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조선의 제10대 왕이었던 연산군의 즉위 이후 벌어진 이야기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1498년 연산군에 의해 무오사화가 일어났던 해에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조선 전기 한성부윤, 동지중추부사, 호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이었던 이륙이 1498년에 사망 후 남긴 가장 이상한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광주지역에 거주했던 어떤 80세 노인으로부터 들었던 경험담이라고 합니다.
이 노인이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 마을에 어떤 사람이 가면 놀이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런저런 가면을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던 중 산에서 나무로 되어 있는 어느 이상한 가면을 발견한 뒤로, 가면을 쓰고 춤추고 노는 일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점은 병이 전염된 것처럼 그 집에 온 가족이 시름시름 병을 얻어 앓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와중에도 남자는 가족들을 돌보기는커녕 비실비실 웃으며 나무 가면을 쓰고 춤추고 놀기 바빴다고 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병을 얻자 처음에 이 집 사람들은 의원을 찾아갔으나 의원 역시 뚜렷한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단순한 병이 아니라 생각해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용한 무당을 수소문했고 굿을 하기 위해 무당을 집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무당은 집에 도착해서 한번 둘러본 뒤
"저 나무 가면이 병을 일으키고 있다."
" 저 나무 가면을 당장 갖다 버려야 한다."
"나무 가면 만 갖다 버리면 굿은 할 필요가 없다"
고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가면 놀이에 빠져 있었던 남자는 가면을 버리지 않으려 집착했지만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이 힘으로 그 나무 가면을 빼앗아서 들판에 갖다 버렸다고 합니다.
가면을 빼앗기자 남자는 미친 듯 울부짖으며 날뛰었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진정했다고 합니다. 또 나무 가면을 버리자 이 남자의 가족이 앓고 있던 병들이 서서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나무 가면이 이 남자와 가족들에게 무언가 영향을 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몇 달쯤 뒤에 우연히 가면을 버린 들판을 지나던 다른 마을 사람 두 명이 그 가면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무가면은 반쯤 썩어 있었고, 그 썩은 부분에서 버섯이 자라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버섯의 생김새가 먹음직스러워서 배가 고팠던 한 사람이 버섯을 뜯어 먹어 보았는데, 맛이 고소하며 매우 좋자 같이 있던 다른 사람에게도 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사람도 버섯을 조금 떼어먹고 있는데 옆에 있던 먼저 먹은 사람이 갑자기 실실 웃기 시작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은 히죽거리면서 춤을 추며 흥분했는데, 그 모습을 가면을 덮어쓰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몰골과 같았다고 합니다.
버섯을 먹은 다른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웃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춤을 추고 흥분했다고 합니다.
들판에서 이 둘이 미친 듯 웃으며 춤을 추며 날뛰고 있는 모습을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목격되었고 이 둘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 후에야 버섯을 먹은 사람들의 발작이 그친 뒤에 물어보니,
"처음에는 웃음이 나면서 기분이 좋고, 흥분되며 나중에는 날뛰고 춤추는 것을 뜻대로 멈출 수 없이 계속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단순히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이 우연히 생겨나 벌어진 일이거나, 그거 아니라면 나무 가면이 본래의 형태에서 버섯의 모습으로 바꾸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 한 것일지도 모르는 기묘한 이야기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