼어어어 ..
놀란 나머지 어머니를 흔들어 깨우고 "왜그래? 엄마" 라고 큰소리로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머니는 몇 분 뒤 정신을 차리고 하시는 말이
"가위 눌렀는데 누가 내 위에 올라타고는 가슴을 쌔게 눌러서 숨을 못쉬게 했어. 가위 풀려고 소릴 지른거야 운게 아니고..."
마치 절에 가지말라고 해코지 하는 것처럼 있는 힘을 다해 찍어 눌렀다고 하는데 ...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다고 하시네요. 원망에 찬... 눌림..
손꼽아 절에가길 기다렸습니다. 이미 사람사는 게 아닌게 되었습니다.
진짜 귀신의 장난이면 어떡하지 ? 걱정이...
날이 밝아 드디어 절에 갔습니다.
드디어 그렇게 학수고대 했던 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보더니..
스님 :
" 다행히 너한테 귀신은 안붙었네? 사는 주소불러봐.."
다음지도로 저의 집을 보시더니..
"하,,(한숨) 집을 골라도 이런데를 골랐어? 나한테 말을 하지 그랬니?"
"무덤을 싹 밀어버리고 그 위에 집을 지었으니 원.. 기가 정말 쌘곳이구나.. 너 못버텨 여기.. 내가 직접 가야겠다..
여기 묘터였단다.. 즉, 귀신 모이는 곳이라고 아가야... "
집 앞에 반려견이랑 산책하면서 무덤을 보긴 했는데...
설마..설마 했는데 원래는 묘터였구나. 이제서야 제가 겪은 일들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깨비집터로 이사를 온 거였습니다.그것도 제발로 들어온 거였어요...
눈물 왈칵...
" 어떻게 해야해요? 더이상 못살 것 같아요. 이러다가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 스님.."
스님이 말하시기를..
"3년은 괜찮아. 근데 안택은 해야겠다. 혼자 못버티겠어. 너무 쌔다 기가. 너가 너무 예민해서 남들보다 더 빨리 느낀거고..
2년만 살고 나와.. 그 이상 살면 너가 미치는거다.."
또 하시는 말이..
"귀신은 3명이고 사람에 따라 보이는 형상이 다른데 너는 도깨비 형상으로 본 것같구나. 할머니 귀신은 토지신이고, 너가 포근하게 느낀
이유는 그 할머니가 널 지켜줘서 그래. 그런데 너를 힘들게 하는건 중년 남자 귀신 때문이야. 널 쫒아다니고 있어 회사까지 쫒아와."
"혹시 남자친구가 너네 집오면 계속 피곤하다고 안하니?"
저는 소스라 치게 놀라면서 "네 스님 맞아요..." 했더니...
"질투나서 재우는거야.."
또 하시는 말씀이 "죽은 자들에게는 풍수지리적으로 좋은데.. 산사람에게는 좋지 않네.. "
즉 산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거죠....
그 때 제가 느낀 그 소름의 감각을 잊을 수 없습니다. 스님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어요. 했던 말이 다 맞거든요.
집에 어떤 귀신이 있는지 듣고제가 꾼 꿈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 집 이사오고 첫 날에 꿈을 꾼 적이 있는데 두 할아버지가 상복을 입고 제 손을 잡으시더니 "괜찮다. 괜찮다" 라고 했어요.
할머니 유골함도 나왔는데 할머니 영정사진이 유골함에 붙어 있었습니다.
집에 사는 귀신들과 제 꿈에 나온 사람들이 어느정도 일치가 되더군요.
그리고 안택하러 집으로 갔습니다.
스님이 적어주신 대로 필요한 음식들 다 사고 준비했습니다.
안택고사를 하는데 장롱에서 영롱한 노란색 불빛같은 두개가 쏙 나오는겁니다. 그리고는 사라집디다.
스님이 하시는 말
"토지신은 가기 싫다고 늦게오는구나.." >
1시간 정도 불경을 외우시면서 저랑 어머니는 절을 하고 안택고사가 끝나게 되었습니다.
근데 정말 신기했어요.억눌려 있던 가슴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장롱을 보는데 엄청 훤해졌더라구요. 마치 먹구름 걷어지듯이.
깃털같이 가벼운 마음에
이젠 끝났구나.. 느꼈습니다.
원래 동물이 먼저 그런 기운을 느껴 짖는다고 하잖아요?
궁금해서 스님께 물어봤습니다.
"스님, 왜 저희집 강아지는 짖지 않았을까요?" 했더니
"저 강아지도 알지..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상대할 걸 상대해야지.. 아가.. 강아지한테 잘해... 너 일 갈때 저 녀석은 세 귀신을 계속 봤을테니..."
그렇게 스님은 세 개의 귀신을 담은 항아리를 가지고 집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깊게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저의 이상한 경험은 끝이 났습니다...
솔직히 제가 겪었지만
말이 안되는거 압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때인데 귀신/도깨비가 있냐고...
그런데 기운이라는건 무시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적어도 제가 겪은일이니까
저는 이 사건 이후로는 귀신/도깨비를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새벽 2시에 안깨어 나고 불도 다 끄고 잠은 잡니다.
하지만 밑에 집 기운의 영향을 받아 새벽 4-5시쯤 한번은 눈이 스르륵 떠지는 정도입니다.
죽겠지만.. 아무튼 2년은 버텨보려고 합니다. 아니 1년 10개월!!
적어도 지금은 느끼지 않으니
일단 살아보고자 합니다.
2개월동안 죽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이렇게 글도 적어보네요.
주절주절 써내려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