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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 위로 모여라 해윤



황석희 번역가님 인스타



말을 하려거든 그것이 침묵보다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인스티즈

얼마 전 뉴스에 꽃구경을 나온 부부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뭐가 꽃이고 뭐가 아내인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대국민 팔불출 아내 자랑에 아내는 기겁한 얼굴로 애정이 잔뜩 묻은 시선을 냅다 쏘았다.

온갖 커뮤니티며 SNS며 숏폼이며 이 클립이 꽤 많이 돌아다녔다. 아마 하루 두 번은 마주친 것 같다. 그때마다 쓸데없이 남의 부부 꽁냥대는 모습을 클립이 다 될 때까지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못해도 열댓 번은 봤을 거다. 남들 사는 얘기 그게 뭐라고 그렇게 예쁜지.

오늘 어느 기사 헤드라인에 그 부부의 소식이 떴다. 남편이 아내를 향한 악플들을 참다못해 모아 고소하겠다는 기사였다. 세상에, 이런 영상에도 악플이 쌓이는구나. 아내가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 가뜩이나 예민할 텐데 그 분노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편은 그렇게 입장을 밝혔다. “이상한 댓글 쓰려거든 그냥 보고 가달라.”

커리어 중 가장 혹독한 페이스로 2개월을 내달렸다. 그 잔인한 일정이 그제야 끝나서 잠시 숨을 돌리려고 밀린 책도 보고 웹서핑도 평소보다 맘껏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보는 인터넷 세상은 그야말로 무간지옥이다. 전쟁터가 아닌 댓글창이 없다.

정말 이해가 안 되던 댓글들이 위와 같은 부류였다. 저런 글에도 악플을 달 게 있다고...? 어떤 글들은 “이런 게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어디가 감동 포인트임?” 같은 무의미한 댓글들이 툭툭 내던져져 있다. 그러면 또 싸움이 난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대략 짐작되면서도 그런 글들이 거기에 있어야 하는 당위를 모르겠다.

저 몇 글자는 쓰는 것도 일이다. 그냥 지나가지 않고 글을 남겼다면 뭔가 의견이 있어서 자기 표현의 욕구가 일었다는 걸 거다. 그런데 저런 댓글엔 의견이 없다. 그리고 솔직히 악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뜻은커녕, 악의도 없어 뵌다. 그냥 아무런 가치가 없는 활자 낭비. 말 그대로 침묵보다 못하다.

말을 하려거든 침묵보다 가치 있는 말을 하라는 격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도 없이 많다. 가장 유명한 에픽테토스나 피타고라스의 말도 그렇고, 부처도 말하지 않음은 공덕이라고 했으며, 성경 잠언엔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진다 했다.

뭔가 대단한 댓글을 남기라는 게 아니라 그저 입을 닫고 지나가면 된다. 아무리 닫으려고 해도 입이 저절로 벌어져서 홀린 듯 무가치한 댓글을 써야 하는 컨디션이라면 당신은 병에 걸린 거다.

너무 하찮고도 무서운 병 아닌가.

무가치함을 생산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병이라니. 기껏 병적으로 생산해내야 하는 것이 무가치함이라니.

왜 그렇게 자길 하찮은 존재로 만들지 못해 안달인가 싶고.



공감되어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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