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선 '골동품 감정 TV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1995년부터 시작된 이, 옆나라 일본에는 1994년부터 이어진 이 있죠.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영국의 가 1977년 파일럿을 시작으로 800회가 넘게 방송 중이랍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도 이른바 라이선스판으로 1997년부터 장수 프로그램으로 활약 중이고요.
이중 특정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용 및 이미지 소스는 BBC와 PBS의 해당 프로그램에서 기반하며, 보다 원활한 감상을 위해 임의로 요약 및 정리가 있었음을 알립니다.
*
2022년 방영
감정인: 텔레토비처럼 보이는 그림들이군요. 일부는 기존의 텔레토비와 다소 차이가 있네요. 원본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소장하게 된 건가요?
의뢰인: 이 그림들은 남편이 그린 겁니다. 남편의 유산이죠. 제 남편은 조나단 힐이에요. 어린이 TV쇼의 캐릭터를 디자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당시의 작업물이고요.
감정인: 말 그대로.. 수억 명의 어린이가 남편분의 작품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바로 텔레토비의 시작 그 자체인 셈이죠. 이런 원안을 얼마나 보유하고 계실까요?
의뢰인: 한.. 80점 정도요.
감정인: 개당 1,000파운드(현 기준 약 176만원) 정도라고 봅니다. 일부는 2,000파운드도 문제없다고 보고요. 그럼 컬렉션 전체는 적어도 80,000만 파운드(현 기준 약 1억 4천만원)에 달할 겁니다.
의뢰인: 조나단이 정말 기뻐할 거예요.
(주: 조나단 힐스는 2020년 7월 24일에 사망했음)
*
2020년 방영
의뢰인: 이건 영화 레이더스Raiders of the Lost Ark(주: 1981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의 첫 번째 영화)에 등장하는 언약궤의 프로토타입입니다. 아버지가 인터스트리얼 라이트&매직(주: 1975년 창립된 루카스필름 소유의 특수 효과 및 시각 효과 스튜디오)에서 일하셨어요. 이 언약궤는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에 보관해 오다 지금은 제가 물려받았어요.
감정인: 어릴 때 집 안에 이런 게 있으면 어땠나요?
의뢰인: 훌륭했죠. 우리 집에 언약궤 있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죠. 정말 신났어요.
감정인: 여기에 숨어본 적도 있죠?
의뢰인: 그런 적은 없어요. 안에다 담요를 넣어 보관했거든요.
감정인: 레이더스 시리즈를 언제 처음 보셨나요?
의뢰인: 어렸을 때 6-7편 정도요. 아버지는 80년대에 스타워즈, 레이더스, 스타트렉을 작업했어요. 불 효과와 무대 기술자셨죠. 저는 조지 루카스도 알고 있었어요. 훌륭한 사람이었죠.
감정인: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레이더스, E.T.와 같은 놀라운 프로젝트들에 참여했죠. 1981년 作 레이더스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합작 작품이고요. 그리고 이 영화는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영화 중 하나이죠. 영화 속 골동품이 무척이나 섹시하고 근사했기에 제가 여기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됐답니다.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가 영혼의 샘에서 언약궤를 들어 올리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죠. 그런데 이 언약궤는 영화 속 버전과는 다소 다르게 보일 겁니다.
(Raiders of the Lost Ark)
의뢰인: 이건 영화에 사용된 언약궤의 프로토타입입니다. 영화 속 버전이 훨씬 더 작죠. 세부 디테일도 다르고요. 그래도 이건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에요.
감정인: 그게 가장 좋은 점입니다. 원본은 루카스필름 아카이브 어딘가에 보관 중일 겁니다. 영화 속 소품을 복제하고자 하는 이들은 모든 씬들을 뒤져가며 제작하고요. 그래서 언약궤를 원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언약궤를 구매하는 게 되는 거죠. 의뢰인분의 언약궤가 경매에 올려진다면, 아주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80,000-120,000달러 사이로 봅니다.
의뢰인: ...와우.
감정인: 현실적으로 볼 때 말이죠, 제 생각엔 25만 달러(현 기준 약 3억 4천만원) 정도는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 멋진 물건이에요.
*
2001년 방영
의뢰인: 이 담요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키트 카슨(주: 1800년대 미국 서부의 전설적인 개척자)이 줬다는 것 외에는요. 그가 제 할머니의 양아버지에게 선물했었죠.
감정인: 이 직조물을 만든 이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나요?
의뢰인: 아마 나바호족일 겁니다.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네요.
(주: 나바호족은 아파치족과 함께 미국 남서부 지역의 대표적인 아메리카 원주민임. 키트 카슨이 미국인 사이에선 개척 시대의 대표적 인물이나, 이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있어서는 학살자임)
감정인: 의뢰자분, 혹시 제가 이걸 봤을 때 잠시 숨이 멎었던 걸 알아채셨을까요? 지금도 호흡이 곤란하네요.
의뢰인: 그럼요. 이 담요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지라 놀랐죠. 아마 추장의 담요일까 싶지만..
감정인: 맞아요. 그리고 단순한 추장의 담요가 아닙니다. 최초로 제작된 추장의 담요랍니다. 대략 1840-1860년 사이에 추장을 위해 만들어졌죠. 의뢰자분의 담요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나바호 직조물입니다. 순수한 선형 디자인이고, 다이아몬드나 갖가지 종류의 패턴 디자인은 아주 후에서야 나타나죠. 바로 이게 나바호 직조물의 시작입니다.
의뢰인: 와우.
감정인: 그뿐만이 아니에요. 약간의 데미지를 제외하곤 보존 상태가 믿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양모를 손으로 엮어서 만들었는데 너무 촘촘해서 마치 실크같죠. 물도 튕겨낼 겁니다. 염료 부분은 남색인데, 당시 아주 귀한 염료였고요. 정말 흥미로운 건, 바로 여기 오래된 수리 흔적이 존재한다는 거죠. 아마 1860년대에 기워을 겁니다. 이 자체가 나바호 직조물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동시에 전체를 특별한 예술품으로 만들어줍니다. 제가 본 앤틱 로드쇼 중 가장 중요한 골동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이해하시겠나요?
의뢰인: 전혀 모르겠어요.
감정인: 음, 의뢰인분 혹시 부유하신가요?
의뢰인: 아니죠!
감정인: 아직도 긴장이 안 풀리네요. 정말 운이 없어도 35만 달러(현 기준 약 4억 8천만원)의 가치를 기록할 겁니다.
의뢰인: 흐엑?
감정인: 괜찮은 날에는 50만 달러(현 기준 약 5억 9천만원) 정도겠고요.
의뢰인: 오 마이 갓!
감정인: 전혀 예상 못 했었나요?
의뢰인: 네.. 전 이 담요를 의자 등받이에 걸어 놓고 있었는 걸요!
감정인: 선생님, 선생님은 국보를 가지고 계신 겁니다. 이걸 가지고 들어오셨을 때 저는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요. 키트 카슨이 실제로 소유했었다는 게 증명만 된다면 가치는 다시 20% 정도 뛸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의뢰인: 와우.. 믿을 수가 없어요. 할머니는 가난한 농부였어요. 할머니네 가족은 전혀 부유하지 않았죠. 믿을 수가 없네요.
감정인: 축하드립니다.
(주: 해당 담요의 가치는 현재는 150만-200만 달러, 현 기준 약 20억-27억원 사이로 추정됨)
*
2020년 방영
의뢰인: 제가 군 복무 당시에 구매한 롤렉스 시계입니다. 1973년부터 1975년까지 태국에 주둔할 당시 에어 아메리카 항공과 콘티넨탈 항공을 이용했었는데, 대다수 파일럿이 롤렉스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겼죠. 그래서 늘 사고 싶었지만 너무 비쌌어요. 나중에 다른 기지로 이동할 무렵 스쿠버다이빙을 좀 했었는데, 스쿠버다이빙에는 롤렉스 시계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마침내 여유가 생겨 이 시계를 구매했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짠물에 담그기엔 너무 훌륭하니까요.
감정인: 그렇죠.
의뢰인: 그냥 보관했어요. 제대하고선 차고 있던 다른 시계도 있고 해서 아예 안전 금고에다 넣어뒀죠. 30-40년 동안이요. 중간에 보려고 2-3번 꺼내봤던 게 전부고요.
감정인: 어디서 구매하셨나요? 군용품점에 있었나요?
의뢰인: 1974년 11월에 공군 물품판매소를 통해 주문했죠. 아마 다음 해 4월에 수령했을 겁니다.
감정인: 여기 영수증을 보니 10% 할인을 받아 345.97달러를 지불했다고 나와있네요. 1975년 무렵 의뢰인분에게 있어 큰돈이었을까요?
의뢰인: 정말 큰돈이었죠. 한 달 급여가 300-400달러 사이였으니까요.
감정인: 보다시피 롤렉스입니다. 이 모델은 오이스터 코스모그래프이고요. 데이토나라고도 부르죠. 부속물 모두를 보관하셨네요. 정말 훌륭해요. 보증서들이 백지상태인데, 이건 아주 이례적입니다. 오늘날 이런 백지상태의 보증서 한 장 가치가 2,000달러(현 기준 약 277만원) 정도랍니다. 이런 백지 보증서가 어떤 시계와도 매칭이 되고 가치를 더해 주니까요. 이 시계는 아주 소장 가치가 높습니다. 1971년 1분기에 제조됐으며 시계 뒷면의 참조번호 6263이 적힌 스티커가 깨끗하기에 착용하지 않은 상태를 증빙합니다. 폴 뉴먼이 위닝이라는 영화에서 이 시계를 착용해 수집가들이 아주 좋아하는 시계고요. 현재 경매에서 해당 시계는 대략 15만-20만 달러 수준입니다. 하지만 의뢰인분의 시계는 더욱 특별하죠.
의뢰인: 농.. 농담하시는 거죠.
감정인: 여기 오이스터라고 적혀 있죠.
의뢰인: 네.
감정인: 롤렉스는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이런 식으로 표기했죠. 우리는 이걸 마크 II 다이얼이라고 불러요. 때문에 이 특별한 모델은 극히 드물죠. 경매에서 이런 시계는 약 40만 달러(현 기준 약 5억 5천만원) 정도입니다.
의뢰인:
감정인: 쓰러지지 마세요. 아직 안 끝났어요. 저는 '이런 시계'라고 말했던 거니까요. 의뢰인분 시계는 기본적으로 새상품입니다. 마모가 없어요. 뒷면의 호일 스티커 그리고 모든 완전한 문서들까지. 아마도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착용된 적 없는 극소수의 해당 모델이겠죠. 따라서 현재 경매에서 50만-70만 달러(현 기준 약 6억 9천만원-9억 7천만원)에 판매될 겁니다.
의뢰인: 삐-이
감정인: 정말 놀라운 발견입니다. 가장 희귀한 폴 뉴먼 모델 중 하나이고, 이보다 더 좋은 상태는 세상에 없다고 봅니다. 앤틱 로드쇼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계 중 하나를 제게 감정받아 준 것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귀하의 서비스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끝- 감사합니다
노래들을때 제발 뺐으면 좋겠는 썩은 파트는 뭐야?