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겉돈다
꿈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왜 하나같이 내 것이 아닐까
/이훤, 반복 재생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 주세요
/박지웅, 택시
가슴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 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윤호, 못
엄마, 사다리를 내려줘
내가 빠진 우물은 너무 깊은 우물이야
차고 깜깜한 이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박성우, 보름달
살고 싶어서
가만히 울어 본 사람은 안다
상처의 몸 속에서는
날마다 내 몸에서 풀려난 괴로움처럼 눈이 내리고
꽃 따위로는 피지 않을
검고 단단한 세월이 바위처럼 굳어 살아가고 있지
/이승희, 상처라는 말
열등이 나를 자주 산책시켰다
목줄 하나 없이 나는 질질 끌려다녔다
/이훤, 타의
사는 내내 비밀이 생기는 건
버리고 싶은 몸이 하나씩 는다는 것이어서
숨을 참을수록 비참하다
/정영, 피에타_어떤 손이 있어 우릴 무릎에 앉혀 가엾이 여길까
왜 그러고 살아,
그러고 사는 게 아니라 살려니 그러는 거지
/이현호, 벤치
내일 꼭 일찍 일어나자
금방 무너질 것 같은 약속은 멍든 팔베개처럼
조금은 다정하고 조금은 힘이 드는
/서윤후, 요트의 기분
내가 아주 슬펐을 때
나는 발아래서 잿빛 자갈을 발견했었지
나는 그때 나의 이름을 어렵게 기억해내어 나에게 말했지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내일은 음력으로 모든 게 잊힌 과거야
/심보선, 음력
갓난 아이가 우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
하물며 다 큰 네가 우는데
진짜 이유가 없을까
/손씨의 지방시, 괜찮아 말해 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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