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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은 찢어지게 웃다가도
또 어느 날은 세상이 나를 등진 거 같아 슬플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파하고 다치고 돌아가고 방황하고
마음이 전부 부서진다 해도,
우리는 청춘이라는 찬란한 변명 아래 좌절이라 여기던
그 모든 일이 경험과 추억으로 남아 삶을 빛낼 테니까요.
/ 여름종말론
2.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보다 슬픔을
헤아려주어야 한다. 가끔은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더 행복할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덜 슬퍼하고 덜 아파할지'를먼저 헤아려보자는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더 내밀하게 해줄 수 있는 일. 바로 상대방을 안아 주는 일이리라. 바람이 모든 것을 넘어뜨릴 만큼 거세고 험악한 것들은 판을 치는 가운데, 내가 여기에 있어요, 하고 말해주는 일이다. 잠 든 갓난아기를 바라봐주는 부모처럼,
추운 날의 목도리처럼, 비 오는 날의 우산처럼.
/ 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3.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 밝은 밤
4. 가을이 가고 있음이다. 두려운 겨울이 오고 있음이다.
훈훈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얀 눈이 내리거들랑 웃으면서 맞이해 버리고 머릿속엔 항상 생각을, 몸은 항상 움직임을, 시선은 항상 직시하는 모습으로. 진정 하루해가 짧음으로 인해서 서러워야 될 젊음이다.
/ 조금 더 쓰면 울어버릴 것 같다 내일 또 쓰지
5. 나는 종종 당신의 얼굴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참 웃기지. 표정은 속에서 그대로 우러나오는 건데. 오늘도 그렇다. 오늘의 표정을 오늘의 옷차림처럼 고민한다. 더 근사한 옷이 없어 불행한 사람처럼 나는 표정에 대해 푸념하게 된다. 당신을 좋아하는 건 그렇게 어쩔 수 없는 일.
좋았던 스스로도 가끔은 미워지는 일.
/ 어쩔 수 없는 일
6. 밥을 먹을 때 그 사람과 함께여서 맛이 두 배가 되는 사람이면 좋겠다. 별 음식도 아닌데 그 사람하고 함께 먹으면 맛있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슬픔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슬픔을 알더라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또 어딘가에는 슬쩍이라도 칠칠맞지 못하게 슬픔을 묻힌 사람이면 좋겠다.
/ 혼자가 혼자에게
7.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바다가 있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파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한낱 사람이라서 일렁였고 고작 사람이기 때문에 글 썽일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서로 모든 이들에게 타인이기 때문에 내리는 비에 옷깃을 젖어야 했으며 그마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 빗속을 외로이 걸을 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8. 모든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각자의 내면을 외면하는 일과도 같아서 결국 우리는 모든 이들에게 타인일 수 밖에는 없기 때문에, 비록 언어를 만들고 입맞춤을 나누었음에도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이탈하고야 마는 것이다.
/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